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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5', 한나라당 완패.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 심판.
이명박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 보낸 4·29 재보선.

눈에 띄는 제목들이다. 30일자 주요 일간지 1면과 사설들이다. '집안싸움'으로 점철된 정당정치의 허무한 결과다. 하루 전에 치러진 '4.29 재보선' 결과는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참담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겐 가장 잔인한 4월 마지막 주로 기록될 만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은 물론이고 안마당처럼 여겨왔던 울산 북구와 경주에서도 완패했다. 유일한 기초단체장 선거인 경기 시흥시장을 포함하면 0대 6이다. 얼마 전 여야 대리전으로 치러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충격적 패배를 안았다.

집안싸움 점철... 정당정치 한계인가?

<한겨레신문> 30일자 1면.
▲ MB독주 경고... <한겨레신문> 30일자 1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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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인천 부평을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전주 덕진과 완산갑 2곳에서 무소속에 모두 패해 텃밭에서 0대 2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18대 국회출범 후 첫 국회의원 재선거인 데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내세움에 따라 이번 재보선은 이를 둘러싼 여야 한판 대결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간 대결, 민주당내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장관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선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달았다. 경주 재선거의 경우 친이계 핵심인 정종복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친박 성향의 정수성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 사실상 친이·친박간 대리전 형태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는 텃밭인 경주에서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정수성 후보 사퇴 종용' 논란도 빚어졌다. 민주당의 '집안 싸움'은 점입가경이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당의 공천 불허에 반발, 탈당을 강행한 뒤 신 건 전 국정원장과 '무소속연대'를 결성한 것은 가장 큰 변수이자 복병인 셈이었다.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전주 덕진, 완산갑 등 표밭인 호남 2곳을 잃고 말았다. 정 전 장관으로서는 둥지를 등지는 '정치 도박'을 결행한 셈이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인신공격성 공방이 빚어지면서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어찌됐건 이번 재보선 결과의 특징은 '무소속 강세'로 공천과정에서부터 구조적 병폐를 지닌 정당정치의 한계를 보여준 이번 선거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재선거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 1년여 만에 처음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라는 점,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봉하마을에 가려진 4·29 재보선 결과와 책임론

KBS 아침 뉴스특보
▲ 노무현 소환 취재경쟁 치열... KBS 아침 뉴스특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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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내내 여당의 지도부가 '경제 살리기'와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총력전을 펼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결과는 단 한 곳도 건지지 못한 참담함 그 자체였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2001년 10·25 재보선의 41.9%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던 이번 재선거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차가운 민심에서 묻어났다.

한나라당의 참패는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에 대한 국민들의 총체적 심판이다. 그런데 국내 주류 언론들의 이명박 정권 1년 심판이라고 예고했던 '미니 총선'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미지근하다. 그동안 많은 지면과 화면을 할애했던 것과는 달리 결과에 대한 책임론 제기도 미흡하다.

30일 아침 KBS 뉴스특보
▲ 봉하마을 노무현 집중... 30일 아침 KBS 뉴스특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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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거결과를 놓고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들추어 전망하고 분석하며 정치 지형도를 자사 입맛에 맞춰 그려대던 언론의 해석저널리즘을 찾아보기 힘들다.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는 듯했다. 선거 다음날 아침 뉴스에서 묻어난다.

불과 하루 전. 선거가 종료될 때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결과가 정국에 일대 회오리를 불어 올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3개 지상파 텔레비전의 다음날 아침 뉴스는 온통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과 관련된 뉴스특보로 중요 의제들을 덮고 말았다.

방송3사, 노무현 취재경쟁에서 보여준 '미디얼리티'

30일 아침 MBC 뉴스특보
▲ 잘 다녀오겠습니다... 30일 아침 MBC 뉴스특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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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에게 가장 참담한 결과를 안겨준 하루 전 재선거 결과와 책임론, 돼지인플루엔자(SI) 사태 등이 확산되는 와중에 텔레비전의 영상은 온통 봉하마을로 장식했다. "신문사들의 취재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며 오히려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적 취재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흡사 국내 지상파 채널이 하나로 통합된 듯했다.

4·29 재선이 끝난 다음날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와 측근들의 모습, 서울로 이동하는 버스 등에 집중된 뉴스특보는 아침 지역뉴스 채널권마저 거머쥐었다. 하루 전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결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단 몇 초간의 짧은 시간을 할애한 소소한 숫적 결과 보도에 그치고 말아 궁금증을 더하게 했다. 지상파 방송의 뉴스보도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 이날 뉴스특보다.

30일 아침 SBS 아침 뉴스특보
▲ 노무현 소환 뉴스특보... 30일 아침 SBS 아침 뉴스특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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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직 대통령이 뇌물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대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뉴스 밸류에 대한 시간 안배가 상식 밖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 이날 아침 뉴스다. 아직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 또 다시 구속되기라도 한 듯 섣부른 의제 설정에 바빴다.

이러한 취재보도 경쟁은 마치 미디얼리티(Mediality)가 건재함을 과시하기라도 한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미디어가 시공간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현실까지 초월하면서 특정 사건이나 상황을 미디어가 강조, 확대, 특정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미디얼리티의 함정은 실제 중요한 의제를 수정, 왜곡하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4·29 재보선 결과에 따른 책임론 대신 전 대통령을 심판한 이틀 전 방송가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KBS, MBC, SBS, EBS 4개 지상파 방송사 구성작가협의회와 한국PD연합회, 방송인총연합회 등은 검찰의 조능희·송일준 PD와 김은희·이연희 작가 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방송사들, 이틀 전 치욕사건을 잊었나?

이들은 항의서한에서 "검찰은 기어이 프리랜서인 방송작가까지 체포하는 사상 초유의 검은 발자국을 내딛고 말았다"며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제,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들도 노트북을 버리고 거리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조능희, 송일준 PD와 김은희, 이연희 작가를 28일 새벽 자택과 그 인근에서 전원 체포했다. 한국 현대 언론사에 치욕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리고 이틀 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1년 평가가 어떻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민심의 차가운 반응이다. 이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비판, 예리한 주문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음날 아침 뉴스에서 가볍게 터치된 이유는 뭘까. 뉴스의 생명은 시의성이다. 시청자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사회적 이슈는 어제 밤사이에 마무리 된 선거결과였다.

그런데 너무 참담한 결과에 충격을 받았을까.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모든 걸 잊고 방송은 봉하마을로 달려간 느낌을 준다. 가뜩이나 이날 아침 몇몇 보수신문들은 1면과 사설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의제를 노무현 의제로 절묘하게 희석해 놓았다. 그래서 아침 방송 뉴스가 기다려지기도 했다.

특히 이날 <조선일보>의 사설 '2009년 4월 30일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날'을 비롯, <중앙일보>의 '검찰 질문 수백 개는 국민의 질문이다'란 사설과 함께 실은 '국민 70%,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 찬성'이란 제목의 여론조사 결과에선 암묵적 의도가 짙게 묻어난다.  

이른바 물타기다. 우연한 사건이나 상황으로 보기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미디어 논리가 정치적 논리에 함몰된 아침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바로 정치'라고 못을 박는 건 역설적이게도 미디어들이다. 이날 <한겨레신문>의 '한나라 참패…'MB독주' 경고'란 1면 머리기사와 사설 '이명박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 보낸 4·29 재보선'이 촘촘히 읽혀지는 이유다.


태그:#재선거결과, #노무현, #봉하마을, #4.29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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