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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를 찾아 문화해설을 배우고 있는 마에다 유미꼬씨(오른쪽). 왼쪽은 7년째 여수 문화를 해설하는 자원봉사자 김해자씨
 여수 오동도를 찾아 문화해설을 배우고 있는 마에다 유미꼬씨(오른쪽). 왼쪽은 7년째 여수 문화를 해설하는 자원봉사자 김해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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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소풍의 계절이다. 황금연휴를 앞둔 여수 오동도의 햇살이 눈부신 가운데 여기저기 소풍행렬이 몰려온다.  OO 노인회 이름표를 단 노인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흥겹게 노래하며 오동도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한편에서는 노란 병아리 같은 유치원생들이 재잘대며 음악분수 주변에서 깔깔거리고 논다.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방문객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한 사람은 커다란 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무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은 조그만 수첩에 뭔가를 연신 적고 있었다. 노트에 열심히  기록하는 여자는 한국말이 약간 서툴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지금 나무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시는 것 같은데 뭐 하십니까? 문화해설사인 것 같은데?
아! 예! 맞습니다. 지금 오동도의 전설 및 역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어요.
그러면 혼자서 이렇게 문화해설사를 독차지하고 계시네요. 어디서 오셨어요?
아뇨, 저는 지금 문화해설을 배우고 있어요. 저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13년 됐어요. 2012 여수엑스포에 일본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때 해설하려고 이렇게 배우고 있어요. 제 고향은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에요. 결혼해 성남에서 살다가 4년 전에 여수로 이사 왔습니다. 여수는 바닷가라서 고향인 구마모토같은 느낌이 들어요"

김해자씨는 7년째 여수시에서 문화해설을 하고 있다. 문화해설사는 자연과 문화 및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관련 부분에 대해 항상 공부하고 해설사들  끼리 정보교환과 교수법도 공유한다.

오늘 해설의 대상자는 마에다 유미꼬씨다. 그녀의 남편은 전기기술자로 여수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여수엑스포를 찾을 일본인들에게 여수를 설명하기 위해 특강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남편이 한국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 같다고 찾으러 다니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찾아보라며 권하기까지 했다.  

김해자씨는 오동도가 왜 사랑의 섬인가에 대해 설명했다.

"오동도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놀러 와요. 때론 다투던 연인들이 놀러와 화해를 하고 열매를 맺기도 해요. 하지만 70년대에는 연애하는 걸 부끄럽게 여겨 아는 사람이 오면 얼굴을 피했죠.  다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옆길로 숨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샛길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이대 사이에는 많은 샛길이 나있었다. 울창한 신이대사이로 들어가면 한 낮인데도 깜깜하다. 길이래야 겨우 한 사람이 비집고 다닐만한 공간 밖에 없는데 길이 많기도 하다. 신이대는 대나무와 비슷한 상록성의 단자엽식물로 일본에 많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4종이 자생한다. 낚시대, 붓대 등 죽세공품의 재료로 쓰이며 해안지방의 울타리 조성에 적당하다.

남근목으로 남자의 성기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근목으로 남자의 성기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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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차를 대접하는 신선주씨가 마련한 소픔으로 동백꽃과 솔방울이 재료다
 동백차를 대접하는 신선주씨가 마련한 소픔으로 동백꽃과 솔방울이 재료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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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안보고 뜨거워진 둘 사이는 대나무 숲을 들썩이게도 했다. 그래서일까? 섬에는 남근목과 연리지가 있다. 남근목은 생긴 것이 남자의 성기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리지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을 말한다. 김씨는 오동도 곳곳에 뿌려진 사랑의 씨앗이 남근목과 연리지로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연리지는 아쉽게도 시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역사와 문화는 인위적으로 옮겨서는 안 되는 것이거늘…

은근한 한국인의 사랑 얘기를 듣던 유미꼬씨가 거들었다. 한국인들은 옛날에 남편만 사랑했는데 우리 조상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해서 죄송해요. 일본사람들 여행 오면 이런 사실을 알리고 한국인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갖도록 설명할 겁니다.

김해자씨의 설명이다. "과거에 대해 사과만 할 게 아니라 앞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상생하도록 설명을 잘 해주세요" 일행은 계속 공부를 하며 오동도 등대 밑으로 갔다. 탁자 위 쟁반에는 솔방울과 동백꽃으로 예쁘게 장식한 쟁반이 있었다. 동백차를 팔기 위한 탁자였다.
오동도에 자생하는 신이대로 곳곳에 조그만 길이 나있다. 용도는?
 오동도에 자생하는 신이대로 곳곳에 조그만 길이 나있다. 용도는?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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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차는 신선주씨가 특허를 낸 오동도만의 차로, 애기동백꽃(산다화), 대잎, 설탕, 올리브당을 넣어 항아리에서 3개월 정도 숙성한 차이다. 피를 맑게 하고 타박상이나 멍든 곳을 풀어주며 이뇨작용이 있어 몸속 불필요한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고 자양강장, 지혈, 양혈, 화상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랑의 섬 오동도에서 은은한 동백차를 마시며 한․일간에도 사랑의 향기가 퍼지기를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오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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