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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이팝나무 가로수마다

흰 꽃이 피었다

눈부신 밥꽃이다

마치 무채를 잔뜩 썰어 넣은

무밥 같다

 

어렸을 적엔

이맘때가 되면

꽁보리밥과

무밥을

번갈아 먹는 것으로 

간신히 춘궁기를 넘기곤 했다

 

아무 맛 없이

그저 심심하기만 할 뿐인

무밥보다는 차라리 

좀처럼 씹히지 않는

꽁보리밥이 나았다


그러나 기억이란

아무리 뼈아픈 것일지라도 

세월이 흐르고 나서

뒤돌아보면  

내장 속에서 벌써

소화돼버린 지 오래인 

한 그릇의 밥이다

 

활짝 피어난 이팝나무 꽃을

바라보고 섰노라니

난데없이 시장기가 엄습한다  

꽁보리밥이

별식처럼  당기는

점심 무렵.

 


태그:#이팝나무 , #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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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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