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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때 내 모습

 

.. 그때 놀란 내 모습을 상상해 보라 ..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이재석 옮김-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이후,2000) 18쪽

 

 '상상(想像)해'는 '생각해'로 다듬습니다.

 

 ┌ 그때 놀란 내 모습 (o)

 └ 그때의 놀란 내 모습 (x)

 

 책을 읽건 말을 듣건, 참 많은 분들이 "그때 놀란 내 모습"처럼 글을 쓰거나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자꾸자꾸 "그때의 놀란 내 모습"처럼 글을 쓰거나 말을 합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토씨 '-의'를 사랑하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했다고, 좀처럼 '그때의-이때의-저때의'같은 말투가 걷히지를 않습니다.

 

 가만히 보면, 텔레비전 연속극부터 아홉 시 새소식에도 이런 말투가 곧잘 나타납니다. 날씨를 알리는 풀그림에서도 그렇고, 운동경기를 보여주는 사회자도 그렇습니다. 신문기사도 그러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글도 그렇습니다. 사람들 많이 읽는 소설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글쓰는 사람들이라도 이런 말씨를 깨끗이 털어내 준다면 반가우련만, 글쓰는 사람들 스스로도 말을 새롭고 꾸준하게 익히면서 글을 쓰지 못해요. 문예창작과를 다녔다고 하여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들 우리 말 가누는 데에는 젬병입니다.

 

 

ㄴ. 지역 서민

 

.. 국내 대형 유통회사는 성공했지만, 그들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지역 서민들은 가게 문을 닫아야 했고, 지역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  《심상정-당당한 아름다움》(레디앙,2008) 118쪽

 

 '국내(國內)'는 '나라안'으로 다듬습니다. '대형(大型)'은 '큰'으로 손보고, '성공(成功)했지만'은 '잘되지만'이나 '큰돈을 벌지만'으로 손봅니다. "그들의 성공을 위(爲)해"는 "그들이 잘되는 동안"이나 "그들이 돈을 버는 동안"으로 손질해 줍니다.

 

 ┌ 지역 서민 (o)

 └ 지역의 일자리 (x)

 

 보기글을 보면, 앞에서는 "지역 서민"을 말하고 뒤에서는 "지역의 일자리"를 말합니다. "지역의 서민"이 아닌 "지역 서민"을 말했는데, 곧이어 "지역 일자리"가 아닌 "지역의 일자리"라고 말하고 맙니다.

 

 앞뒤 모두 토씨 '-의'를 털어냈다면 더없이 좋았을 텐데, 적어도 한 군데만이라도 털어낸 모습을 반가워해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나마 적어 주니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자리도 말끔하고 싱그럽게 추슬러 주기를 바라고 꿈꾸어 봅니다.

 

 

ㄷ. 개구리 집, 두꺼비네 마당

 

.. 두꺼비는 개구리 집에 와서 집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마침 다행이다, 개구리가 집에 없으니 누가 갈퀴질했는지 짐작조차 못하겠지." 개구리는 열심히 일했어요. 갈퀴질을 해서 나뭇잎 더미를 만들었어요. 곧, 두꺼비네 마당이 말끔해졌어요 ..  《아놀드 로벨/엄혜숙 옮김-개구리와 두꺼비의 사계절》(비룡소,1996) 47∼48쪽

 

 "마침 다행(多幸)이다"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마침 잘됐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열심(熱心)히'는 '부지런히'나 '힘껏'으로 다듬고, '짐작(斟酌)'은 '어림'이나 '생각'으로 다듬어 줍니다. "꿈조차 못 꾸겠지"로 다듬어도 잘 어울립니다.

 

 ┌ 개구리 집 (o)

 └ 개구리의 집 (x)

 

 보기글을 보면 토씨 '-의'를 붙였음직한 두 군데에 토씨 '-의' 없이 말끔하게 넘어갑니다. 먼저 "개구리 집"입니다. 개구리가 살고 있으니 "개구리 집"인데, 두꺼비가 살고 있으면 "두꺼비 집"입니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은 "부모님 집"이요, 언니가 살고 있는 집은 "언니 집"이며, 동생이 사는 집은 "동생 집"입니다. "개구리의 집"도 "두꺼비의 집"도 "부모님의 집"도 "언니의 집"도 "동생의 집"도 아닙니다.

 

 "선생님 댁에 찾아갑니다"라 해요 올바르지, "선생님의 댁에 찾아갑니다"라 하면 올바르지 않습니다. "친구 집에 가요" 하면서 놀라가야 알맞지, "친구의 집에 가요"라 하면 알맞지 않습니다.

 

 ┌ 두꺼비네 마당 (o)

 └ 두꺼비네의 마당 (x)

 

 때때로 '-네'를 붙여 "동무네 집"이라든지 "누리네 집"이라든지 "미루네 집"처럼 말하곤 합니다. "소라네 아파트"나 "누나네 단칸방"이나 "오빠네 옥탑방"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있는 그대로, 아니 살아가는 그대로 말합니다. 보이는 그대로, 아니 어울리는 그대로 말합니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아야 듣는 사람도 있는 그대로 헤아리고, 내 삶을 꾸밈없이 밝혀야 읽는 사람도 꾸밈없이 받아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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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의#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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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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