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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지는 것들이라고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 물방울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지는 것들이라고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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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면서 살아가는가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가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고자 하는 것이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전혀 다른 것을 봅니다.

누구에게는 상당히 불편하게 보이는 것이 또 어떤 이에게는 상당히 유쾌한 것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보이는 것이 또 다른 이에게는 희망으로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보기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따로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폭력적인 것들이 마음에 들어오게 되고,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됩니다.

저 작은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바다가 된다.
▲ 물방울 저 작은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바다가 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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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맑고 깨끗한 것을 보면서 "좋다!"고 탄성을 지를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맑고 깨끗한 것들은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볼 수 있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려오는 것들을 무방비 상태로 보고 듣게되면 어느 누구라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만의 방어기제들을 가지고 보고 듣기에 그나마 희망을 바라보면서, 삶의 반전을 기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저의 사진 주제는 주로 작은 것들과 소외된 것들입니다. 들꽃, 이슬, 물방울 같은 것들을 통해서 내 삶뿐 아니라 내가 살고있는 역사를 바라봅니다. 그 작은 것들이 하나의 창이 되는 것입니다.

물과 하나되는 순간, 그들은 격정의 삶을 표현한다.
▲ 물방울 물과 하나되는 순간, 그들은 격정의 삶을 표현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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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말든 나만 고고하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맑은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 살아도 여전히 세속에 찌들어 평균치보다도 추하게 살아가는 내 삶의 일면들을 보게 됩니다. 아마 그런 노력조차도 없이 살아왔다면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이 있든말든 이기적인 삶을 살아오면서 나 자신도 상처받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나마 '나쁜 놈'이지만 손가락질을 받을만큼이 아닌 것은 그나마 작고 맑은 것들을 끊임없이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빗방울은 온 생명을 풍성하게 한다.
▲ 물방울 하늘에서 내려온 빗방울은 온 생명을 풍성하게 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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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향적인 삶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박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다가도 혹시 나의 무능을 소박함이라는 단어로 위장한 것이 아닌가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그 정도의 능력이나 위치에 있었다면 과연 나는 그들보다 더 나았을까 상상해보면 자신있게 답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회의를 느낄 때 나는 맑고 작은 것들을 찾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작은 들꽃과 이슬이나 물방울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우리와 호흡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 포함하는 일입니다.

작은 들꽃을 닮은 사람, 물방울 처럼 맑은 사람, 돌멩이를 들어올리고 싹을 틔우는 새싹 같은 사람, 시멘트 갈라진 틈을 비집고 기어이 꽃을 피우는 들꽃 같은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위로를 받는 것입니다.

맑아서 좋다. 맑은 것을 보면 마음도 맑아진다.
▲ 물방울 맑아서 좋다. 맑은 것을 보면 마음도 맑아진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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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심드렁해지면 홀로있는 시간에 그 작은 것들과 맑은 것들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황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변함으로 인해 상황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대가 상황을 이끌어가는 일도 있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긍정과 부정의 두 측면이 상존합니다. 때론 부정적인 것들을 통해서 뼈 속 깊이 우리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면 이 세상에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 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의 아픔을 통해서 차후에는 좀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간혹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선택의 고리를 끊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 한계를 어찌하겠습니까? 거기까지가 한계인데...

삶이 힘들고, 때론 일상으로 인해 마음이 아프신가요? 그럴때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 주변의 맑은 것들을 바라보세요. 그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것을 보게 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눈을 뜨게 되는 것입니다.


태그:#물방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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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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