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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동안 경주를 다녀왔다. 짧은 시간 뉴스를 봤지만 자세히 보지 않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잠시 잊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간섭이 또 다시 뉴스가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씁쓸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법원장 재직 때 촛불 재판에 간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신영철 대법관은 이미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신 대법관은 "재판 간섭은 오해, 심려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자리에서 물러날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일선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이런 행보를 보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늘(14일)자 <한국일보> '한국만평'을 보고 한참 웃었다. 만평은 구약 성경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는 장면을 신영철 대법관과 비교해서 그렸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일은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왜 선악과를 따 먹었는지 물을 때에 아담은 하나님께 책임을 돌렸다.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세기 3:12)

 

자기가 하나님 계명을 어겼는데도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는 아담처럼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간섭은 '오해'라고 하여 책임을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담이 지은 죄와 신 대법관 재판간섭을 비교하는 것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죄를 하나님께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아담과 재판간섭을 '오해'라면서 끝까지 책임지지 않으려는 신 대법관 모습을 보면서 계명을 어긴 자가 보인 책임 떠넘기기와 거짓을 본다. 진리를 거부한 자는 진리가 거짓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왜 진리를 거짓으로 규정해야만 자기가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역사상 한 번도 성공한 일이 없다. 거짓은 진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거짓이 진실과 공의, 정의를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진실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과 무시, 그리고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기를 좋아하는 권력을 향한 한 없는 구애를 보내는 것이다. 신 대법관 배에 쓴 'BJR'를 만평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했다. '배째라'일까? 아니면  아니면 '봐 주라'일까?

 

배째라는 진실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일이다. 법관의 독립을 아무리 외쳐도 나는 내 갈 길 간다는 것이다. 재판간섭을 아무리 외쳐도 대법관 자리에 주저 앉는다. 재판독립과 사법부 독립,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는 관심이 없다. 자기 탐욕을 위해 진실을 외면한다. 배째라 정신의 놀라운 극치를 신 대법관은 사건이 터진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보여주고 있다.

 

신 대법관 촛불재판 간섭은 분명 민주주의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권력을 위한 행위였다. 정권이 민주주의와 인민 생명권까지 훼손하자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저항한 이들을 헌법과 법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정권을 위해 촛불재판에 간섭했다.

 

'봐 주라' 누구에게 봐 주라고 말하는가? 정권에게 구애를 하는가? 내가 당신들을 위해서 일했으니 나를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들에게 나를 좀 보호해 달라고 애걸하면서 봐 주라고 하는가?

 

하지만 둘 다 신 대법관이 바람이 될 수 없다. 배째라와 봐 주라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생명권을 지키려는 시민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정권을 위해 간섭한 그 행위를 인정하고 법관으로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말과 글로 하는 변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행동으로 책임져야 법관이 가야 할 마지막 양심이다.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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