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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전화기 좀 빌려주세요. 엄마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평소 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 초딩 1학년이 전화기를 달란다. 휴대폰을 건넸더니 교실 한켠으로 가 벨을 누른다. 무슨 이유일까? 수업 끝난 후의 스케줄을 물으려고 하는가. 나지막하게 음성이 들려온다.

 

  "엄마, 나 독서토론 선생님께 칭찬 받았어. 00쪽 잘 쓰고 발표도 잘 했다고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기표현이 부족하고 동작이 다소 느린 그 학생과 3개월 여 수업을 하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칭찬을 해 준 기억이 없다. 한마디의 칭찬에  전화기를 빌려 직장에 있는 엄마에게 그 소식을 알리는 모습을 보며 반성했다. 어른들의 한마디, 행동하나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독서토론수업을 하면서 5월이면 보다 의미 있는 이벤트를 준비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 지금까지 2급 지체장애를 가졌음에도 시와 음악, 요일마다 다른 색의 옷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장수명 씨, 어린이 만화가 꼬불이 최새림, 국내 최연소 인간문화재 이수자  가야금 병창 윤지영 등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번 달에는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상임공동대표 강지원)와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 이주영)가 공동 주관한 제1회 매니패스토 약속대상 지방의원 부분 수상자로 선정된 부천시의회 윤병국 의원을 초대했다. 매니페스토(Manifesto) 약속대상은 사회적 책임 약속과 실천운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수여한다. 어떤 약속을 했고 어떻게 실천해서 선정되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초대했다.

 

  5월 6일 오후 4시 부천시 청소년수련관 205호실에는 독서토론교실 수강생 20여명과 인근 초등학교 전교어린이회 임원도 다수 참석했다. 윤 의원은 먼저 어린이들이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화로 구성된 <알기쉬운 부천시의회>책자를 나누어주었다. 시의회란 어떤 곳이며 의원이 하는 일과 권한 등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은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기간이나 교과서에서 시의원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왔을 터다. 하지만 시의회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었다. 윤 의원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이어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순서로 넘어갔다. 윤 의원은 "선거에 나가는 사람은 투표를 하는 사람에게 약속을 한다. 학생회장 출마자가 회장이 되면 어떤 식으로 활동하겠다는 공약을 하듯 시의원도 마찬가지다.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은 유권자와 약속을 하고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따져보고 선정한다"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의원님은 어떤 약속을 했고 실천했는지요"라고 묻자 " 3년 전 선거에 출마하면서 시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결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의원이 된 뒤  이메일을 통한 의정보고, 의정보고서 발간, 의정활동자료집 제작 등을 통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원은 국민이 뽑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예산을 세우고 일을 한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사람에게는 주민이 불러내 따져 묻는 '주민소환제도'가 있다. 당선을 위해 공약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벌을 내리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매주 한번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이메일 의정일기, 초등학교 등굣길 교통 봉사,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어머니들을 위한 야학교사 등을 하고 있다. 의원 활동 3년 동안 거의 빼 먹지 않고 이 일을 해 오고 있는 그.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는 주야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 주민들은 친근하고 믿음직한 의원으로  평가한다.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 의원은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 4강을 일궈낸 한국인의 저력을 기억하는가. 이런 성과는 우연이 아니다. 미래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은 차근차근 꿈을 키워 세계를 이끄는 인재가 되기 바란다"라며 "지도자는 대중보다 반걸음 앞서가야 한다. 너무 앞서가도 대중과 멀어진다"고 조언한 뒤 1시간여 강연을 마쳤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피천득 님의 5월이라는 수필의 한 구절이다. 오월의 신록을 닮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그:#부천시청소년수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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