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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하나 없는 봄 하늘과 내리쬐는 햇빛 아래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옛날에는 가을에 운동회를 했는데 요즘은 봄에도 운동회를 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운동회는 동네 잔치였습니다. 학부모가 아니어도 운동회에 참석하여 함께 어울려 놀았습니다. 운동회를 위해 한 달 정도 연습을 했었지요. 집과 학교가 4km 이상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운동회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면 밤 중인 날이 태반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고, 신났던 운동회였습니다.

 

어릴 때 가을운동회를 떠올리고 운동회에 갔지만 운동회가 운동회 답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운동회 연습도 하지 않습니다. 운동회인지, 무슨 놀이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 때는 엄마 아빠가 싸온 도시락 먹는 재미가 얼마나 좋았습니까? 하지만 요즘은 급식으로 해결합니다. 도시락 먹는 재미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쪽에서는 2학년 달리기, 또 다른 곳은 4학년 훌라후프 넘기, 6학년은 장애물 달리기를 합니다. 좁디 좁은 곳에서 하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6학년 장애물 달리기를 보았습니다. 장애물은 허들 넘기와 매트리스 구르기입니다. 허들 넘다가 다친 일들이 기억납니다. 힘껏 뛰어보지만 발이 허들에 걸려 허들이 넘어지고, 몸도 넘어졌습니다.  

 

 

4학년 줄다리가 있었는데 남학생과 여학생이 따로 했습니다. 줄다리기는 어느 곳에서도 할 수 있는 경기이면서 놀이입니다. 마음을 함께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힘 강해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줄다리기. 줄다리기를 통하여 아이들은 서로가 함께 해야 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힘껏 힘을 모아보지만 딸이 속한 팀이 졌습니다.

 

 

2학년이 달리기 하는 곳을 겨우 찾았습니다. 막둥이가 달리기를 하기 위해 폼을 잡았습니다. 달리는 폼은 일등입니다. 멋진 폼으로 힘껏 달렸지만 결과는 꼴지였습니다. 아빠를 닮아 그런지 달리기를 왜 그렇게 못하는지 웃음만 나왔습니다. 아내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선생님과 학부모 이어달리기가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이 계속 앞섰다가 그만 마지막 주자가 넘어지는 바람에 선생님이 이겼습니다. 달리고 싶은 마음은 꿀떡갔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내달려도 그 자리에 있는 어머니들도 계셨고, 바통을 떨어뜨리는 분, 넘어지는 분, 바통을 넘겨 받았을 때는 빨리 달렸지만 조금만 달리면 숨을 헐떡거리면서 겨우 달리는 분들이었지만 끝까지 열심히 달렸습니다.

 

 

5,6학년 이어달리기가 이어졌는데 엄마와 아빠, 선생님들보다 훨씬 잘 달렸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체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달리는 모습을 보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달리는지 넘어지면 어떻게 할까 걱정까지 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기 편을 위해 달리는 것은 참 좋은 경험일 것입니다.

 

 

우리 때와 달라진 모습은 훌라후프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들도 훌라후프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훌라후프를 줄넘기로 삼았고, 어머니들은 돌렸습니다. 모두가 유연성을 실험하는 경기였습니다. 참 대단한 어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앞뒤로 걸으면서 돌리고, 양 옆으로 움직으면서 돌리고, 한 쪽 다리를 들고 돌리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유연성하면 빵점인 나에게는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참 재미있는 운동회 종목을 보았습니다. 가위 바위 보 경기였습니다. 가위바위보가 운동회 종목에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진 사람은 이길 때까지 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열심히 운동회를 했습니다. 왠지 허전했습니다. 청군 백군이 없었습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고 목놓아 외쳤던 가을 운동회와 다른 모습 때문에 허전했습니다. 청군과 백군을 나누어 운동회하는 것이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기 때문에 나누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응원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허전했습니다.

 

옛날 가을 운동회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회를 한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운동회#달리기#줄다리기#훌라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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