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늘 낮은 곳을 향해서 흐릅니다.
높낮이가 다른 곳에 고여있어도 수면은 늘 평등을 추구합니다.
물방울의 여행 종착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인 바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지만 하늘과 맞닿아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을 추구하는 삶을 살다보니 그들의 마음도 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 역시도 물방울들이 모여있는 바다입니다.
패인 곳은 더 많이 채움으로써 긍극에는 높고낮음이 없는 수면을 만들어가는 물의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고여있으면 썪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머물지 않습니다.
그들이 머무는 바다도 가만히 보면 쉼없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의 증거는 운동한다는 것이요, 운동한다는 것은 생명의 기운이 충만하다는 것입니다.
간혹 고요한 움직임으로 새생명을 창조해 낼 수 없으면 격렬하게 움직입니다.
폭풍이나 해일 같은 것이겠지요. 그것은 상처를 주기위한 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그들의 거룩한 몸부림입니다.
물을 담고 있는 대지의 배려이기도 하겠지요.
대지가 그들을 배려하는 이유는 물이 없으면 자신들이 어떤 생명도 보듬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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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방울 물은 자기의 색을 고집하지 않지만 자신을 잃지 않는다. |
| ⓒ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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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자신의 색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모든 색깔을 자기 안으로 다 가져옵니다. 그러나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림이 없으니 이 또한 우리가 배워야할 물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다보면 배신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배신감이란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서 느끼는 것입니다.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의 배신은 아무런 분노를 주지 못하는 법입니다. 간혹 배신감을 느낄때 그것이 나의 오해이길 바랄때가 있습니다. 단지 저 물처럼 그냥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그렇게 보이것일뿐 그 사람 자체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세상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품이겠지요.
물은 직선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낮은 곳을 향하되 구불구불 곡선의 움직임으로 더 많은 대지를 돌고돌아 목적지에 도착을 합니다.
그런 곡선의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장애물에 막히면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춥니다. 그리고는 더 많은 동지들이 모일때까지 기다립니다. 때론 그 장벽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천천히 그 장애물을 돌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 더 낮은 곳으로 끊임없이 갑니다.
여기에서 곡선의 마음이 왔으니 그들은 외유내강의 미를 갖췄다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이상 견디지 못할 때 분노하기도 하지만 대지에 안긴 그들의 마음에는 느릿느릿 곡선의 미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고고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내가 손가락질하는 사람의 모습 혹은 그보다도 더 지탄을 받아야할 모습이 어느새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물은 깨끗한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것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물은 결국에는 자신을 지킵니다. 자기가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맑게 만듭니다. 그런 마음이 있기에 살아 숨쉬는 온 생명에는 물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요?
물방울 사진을 찍다보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 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신기해서 물방울 사진에 빠지기도 하지만 물의 마음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방울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씻겨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물방울이 다가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