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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폴 존슨의 〈창조자들〉
책겉그림폴 존슨의 〈창조자들〉 ⓒ 황금가지
창조성이란 남들과 다른 독특한 점을 발휘할 때 돋보인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향과는 분명 남다른 시각과 예술과 능력을 나타낼 때 찬사를 받는다. 문학계와 예술계에서도 보통의 글과 짜임새보다도, 보통의 그림과 음악보다도 전혀 색다른 구성과 내용을 지닐 때에 창조성이 돋보이게 된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는 고통이 뒤따르는 일이다. 누군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글과 그림과 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굶주림에 처하기도 한다. 조개의 아픔 속에서 진주가 나오듯, 창조성 또한 아픔과 고통이 엮어내는 예술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창조성이 발휘되기도 한다.

폴 존슨의 <창조자들>은 제프리 초서에서부터 피카소까지, 위대한 예술가 17인의 창조성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물론 문학과 미술 혹은 음악과 같은 예술분야에만 집중된 창조자들만 다룬 것은 아니다. 건축과 의상, 공예에 등장하는 파란만장하고 기이한 창조자들에게도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캔터베리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제프리 초서가 유명한 것은 바로 그로부터 영문학이 탄생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음성 언어와 어느 정도의 문자 언어가 있었지만, 초서는 영문학의 신기원을 이룬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물론 초서 이전에도 영어 연설문이 낭독되고, 영어로 논쟁하고 영어로 판결하는 공문서가 만들어진 게 사실이다.

그로 하여금 무엇이 영문학의 창시자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얻게 한 것일까? 그것은 그의 문학작품이 영국문학보다 훨씬 뛰어났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문학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고, 그가 사용하는 단어와 구상과 심상과 언어의 유희들이 자신감들로 꽉 차 있었고, <캔터베리 이야기>만큼 당대의 인간 행동에 대한 천태만상을 잘 보여준 작품도 드물었고, 그를 통해 창시된 영어 단어가 천개가 넘을 정도였고, 무엇보다도 하층민의 사랑을 받은 이유였다.

오르간 연주의 유전학으로 불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어떠할까? 그는 사실 어렸을 적 이른 나이에 부모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로 고아가 되었고, 이후 친척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10대 초반에 오르간 연주가 수준급에 올랐고, 바이올린과 기보법까지 통달한 뒤에는 독학으로 음악공부를 했는데, 대부분 음악 도서관의 악보를 베끼면서 공부했다.

그 뒤 바이마르 궁정과 아른슈타트의 노이 교회에서, 그리고 뭘하우젠의 성 블라지우스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살았으며, 훗날에는 궁정 실내 음악 및 오르간 연주를 담당하며 일곱 아이를 얻기도 했다. 그처럼 그의 오르간 연주는 그로 하여금 오르간을 설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 그 유명한 <B단조 미사>와 <마태 수난곡> 등 유명한 작품까지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에 대해서는 약간 색다른 평가를 내린다. 그가 비록 문학적 천재성을 지닌 사람이긴 하지만, 지적 수준은 꽤 무식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공화정과 프랑스에 대한 그의 표현이 진부한 데서, 허황된 국가주의를 소리쳐 외친 데서, 그리고 세 차례 의원을 지닌 사람답지 않게 허풍쟁이 연설가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충분하다는 것이다.

"20세기의 첫 10년 동안 프랑스 회화는 마침내 예술에서 유행으로 옮겨 갔고, 대중이 사실적 기교에 싫증을 느끼면서 피카소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는 미술을, 다시 말해 10퍼센트의 참신함과 90퍼센트의 기교로 완성되는 회화를 두 비율이 정반대인 유행 예술로 바꿔 놓았다."(425쪽)

이는 피카소에 대한 평가다. 폴 존슨은 피카소가 뛰어난 예술가라기보다는 천재적인 장사꾼에 더 가깝게 그려내고 있다. 더욱이 피카소는 일과 쾌락을 위해 여자들이 필요했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정부와 대저택과 금괴는 피카소라는 산업을 형성한 매개체였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피카소의 창조성은 더 많은 작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그의 상업성에서 발휘된 역량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듯 세계사 속에 위대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의 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남다른 부분들이 숨어 있다. 그들의 이면을 파헤쳐 주는 폴 존슨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들이 무슨 동기로, 어떻게 창작활동을 했는지, 그들이 작품을 만든 실제 이유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바란다. 그러면 그들의 창조성 뒤에 숨어 있는 엉뚱한 비화를 엿보게 될 것이다.


창조자들 - 셰익스피어에서 월트 디즈니까지, 위대한 예술가 17인의 창조 전략

폴 존슨 지음, 이창신 옮김, 황금가지(2009)


#폴 존슨#창조자들#숨은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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