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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선생님께서 화장을 해주셨습니다. 화장이 이렇게 힘든줄 몰랐습니다.
여자 선생님께서 화장을 해주셨습니다. 화장이 이렇게 힘든줄 몰랐습니다. ⓒ 윤태

지난 수요일(13일) 한강 광나루 유원지에서 교사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독서토론방문지도를 하는 교사인데요, 우리 회사 지도교사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장기자랑, 줄다리기, 게임 등을 하는 시간이었지요.

이번 행사에서는 각 지점에서 남자 교사 한명이 여장을 하는 '미스 콘테스트'도 열렸습니다. 제가 속한 성남지점 24명의 교사중 남자 교사가 3명인데 그중에서 제가 여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키가 크고 늘씬해서 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였죠. 극구 반대하고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 있었습니다.

특히 속옷은 다른 여성 교사들 것을 착용하기가 좀 그래서 아내 것을 가지고 갔습니다. 일명 '뽕'이 돼 있는 속옷을 가져갔는데 아내는 이해하면서 흔쾌히 속옷을 내주더군요.

그날 행사장에서 여자 선생님 몇 분이 화장을 해주셨습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화장과 여장. 참 어색하더군요. 바르고 비비고, 문지르고 그리고 눈썹 세우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여성들 화장이 참 힘들고 귀찮은 것이라고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발을 쓰고 브래지어에 화장지 잔뜩 집어넣고 팔이 드러나는 블라우스 같은 옷을 입었습니다. 아래에는 스타킹 신고 짧은 치마를 입었지요.

 눈을 뜨고 속눈썹을 화장하는데 눈도 따갑고 간지럽고 정말 혼났습니다.
눈을 뜨고 속눈썹을 화장하는데 눈도 따갑고 간지럽고 정말 혼났습니다. ⓒ 윤태

여장을 하는 동안 그 모습이 미리 노출되면 재미없기에 돗자리로 방어 막을 펴고 분장을 했습니다. 콘테스트라고 하기에 그냥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한바퀴 돌며 포즈 취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섹시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군중들 사이를 각각 돌았습니다. 그리고 한가운데에 서서 가장 섹시한 포즈를 취하라고 하더군요. 그때 제가 했던 섹시포즈가 아마 한쪽 다리 스커트를 살짝 걷어 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워낙 많은 관중들이 보고 있었기에 경황이 없어 잘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 다음 한명씩 앞으로 나가 자기소개 하면서 섹시 댄스를 추라고 하더군요. 무슨 춤을 어떻게 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얼굴이 어찌나 화끈거리던지요. 다른 지점의 여장한 남자 선생님들은 천연덕스럽게 잘만 하시던데 저는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결정타는 바로 마지막 순서였습니다. 한가운데 남자 스태프(심사위원) 중 한명을 의자에 앉혀놓고 한명씩 앞으로 나가 그 남자를 꾀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여장 남자 선생님들이 어떻게 그 스태프를 꾀는지, 여기서 설명하기는 참 민망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했던 행동은 그 남자 앞에서 어깨 끈을 내리면서 요염한(?) 표정을 지었고 뒤로 다가와 그 남자를 끌어안는 포즈를 취했습니다. 아, 정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한강 유원지에 놀러 나온 사람들 지나가다 말고 다 쳐다보고 저 멀리 한강다리를 건너는 사람들도 시선이 우리들에게 꽂혀 있었습니다.

적극적이지 않았던 탓인지 저는 입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비키니를 입고 나왔던 여장 남자 선생님이 무슨 상을 받긴 했는데 등급은 잘 모르겠습니다.

클렌징 크림이 마땅히 없어 화장을 제대로 지우지도 못하고 그날 저녁부터 밤 10시까지 호프집과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정도 지우긴 했지만 눈두덩이며 얼굴에 화장한 흔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뒷풀이에서 참석한 것이죠.

그 여파 탓인지 다음 날 얼굴 몇 군데에 뭐가 자꾸 나고 그러더군요. 화장에 따른 피부트러블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화장과 여장. 콘테스트 당시에는 고역이었는데 지나고 보면 또 재미난 추억 같기도 하네요. 사실 두 번 다시 여장할 기회는 없겠죠.

 제가 이렇게 예쁜 여자가 됐습니다.
제가 이렇게 예쁜 여자가 됐습니다. ⓒ 윤태

 완벽하게 여장한 모습, 이 모습이 미리 노출되면 재미없기에 돗자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베일에 싸인 모습?
완벽하게 여장한 모습, 이 모습이 미리 노출되면 재미없기에 돗자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베일에 싸인 모습? ⓒ 윤태

 맨 왼쪽이 제 모습입니다. 다리가 늘씬한가요?
맨 왼쪽이 제 모습입니다. 다리가 늘씬한가요? ⓒ 윤태

 섹시 춤을 추는 제 모습인데요. 무슨 춤을 어떻게 추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막춤이었을 겁니다.
섹시 춤을 추는 제 모습인데요. 무슨 춤을 어떻게 추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막춤이었을 겁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올릴 예정입니다.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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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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