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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말, 지금은 뭍이 된 섬 백야도의 초등학교를 다시 찾아가봤다. 지난해에 나홀로 입학생 강주찬(9·안일초등 백야분교 2년) 군을 만나러 찾아갔었던 곳이다.

 
전남 여수 화정면 백야도에 있는 안일초등학교 백야분교장의 점심시간, 주찬이와 주환이 형제가 전교생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다. 조그마한 교정에 함성이 울려 퍼진다.

 

지난해 만났을 때 "박지성 형처럼 유명한 축구선수가 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던 주찬이. 축구선수의 꿈을 간직한 주찬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열심이다. 아는 체를 하자 반가운 표정으로 뛰어온다. 갯바람과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주찬이 얼굴은 영락없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시골 소년 모습 그대로다.

 

사실 이곳을 다시 찾은 연유는 지난 4월 20일 전국 시∙ 군 교육청이 발표한 내용 때문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학생 수 60명 이하인 전국 농어촌지역 학교에 대해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인근 학교와 통폐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몇몇 교육청은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학생수를 줄여서 통폐합 대상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작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교과부는 내년에 100개 이상의 학교를 통폐합한다는 계획 아래 본교가 폐교될 경우 통합학교에 10억원을, 분교에는 3억원이란 지원금을 던져줄 것이라고 한다.

 

"섬마을은 지역 특성상 학생 수가 적어도 보존해야"

 

교육경쟁력 강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는 학교 통폐합에 대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백야분교 관리담당 구경철(39)씨는 "학교가 없어진다면 마을 분들이 반대를 할 것"이라며 "특히 어르신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교생이 다섯 명뿐인 안일초등학교 백야분교장. 이 학교는 2, 3, 6학년이 각각 1명, 5학년이 2명으로 올해는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내년에 한 명이 입학할 예정이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일선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백야분교의 두 분의 교사에게 통폐합에 관한 의견을 조심스레 물었다. 두 분 교사들은 통폐합 문제에 대해 아직 본교에서 그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식을 키우는 학부형 입장에서 한 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해도 그저 묵묵부답이다.

 

섬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이재언 목사(57)의 의견은 어떨까? 이 목사는 최근 통폐합 기사를 보았다며 입을 열었다. 

 

"학교통폐합, 장단점이 있겠죠. 장래에는 통폐합이 돼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요. 이 문제는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고 봐요. 도서벽지 학교는 복식수업, 실험실습기자재의 부족, 경쟁의식 결여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요. 섬마을은 지역 특성상 학생 수가 적어도 보존해야 된다고 봅니다."

 

완도 노화도가 고향인 이 목사는 초등학교 6년 때 목포시내 모습을 처음 접하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때 도시의 새로운 문화를 보고 꿈을 키웠다"며 "섬 아이들이 이것보다 환경이 좋은 큰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도시생활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학교가 없으면 젊은 사람들도 끊어져"

 

 

백야도 주민들의 반응은 절대적이었다. 하나같이 초등학교가 폐교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다며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시골 애들은 어쩌라고, 폐교는 절대 안돼요." - 백야도 주민 정아무개(38)씨

 

"그나마 애들 몇 명뿐인 학교가 없어지면 안 돼. 노인들만 있고 막막하제… 애들이 없어 애들이 있어야 학교를 붙잡지. 돈 벌어 묵고 살 것이 없어서 젊은 사람들이 안 오제, 이곳도 10년 전부터 사람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어." - 백야도 주민 임정옥(65)씨

 

"학교가 있으면 좋은데, 학생들이 없으니까 말이지.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 사람들도 끊어져." - 백야도 주민 김정애(64)씨

 

"학교가 있어야지, 없어지면 촌에서 어찌 학교를 보낼 것인가. 형편이 어려워 도시로 유학을 보낼 수가 없어" - 백야도 주민 장형안(68)씨

 

백야초등학교 서인욱(6학년) 군의 어머니는 학부형 입장에서 학교 통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통폐합한다는 건 다 시내 가서 살란 얘긴데, 시골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어린자식들을 시내에 하숙시킬 수도 없잖아요. 어디 마땅히 맡길 데도 없는데, 최소한 초등학교만은 통폐합시키면 안 돼요. 그건 나라에서 섬을 버린다는 얘기잖아요.

 

적어도 섬을 살리려면 젊은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데, 나라정책이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백야도만 해도 거의 50대 이상이에요. 40대는 딱 3가구 있어요. 무슨 교육정책이 그런지 모르겠어요. 시골과 섬을 발전시켜야죠. 수도권만 발전시키면 되겠어요. 안 그래도 복잡해서 난리던데…."
 

'최소한 초등학교만은 안 된다', '학습권 침해와 지역차별 교육정책이다', '농촌을 버리고 떠나라는 얘기냐',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 사람들이 끊어진다', '섬사람 버리지 말라'는 등 통폐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멀리 바다건너 제주도에서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 빈집 빌려주기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태그:#학교통폐합, #백야도,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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