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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를 거점 국립대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교과부는 지난 10일, 늦어도 7월까지는 교대와 종합대학간의 통폐합 추진 계획과 공모 절차 등을 확정·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간 통합은 '대학 자율'이라며 강제로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교과부는 한두 개 정도 교대의 통폐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폐합할 경우 내년부터 250억 원 정도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 의지가 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실제로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지난 3월 1일자로 통합, 제주교대는 제주대의 단과대로 전환됐고 교과부로부터 225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전국 10개 교대생들과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교대협)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초등교원 양성대학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전국교대총장협의회도 이에 반대하며 교대 중심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그 활동에 가장 앞장서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을 만나 교대 통폐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육정책, 정치적 입장과 무관해야"

"교육정책을 독점하면 안 된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180도 바뀌니 온 나라가 힘들다. 교육 정책은 교과부나 청와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교육정책을 독점하면 안 된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180도 바뀌니 온 나라가 힘들다. 교육 정책은 교과부나 청와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 <교육희망> 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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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대·사대(종합대) 통폐합 논의는 초등교원 양성체제의 개편 필요성을 전제로 한다. 현행 초등교원 양성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정말 문제 있나?
"사대 개혁을 위해 교대를 먼저 정부가 손댄 것이다. 교과부는 초등교사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대 유지가 힘들다고 하지만 학생 숫자가 300명, 170명일 때도 유지됐다. 규모는 문제가 아니다. 숫자놀음일 뿐이다."

- 지금과 같은 교과부 주도 형태의 통폐합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정책을 독점하면 안 된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180도 바뀌니 온 나라가 힘들다. 교육 정책은 교과부나 청와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각 집단 대표자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지속적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 정책 독점을 막아야 한다."

- 교·사대 통폐합 논의가 계속 진전이 된다면?
"최후의 순간까지 경고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폐합 되면 지금까지 유지돼 왔던 장점은 사라진다. 교대 교수들이 반대하는 걸로 착각하지 마라. 교수들은 사대로 가면 오히려 학자로서 좋다. 급여 및 혜택에 대한 이익이 교수들에겐 있다. 교·사대 통폐합은 초등교원교육을 포기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저항하는 것이다. 사대를 교대로 보내라. 그럼 통합 가능하다. 국가가 생각하는 정책 목표 사범대를 교대 캠퍼스에 통합하는 게 옳다. 전교조의 지적처럼 중등교사는 노량진에서 기르지만, 초등교사는 교대에서 가르치고 있지 않나?"

- 현재 우리나라 초등 교사의 교과 전문성을 '상중하'로 평가한다면?
"중상은 된다. 이에 대한 책임은 초등교사에게 있지 않다. 교대와 국가에 있다. 이는 우리(교대와 국가)의 잘못이다. 국가가 교사를 채용할 때 초등 체육, 초등 음악 등 교과전담 교사를 적극 채용해 줘야 하는데 안 해준다."

- 교대·사대를 인정하며 각각의 장점 살린 교원양성시스템은 불가능한가?
"가능하고 본다. 국가가 자꾸 합치라고 하니까 저항하는 것이다. '오라 교대로 가자 사대로'다. 그러나 각각의 전통은 살려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초등교사 잘 길러낸다. 중등(사대)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10년 만들면서 교원양성 시스템이나 학제 등 고려 안한 엉터리다. 9년제로 해서 중학교 과정으로 끊어지거나 했어야 한다. 사실 사대는 고2·3학년 교사를 기르는 시스템이다. 중학교에는 과학·사회가 있지 물리·화학·생물은 없지 않나? 그런데 사대에서는 그걸 가르친다. 그게 고2·3학년 교사를 기른다는 거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교사는 기르지 않는 거다. 우리 교대가 가진 시스템이 바로 그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교사를 기르는 시스템이다. 내가 제시하는 2+4년제 교육전문대학원 체제가 그래서 필요하다. 교대와 사대가 서로 경쟁하면서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 교대에는 박사 과정이 없다. 이를 요구하는 교대 관련자들의 목소리가 높은데, 교대에 박사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당연하다. 유치원 교사보다 초등교사의 박사학위 소지율이 낮다. 유치원은 박사 과정이 있다. 초등 교육이 발전하려면 전문 연구자가 있어야 한다. 박사 과정이 있어야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 현장 경험만 축적돼서는 안 된다. 공부하겠다는 교사를 국가가 막는 건 죄다. 돈을 대주는 것도 아닌데…. 교·사대 통합하면 박사과정 허락하겠다는 게 교과부다."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 정부는 나한테 과격하다고 한다. 이 기사 나가면 또 과격하다는 소리 듣겠다.(웃음) 이 정부는 다른 의견 청취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위원회 구성이나 정책 추진 과정의 의견수렴 절차도 그렇고. 지난 정부가 의견수렴만 하다가 끝났다면, 현 정부는 마음대로 밀어붙이다 저항에 부딪혀서 못 가고 있다.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을 포함해서 토론과정 생중계도 하고, 교육현안에 대해 다루는 교육전문채널도 필요하다. 하루 종일 골프만 치는 채널도 있던데..."

"초등 교육 발전하려면 교대에 박사과정 생겨야"

 "법학, 의학이 중요하다고하면서 전문대학원을 세운다. 교육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교사를 기르는 데는 정작 돈을 안 쓴다. 정부가 정말로 알파와 오메가인 교사와, 교원 교육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예산과 정책으로 보여달라."
▲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법학, 의학이 중요하다고하면서 전문대학원을 세운다. 교육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교사를 기르는 데는 정작 돈을 안 쓴다. 정부가 정말로 알파와 오메가인 교사와, 교원 교육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예산과 정책으로 보여달라."
ⓒ <교육희망> 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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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의 질을 보장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
"호주의 한 교수가 10년 동안 전세계 8천만 명의 학생을 두고 연구한 결과가 있지 않나? 바로 교사의 봉급이다. 그 이상 뭐가 있나? 학생들 공부 잘하게 하고 싶으면 교사 봉급 많이 주면 된다. 우리나라가 결코 잘 사는 나라가 아니므로 학급당 학생 수 많고 급여 많이 주면 된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학급당 학생 수 줄이고 급여 많이 주는 게 이상적이다. 보조교사도 필요하다. 그래야 학부모도 만족하는 교육이 된다. 교사 하나면 교육은 해결된다. 반면에 교사들 스스로 급여에 대한 기대를 낮출 필요도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면 급여도 낮아질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나는 이를 '교육여건 개선을 통한 교육 질 저하 정책'이라고 말한다."

- 당사자인 교대생들과의 적극 소통도 필요한 거 아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대로 가는 건 시대 흐름 속에서 어렵다.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교대 교수 질이 낮다는 비판 있었지만 지금은 유능한 교수진 있다. 교대의 역할을 스스로 너무 한정 시키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변화를 싫어한다. 그러면 모든 걸 잃게 된다. 앞서서 주도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기다."

- 이상적인 교원 양성체제는 어떤 것이라고 보나?
"교원 교육시스템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의 교원대 시스템은 옳지 않다. 중등 중심이다 보니 초등은 학과처럼 돼 있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교사를 한 캠퍼스에서 교육 하는 게 필요하다."

- 교원양성과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육 당국이 할 일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이나 국회의원들의 마인드다. 법학, 의학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전문대학원을 세운다. 교육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교사를 기르는 데는 정작 돈을 안 쓴다. 정부가 정말로 알파와 오메가인 교사와, 교원 교육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예산과 정책으로 보여달라."

- 끝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교대는 사회에 필요한 교사들을 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자꾸 교대를 과거의 편협된 시각으로 보지 말아 달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입학하고 교수진도 노력한다. 믿고 지원하고 잘못하는 건 평가를 통해 비판하면 교대가 산다. 그러면 초등교원 교육과 초등교육이 사는 거다."

[인터뷰] 황선명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교대협)의장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 황선명 교대협 의장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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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대생들이 현 교대체제의 유지를 선호하는 이유는?
"교대통폐합이 초등교원양성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초등교원양성을 포기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와 면담 결과 교대통폐합이 교원양성체제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재정을 줄이고 재정적 효율성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교대통폐합은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파괴할 것이다. 초등교육만을 위한 독립적인 교육기관이 없다면 초등교원양성과 초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교대가 종합대로 통폐합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일반대생의 초등복수전공이 허용될 것이고, 특수교육과의 전례처럼 여러 종합대에 초등교육과가 우후죽순 격으로 설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교대생들도 사범대생처럼 엄청난 임용경쟁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교대인들을 교대통폐합을 반대하고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며, 초등교육의 개선을 위해 교육재정을 확보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 교사대 통폐합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6년대학원제나 한국교육종합대학교(안) 등에 대한 입장은?
"교대 총장들을 주축으로 거론되고 있는 6년제대학원체제나 한국교육종합대학교안 등은 교대통폐합의 대안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들을 교대통폐합 문제가 불거지자 교대통폐합의 대안처럼 포장되어 나온 것뿐이다. 새로운 초등교원양성체제가 초등교원의 질을 향상시키고 초등교원양성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며, 교원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찬성이다.

정부의 통폐합논리는 교원정원 감축에 따른 교대의 입학정원 감소로 인한 재정부족 문제인데 대학원체제는 교대운영비를 축소시키기보다는 대학원 신설에 따른 지출을 늘릴 뿐이다. 결국 6년제 전환에 따른 학생증가와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를 결국 학생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것뿐이다. 또한 3학년부터 시작되는 4년 간의 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이 현행 4년제 교대의 교육과정과 크게 달라질 수는 없기 때문에 교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교육종합대학교 방안을, 결국에 교대끼리의 통폐합과 중장기적으로 사범대를 흡수하는 방안이므로 사실상 통폐합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통폐합의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지금의 초등교원양성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교육재정 확충밖에는 없다."

- 교과부나 교대 총장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은 교수, 교직원과 함께 대학의 3주체이다. 교육대학의 주인은 바로 우리 2만 교대인이다. 하지만 지난 제주교대 통폐합과정에서 보았듯이, 학생들의 주장은 묵살되었다. 또한 학교의 주체인 학생의 결정은 교수나 교직원에 비해 상당히 낮은 비율로 반영되었다. 학교에서 사실상 학생들이 배제된 채 우리들의 미래와 초등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 처리된 것이다. 이런 비민주적인 학교의 행태는 고쳐져야 한다. 올해 우리 2만 교대인들은 학교를 심판 할 것이다. 학교는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통폐합과정에서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학교의 삼주체가 모두 동등한 조건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를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의 논리가 아닌 인간과 교육의 논리로 교육을 바라봐야 한다. 초등교육을 말살하고 공교육을 방기하는 교대통폐합을 즉각 중단해야 하고, 교육재정을 확충하여 올바른 교육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 2만 예비교사들은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도 교대통폐합을 비롯하여 교육을 파괴하는 교육정책들을 계속 진행한다면, 2만 교대인들의 총단결로 끝까지 정부와 맞서 싸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 실린 내용을 크게 고치고 다듬은 것입니다.



태그:#교대통폐합, #광주교대, #박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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