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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할머니와 부모님 모두 절에 다니는 불교집안이라서, 뉴스를 접했던 순간 슬픈 일이긴 했지만 그렇게 그게 내 마음을 진동시키지 못했다. 그래도 한 종교를 이끄는 인물의 선종소식에 오열하는 뉴스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어릴 적 성철 스님이 입적하셨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후, 전 국민들의 애도의 물결은 끊이지 않았고, 그를 재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들과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신문에서 그를 평가하는 기사가 나를 그에 대해서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는 높은 지위에 있어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다. 그는 민족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으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 떠난 유학길에서 조차 어려운 한민족을 위하여 봉사하느라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아쉬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곳 독일에서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그가 평생을 가슴속에 담을 만한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것을 우리나라에 널리 전파하고 몸소 실천했다. 공의회에서 그가 전파하고자 했던 핵심은 바로 '교회의 사회참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즉, 교회가 사람들의 위에 존재하는 교회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 위치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몸소 '교회의 사회참여'의 정신을 바탕으로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독재정치에 맞서 대항한다. 이러한 그의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물들은 "종교단체가 너무 지나치게 정치에 참여하려는 것이 아니냐? 혹시 다른 속셈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재정치의 청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두 정권이 올바른 실로 들어설 수 있도록 설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그의 노력과 전 국민의 희생을 통하여 결국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대통령 직선제를 선포하게끔 만든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에 비유했다. 우리나라만큼 유교, 불교, 그리스도교의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동서양의 문화들을 잘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종교지도자와 국민들이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그들이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인류가 당면한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생각의 실천으로 그는 도올이 진행하는 TV프로그램에 대한 교회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강행하였으며, 각종 불교계의 행사에도 참석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껏 그리스도교, 그중에서 기독교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돈만 밝히는 특권의식으로 가득한 집단이라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나쁜 선입견을 갖는 것을 지양하고 사람 그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을 명심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구중서님은 김수환 추기경이 발간하는 <창조>라는 잡지의 편집인으로 일을 하면서 언론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해 바로 잡기 위해서 이 책의 5장 부분을 할애해서 그들의 기사에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일전에 저자는 그에게 언론들이 잘못된 사실에 대해 보도하는 것에 대하여 왜 대응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김수환 추기경은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웃으셨다고 한다.

 

진정으로 김수환 추기경은 그보다 우선하여 국민들을 생각하고, 사랑하며, 국민들이 하나가 되는 것에 일생을 바친 위인이었다. 책을 다 읽고 그의 선종 소식을 다시금 생각하니 가슴속에 가득한 슬픈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 김수환 추기경 평전

구중서 지음, 책만드는집(2009)


태그:#김수환추기경, #구중서,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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