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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법륜스님께 한 교사분이 결손가정 아이가 방황하는데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셨네요. 참 어려운 문제죠. 부모도 아니고, 학교에서 담임으로 1년간 만나는 선생님이 어릴적 가정폭력이나, 부모로부터 상처 입은 아이를 치료한다는 것 말이에요. 그래도 이런 마음을 내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 세상에 이 아이를 이해해줄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을 아이가 믿는다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될까요. 법륜스님께서는 뭐라 말씀해 주실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의 질문

 

남자 중학교의 3학년 담임인데요. 제가 있는 지역이 조금 낙후된 지역이라서 부모님들이 이혼을 했거나 결손가정이 있는데, 지금 저희 반 학생 한 명도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랑 같이 살아요. 그 학생은 무기력증에 빠져있고 제가 어떻게 도우려고 해봐도 도울 방법을 못 찾겠어요. 최근에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그 학생이 가출을 했다고 그래요. 부모님이 찾아서 다시 데려왔는데 학교에 앉아있는 게 너무 괴롭다고 선생님이 봐주시면 며칠간만이라도 아버지께 말씀을 안 드리고 학교를 쉬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기간이 오늘까지입니다. 아버지께 말씀을 드려야 되는데 그 학생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까지 참고 있다가 저녁에 전화를 해서 잘 있냐니까 잘 있다고 하고, 내일은 학교를 꼭 오겠다고 했습니다. 이 학생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집에 와서도 계속 고민이 됩니다.

 

법륜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때로는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거짓말을 자꾸 하면 오히려 나한테 무거운 짐이 되어서 내가 괴로워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거짓말은 안하는 게 좋습니다. 진실을 말한다는 건 다 사실대로 들추어서 얘기한다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만약에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굳이 남편한테 진실을 말한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니에요? 그건 거짓말하고는 성격이 달라요. 묻는다고 다 얘기할 필요도 없고, 꼭 숨겨야 될 필요도 없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얘기할 수도 있는 거지요.

 

 

아이 문제는 부모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일이 또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부모하고 상의를 하는 게 좋아요. 상의 할 때 전에 것은 얘기하지 않는 게 좋고, 아이가 답답해서 아버지한테 얘기 안하고 선생님만 알게 하면서 며칠 쉬고 싶어 하는데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하고 물어 보세요. '그냥 아버지도 모르고 선생님도 모르고 무단결근 하는 것보다는 선생님한테라도 얘기하고 나가는 게, 아이의 숨구멍도 좀 열어놓는 게 되고 그것이 아이 지도에도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는 부모님 승낙을 얻어야 될 것 같아서 연락을 드립니다.' 이렇게 의논은 하고 아버지는 모른 척 하기로 하는 방식이 낫지요.  

 

그런데 나중에 그 아이가 '왜 아버지한테 얘기하지 말라니까 했냐?'고 하면, '그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니라 너를 위해서 아버지하고 의논을 했다. 일시적으로는 네가 기분 나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버지도 너의 심정을 더 이해하는 게 너를 위해서 필요할 거 같아서 그렇게 했다' 이렇게 설명을 해주면 됩니다. 

 

무기력한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선생인 내가 수고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을 간다든지, 선생님이 발을 삐거나 해서 애가 선생님을 업고 몇 시간 산을 내려온다든지 해서 자기가 뭔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무기력은 과잉보호에서도 생기지요. 엄마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보살펴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한쪽 부모가 없으면 오히려 더 과잉보호가 될 소지도 있거든요.  

 

선생님은 아이가 반성할 만한 것만 야단쳐야지, 시도 때도 없이 야단치면 안 된다

 

선생님이 풀 것은 과감하게 풀어주고 잡을 것은 딱 잡아야 돼요. 뭐든지 다 잡으려고 하며 안 되고, 야단을 칠 때 아이가 반성할 만한 것을 잡아서 야단을 쳐야지 시도 때도 없이 야단을 치면 만성이 돼서 도움이 안 되지요. 그리고 야단을 칠 때는 내가 화가 나서 아이가 야단 맞을만한 행동을 한 것보다 더 심하게 야단을 치면 처음에는 잘못했다고 생각을 했다가도 오히려 반감이 생길 수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자기 변명꺼리를 만들어버리면 교육효과가 없어지는 거예요. 적절한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잘못했구나 하는 걸 느끼는 수준으로 야단을 쳐야 합니다.  

 

이것은 부모하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학교분위기도 있잖아요. 아이들은 가르침보다는 따라 배우기가 중요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에는 아이의 잘못이 옳다, 옳지 않다의 개념은 아니에요. 아이는 그런 습관이 들었고, 프로그램이 그렇게 깔려있기 때문에 야단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여자선생님의 경우에는 남자아이들, 또는 여자아이들의 경우에 남자선생님이 너무 잘해주면 나이에 관계없이 이성적인 정을 느낍니다. 연애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정을 느끼기 때문에 여선생님이 남자아이를 남선생님이 여자 아이를 도와주게 되면 그 위험을 감수해야 되고, 그 정을 끊을 만큼 냉정해야 돼요. 그래서 차라리 그런 위험을 피하려면 남자선생님은 남자를 여자선생님은 여자를 상대하는 게 낫죠. 

 

이 아이의 경우는 엄마가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선생님에게 엄마의 영상이 잡혀버려요. 아이가 안정이 되는 면도 있지만 정을 떼려고 하면 시간이 걸리지요. 내가 수행이 되어서 보디사트바, 즉 보살이 되면 백 명의 아이라도 감당하는 엄마가 될 수 있어서 괜찮아요. 그런데 수행이 안 되면 한 아이의 엄마도 감당을 못해서 힘들어 하지요. 정을 붙였다가 내가 감당을 못해서 정을 떼버리면 그 아이는 상처가 두 배로 늘어나요. 그러면 완전히 여자에 대한 불신이 생겨서 나중에 연애할 때도 늘 채일까 봐 겁이 나서 좋아하다가도 자기가 먼저 도망가는 현상이 생깁니다.

 

선생님이 아이를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본인 마음부터 닦는 수행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불쌍하다고 정을 주고 도와줬다가 또 귀찮으면 떼버려요. 그 사람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를 전혀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수행을 해야 됩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일을 하려면. 첫째는 여러분들 개인이 우선 힘드니까 수행을 해야 되고, 두 번째는 아이들을 다루려면 수행을 해야 돼요. 잡아당기기도 하고 밀기도 할 수 있는 내면적인 파워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내가 힘들어서, 내가 답답해서, 내가 불쌍해서, 갔다가 왔다가 하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나지 않는 겁니다. 

 

학생 문제는 그냥 부모님한테 맡기고 이런 조언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를 너무 보살피려고만 하지도 말고 야단만 쳐서도 안 됩니다. 야단쳤다가, 또 엄마 없는 애라고 불쌍해서 잘해주다가, 잘해주다가 또 야단치다가 이렇게 자꾸 바꾸면 나빠질 수가 있어요. 오히려 야단을 치지 말고 아이를 데리고 등산을 가 보세요. 

 

혼자 사는 엄마가 자기는 죽을 고생을 하면서 아이들한테 절대로 힘 드는 것은 안 보여주고, 좋은 것만 해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의 삶의 현장에 아이가 와서 거들도록 만들고 그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도록 하면 안돼요. 아주 떳떳하게 당당하게 '이것 좀 거들어라, 가게 와서 거들어.' 이렇게 같이 해야 돼요. 그래야 아이가 상처가 없어집니다. 자기는 부유한 집 아이처럼 부유한 친구들하고 같이 노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힘들게 산다하고 생각하면 그걸 친구한테 숨겨야 되니까 아이로서는 더 감당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집안에 어려움이 있으면 아이들에게도 공개를 해서 책임을 같이 져야 됩니다. 그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좋아요. 공개를 해서 아이가 적절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그 어려운 시기를 아이도 같이 동참해서 극복 하도록 하면 아이가 오히려 자생력이 생기게 됩니다. 

 

부모가 가장 중요하다.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결국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전 중고등학교때를 돌아보면 몇 분의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교사분들을 존경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제가 차별을 많이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5학년때 글짓기 최우수상을 받기 전에 담임선생님이 저를 불러 '진짜 니가 쓴 거 맞냐, 언니가 대신 써준 거 아니냐고' 물으셨는데 제 기억에 그 선생님은 지금도 최악의 선생님으로 남아 계십니다.  

 

저는 부모님만큼이나 학교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과 행동이 신처럼 느껴지니까요. 아이들은 귀신같이 압니다. 선생님이 지금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인지, 아님 지 성질에 못이겨 내는 짜증인지 말이지요.  

 

우리 동네 초등학교 3학년 짜리 아이가 선생님께 억울한 사정을 말했더니 "입다물고, 들어가. 시끄러"라고 말을 잘랐다면서 "어떻게 선생님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쉽게 선생님 자격을 줘도 되는 거에요?"라고 제게 말하며 울먹입니다. 제가 그 아이에게 할 말이 없더라구요.

 

신뢰 받는 선생님이 되라

 

스님께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본인 스스로 수행을 먼저 해야 한다는 말씀에 절대 공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적어도 우리 선생님이 화를 내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을 수 있도록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아이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중요한 일꾼이라고 생각한다면 선생님들의 역할이 그 누구보다 중요하지요. 위의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신 걸로 봐서 우리 교육계가 어둡지는 않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도 행복하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행복한지 법륜스님을 모시고 그 지혜를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 자리에 오셔서 스님께 직접 질문도 하실 수 있고, 궁금한 점을 먼저 질문지로 내셔도 좋습니다. 6월 13일, 토요일입니다. 잊지 마시고 시간 꼭 비워두세요.

 

일시: 6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 - 4시

장소 : 조계사 불교 역사문화 기념관

자세히 보기 (이곳에 가셔서 직접 질문을 올리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토회, #법륜스님, #즉문즉설, #선생님, #결손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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