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고 자기밖에 모른다'며 비판하고, 이러한 것이 학생 탓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다른 별에 떨어져 사는 어린 왕자입니까? 다 부모들이 사는 것 보고, 다시 말해 땅 좋다, '~사'(의사, 변호사 등) 좋다 하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배운 것 아니겠습니까?"

등록금 1인 시위 13번째 주자로 나선 월간 <노동세상> 이춘자 발행인은 대학생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일침을 가했다. 이 발행인은 대학생들에게 냉정한 비판이 아니라 따뜻한 연대의 손길이 필요한 때임을 강조했다.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이번 1인 시위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월간 <노동세상>은 작년부터 대학생 경제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노동운동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20대는 자유롭게 발랄하게 살겠지?'라고만 생각해왔죠. 그런데 그곳에서 대학생들을 만나보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취업은 할 수 있을까',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할까'가 주요 고민이었습니다. 취업과 등록금! 이것이 '젊음'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등록금은 꽤 큰돈이었습니다. 그래도 장학금 타고 과외를 하면 학비 마련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1000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채무자가 되어서 세상에 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알게 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때마침 등록금넷에서 1인 시위 참가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월간 노동세상 이춘자 발행인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대통령이 책임져라! 월간 노동세상 이춘자 발행인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조민경

관련사진보기


- 대학생들에게 가장 밀접한 문제인데도 무관심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학생들의 경우, 자심감이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록금 문제조차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집단적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의 선배들의 경우, 1987년 6월 항쟁을 겪으면서 그러한 성취감을 느꼈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서 그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부터 나서야 합니다. 청년들 원망하지 말고."

- 고2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학비는 어떻게 마련할 계획이신가요?
"평소에 국립대 아니면 못 보낸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세뇌시키고 있죠.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는데, 자식들에게는 그런 말 하는 것이 미안하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자기 자신을 죄인처럼 생각하죠. 대학 못 보내고, 등록금 제대로 못 해주면…. 하지만 저는 부모님들이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 주변에 노동자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분들이 느끼는 등록금 문제는 어떠한가요?
"공기업, 자동차 회사 다니는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입니다. 흔히 귀족 노동자라고 불리죠? 저는 그 정도 월급 받으면 자녀 1명은 편하게 대학 보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제 주변에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의 월급이 400~500만원 정도 됩니다. 저는 그 정도면 자녀를 대학에 편하게 보내겠지 했는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등록금 때문에 고심하고 대출을 받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부인도 끊임없이 일해야 하고요. 더 나아가 둘째가 고2인데, 대학에 어떻게 보낼까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전문대를 보내 빨리 취직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 이럴진데 월급 100~200만원, 혹은 그것도 안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안 가면 낙오자 취급을 당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부담이 되어도 대학에 안 갈 순 없죠? 그러니까 자녀들은 우선 가고 보자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대학 가서 편입 공부를 하는 것으로 드러나죠. 과연 이렇게 대학에 가는 것이 적합한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서 등록금 문제를 넘어, 교육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교육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요?
"(고교 졸업생의) 85% 가까이가 대학에 가는 게 현실이죠? 그런데 꼭 대학 교육을 받아야만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죠? 그럼에도  대학을 가게 하는 것, 저는 그것이 교육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 등록금 문제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교육 인플레이션 문제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교육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1996년도부터 대학 설립 허가를 대폭 내주고, 대학을 통해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서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대학 가는 사회. 그러면서 자녀들을 대학에 못 보내면 못난 부모가 되는 현실이 만들어졌죠. 그럼에도 정부는 자율화 운운하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등록금 문제는 커다란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더 이상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책임이 아닙니다. 대학생만의 책임도 아닙니다. 대학 인플레이션을 만들고도, 당연히 책임져야 하는 교육을 책임지지 않는 정부 탓입니다. 그러면서 등록금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등록금 문제에는 제도적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교육 인플레이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한 교육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교육 인플레이션은 우선 자원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다니다가 군대 다녀와서 졸업하면 27~28살이 됩니다. 그때쯤이면 일반적으로 결혼 적령기인데, 모은 것은 없고 결국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죠. 저는 이것이 단지 부모가 돈을 부담하는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30살 정도까지 키워내기 위해 전체 사회가 비용을 대는 것이죠. 30살이 될 때까지 경제적 주체가 되지 못하고 사회에 의존해서 사는 것,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교육 인플레이션은 요행수를 바라고 노동을 경시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 인플레이션은 고등학교만 나와서는 취업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고, 또한 그러한 사회는 교육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그런 사회는 노동이 귀하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하도록 만들죠.

저는 사회가 사기꾼, 살인자만 기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사기꾼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서브 프라임이 바로 그런 것 아닙니까? 증권과 부동산 광풍도 마찬가지입니다. 요행수를 바라는 문화, 풍토를 만드는 것입니다. 노동을 차별하고, 편하게 노동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노동하지 않으려는 풍토를 만든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대학생들이 생산직에는 가지 않으려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학생만 탓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편하게 먹고살라고만 가르친 것 아닙니까? 이제는 그러한 사회 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 등록금 문제와 연동한 구조적 문제로 교육 인플레이션을 보고 계신데요, 교육 인플레이션 문제의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교육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구성원들은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자아 실현도 할 수 있게 되죠. 그 이후에 진행되는 대학 교육은 직장 생활, 사회 생활 등의 전문 분야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학학자를 기르는 것은 대학의 또 다른 부분 중의 하나이죠.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내용은 고등학교까지만 나오면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 가야 대우 받는 사회 풍토가 고등학교에만 만족하게 못하게 하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철학, 문학, 역사 같은 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서 문화적 소양을 기르고 대학에 가서 (그것에 대해 처음부터) 배우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예술, 철학은 제도교육 12년이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죠. 12년이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니까요. 사람들과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이것을 이루는 방법은 함께 하는 것이죠. 혼자서는 이러한 것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잡고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금은 추상적이지만 이것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생각하고 있는 해법이 있나요?
"등록금 후불제, 반값 등록금 등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을 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겠죠. 그중 저는 서열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폴리텍대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기술인을 길러내는 대학입니다. 회사에 다니다가 기술 연마가 필요한 사람들도 다닐 수 있는 하나의 모형이죠. 이런 것들처럼 빨리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학 재단이 등록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게 하고 이를 감사하는 제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를 제도화해서 교육 목적에 맞게 등록금이 쓰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죠.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남기신다면?
"용산 참사 희생자들, 박종태 열사 등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무관심할까? 과정이 어떻든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무관심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한 명의 소년이 죽어서 올해 초 아테네가 정지될 정도였는데…. 그들보다 못나서 그런가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못살았기에, 잘살자는 요구가 많았죠. 더욱 잘살고자 합니다. 결국 저는 가치관을 바꾸는 문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0만원으로도 행복할 수 있고, 500만원으로 불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가치관을 바꿀 때,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을 대학생들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금액이 비싼 문제만이 아니라는 말이 새삼 와 닿았다. 교육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등록금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등록금 문제가 이렇게 다양한 사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의미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만큼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등록금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해보며 13일차 1인 시위 취재를 마친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 활동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cafe.daum.net/downstop으로 오시면 됩니다.



#등록금#등록금넷#1인시위#반값등록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