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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가득 들어찬 나무들을 보다가 
하늘을 엮어놓은 나뭇 가지들을 보았습니다.
▲ 자작나무가 엮어낸 하늘~! 아래 가득 들어찬 나무들을 보다가 하늘을 엮어놓은 나뭇 가지들을 보았습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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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오면서 난 러시아어를 배워야 하는지 우크라이나어를 배워야 하는지 몰라 한참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맨 먼저 배운 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쯔뜨라스트부이쩨!"다. 인사로 시작되는 것이 세상 모든 언어의 공통점이다. 그러면서 난 우리나라에서 한국어 그러니까 국어를 가르치면서 가능하면 다른 나라 인삿말 정도는 "안녕하십니까?"와 함께 가르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배우는 언어는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 인식 영역을 넓혀주는 것 같은 나만의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아무튼 그렇게 막연하게 봉사 문고리 잡는 격으로 우크라이나에 오기까지 한달 남짓 러시아어를 배웠고 이곳에 와서는 두달이 되었다. 한 달 보름은 러시아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하루에 6시간 적게는 4시간 30분을 받아냈다. 난 그 자체도 신기하다. 가령 한국에서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한 시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더구나 처음 영어를 접하는 사람이 말이다. 아무튼 나는 그런 수업을 받아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어렵게 배운 언어를 깊이 되새기면서 쓴 쉽게 쓴 시 두 편의 시 : 다다(ДАДА) 다(ДА), 네(НЕ), 네(НЕ), 넷(НЕТ)을 졸작이지만 그 작품성에 개의치 않고 올려본다.

우리가 긍정하고 부정하는 그것이 곧 대답에서 오는 것인데 그 말의 쓰임이 우리와 360도 다른 지구 반대편은 아니지만 어떻게 달라지는 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네팔에서 우리와 비슷한 언어를 접하며 신기해 한 적이 많다. 알면 알수록 닮은 언어들을 접했었다. 가령 '게이차이너'(괜찮아요), '아우'(와:WA-영문표기는 같다), 그런데 네팔언어와 똑 같은 러시아어를 접하고는 이 일은 또 무슨 일인가 싶어진다. '바자르'다. '바자르'는 시장을 뜻하는데 러시아어로 '바자르'도 시장이다. 물론 르녹(РЫНОК)이라고도 한다는 차이는 있다.

아무튼 나는 나름 언어의 공통점과 다른 점이 흥미로워 그 언어의 특징을 가지고 시를 두 편 써 보았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고 그 언어를 통해서 그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 언어의 특징들을 찾아내는 것이라 볼 때 내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다다(ДАДА)*1 다(ДА)*2

김형효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합니다.
우크라이나 말로는 다(ДА)는 예라고 하네요.
우리말로는 모두 모두인데
예예!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합니다.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인데
서툰 이방인의 말을 알아듣는 것도 신기하지요.
서툰 이방인이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도 신기하지요.
그러나 아니랍니다.
그저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하면서 생각합니다.
무슨 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닌데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하면 어떤가 생각합니다.
무슨 논쟁을 할 것도 아닌데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하면 어떤가 생각합니다.
생전 초면인 사람들이 절보고 웃습니다.
저도 따라서 웃습니다.
누가 우리들의 웃음을 실없다 하겠습니까?
그래서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하면서 생각합니다.
다 하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렵니다.
불가능한 일이라도 규정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렵니다.
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맑은 것이 청춘이라면 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늦은 나이에 생각합니다.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하면서 살았으면 어떤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예예! 앞으로라도 그렇게 살아보렵니다.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하면서 살아가렵니다.
초면의 낯선 사람들에게 다다(ДАДА)라고 답을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렇게 답하며 웃으며 살아보렵니다.

다다(ДАДА)! 예예!

*1 : 그래 그래
*2 : 그래

러시아 소설 속에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던 자작나무 숲에 갔었다.
이곳의 많은 작품에서도 벨료쟈라 불리는 이 나무는 등장하는 데 
거리의 화상들에 그림 속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 자작나무 숲 러시아 소설 속에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던 자작나무 숲에 갔었다. 이곳의 많은 작품에서도 벨료쟈라 불리는 이 나무는 등장하는 데 거리의 화상들에 그림 속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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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НЕ), 네(НЕ)*1, 넷(НЕТ)*2

낯선 나라 사람과 낯선 문화만큼 낯설다.
익숙함이 날 부정한다.
내가 아니라, 일상이다.
마치 떠나고 싶다고 안달하지만,
떠나보니 떠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돌아서지 말고 가자.
돌아가게 되면 그냥 돌아가자.
앞도 뒤도 다 길이다.
일상적 대답이 일상적 부정인 세계에서
하루하루 해가 뜨고 진다.
하루하루 달도 별도 뜨고 진다.
네(НЕ), 네(НЕ), 넷(НЕТ)!
강하게 긍정하고 돌아섰더니,
강한 부정으로 날 옥죄고 있다.
삶도 때로는 그런 함정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뜻대로 살고 있다.
뜻대로 살고 있는 그들 중에 몇이나 행복할까?
사람들은 행복하다.
과연 그들은 뜻대로 살고 있을까?
그냥 살다보니 행복한 것은 아닐까?
독백의 하루가 밝았다.
해가 뜨고 지는 길이다.
아니다.
해가 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지금은......,
마치 살고 있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처럼
아니 없던 사람이 태어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가고 오고 있다.
어제 온 노선 버스처럼......,
조금 지나간 순환선을 달리는 전철처럼......,

*1 : 아니다. 라는 뜻의 러시아어
*2 : 아닙니다. 라는 뜻의 러시아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피수원뉴스에도 게재 됩니다.



태그:#우크라니아 니꼴라예프 시인 김형효, #니꼴라예프 수로믈린스지 국립대학교 한국어 교육, #우크라이나 수호믈린스키 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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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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