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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력 일간지들의 1면에 대통령을 비롯한 광역단체장들이 연두색 자켓을 입고 자전거 대행진을 하는 사진이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있다. 누가 뭐래도 자전거는 최고의 녹색교통수단이라 할것이다. 그래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 하자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전거 이용을 홍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날에 나는 자전거 때문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

 

나는 업무상 동네 순찰을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해야한다. 물론 순찰하는 차량이 있기는 하지만 차량을 이용하면 운전자가 따라야 하고, 좁은 골목을 들어가기도 곤란하고, 주차도 문제고 하여 나는 자전거를 이용해서 순찰을 하면서 골목 골목 청소가 안된 곳이 있는지, 위험한 곳이 있는지 등을 살핀다.

 

아침 8시쯤 출근을 해서 자전거를 타고 송파대로를 따라 석촌호수길을 달리면 아직은 공기가 상쾌하다. 임광아파트 뒷골목에 접어들어 어린이 공원에 들리면 청소하시는 경로당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도 즐겁다. 초등학교 앞에 오면 20년째 묵묵이 교통정리하시는 권영학 할아버지께 반갑게 인사도 드리고, 녹색어머니들의 봉사활동도 지켜본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순찰하는 일이 꽤나 재미있으면서도 편리하다고 생각하여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그런 자전거를 도둑 맞았다. 이 자전거는 한 5년 전 쯤, 잠실시영단지 재건축으로 철거작업이 시작될 무렵 업무차 현장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자전거다. 폐기물 처리장에 버려진 자전거가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 순찰차량에 싣고 와 잠실역에 있는 자전거 무료 수리센타에 갔더니 타이어만 교환하면 괜찮다고 하여 수리해서 여태 애용한는 자전거다.

 

그동안 네번 발령을 받았는데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나를 따라다니는 것 중 하나가 이 자전거다. 우리동네로 부임한 후에는 내 나름대로 "우리동네 1호차"라고 명칭을 부여하고 사무실 밖에 세워두고 잠가났더니 작년 10월 초에 누군가 이를 훔쳐가려고 앞바퀴를 분리했다가 미수에 그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때도 이곳을 통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사무실 안에 들여놓고 순찰갈 때 꺼내서 사용해 왔다.

 

그런데 화근은 여기서 발생하고 말았다. 사무실 안이 좀 비좁고 하여 지난 주말에 사무실 뒤 공원의 자전거 주차대에 주차를 하고 자물통을 채워 놓았다. 그런데 주말을 보내고 출근해서 순찰가려 보니 자전거 자물통 체인을 끊고 자전거는 가져가 버리고 끊긴 체인만 남아 있다. 너무 황당하다.

 

 

이 자전거는 오래되어서 값이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 해야 2~3만원 정도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너무 오랫동안 이용해 왔고, 자전거가 가벼워 참으로 정이 들었는데 너무 속이 상한다. 지난번 도난 미수에 그친 후에 계속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깝다. 예리한 공구로 체인을 끊은 것을 보니 아이들 장난은 아닌 듯하다.

 

 

자전거 가져가신 분!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그 자전거 싸구려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자전거입니다. 왜냐고요? 너무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사람 도둑을 열사람이 막지 못한다고 한다. 역시 자전거 분실 사고가 너무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좀 애교스러운 도둑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둑은 도둑이다. 동네별 치안센터에서 자전거 주차대를 좀더 자주 살펴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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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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