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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봄의 성이로구나."
봄 산이 화려하다. 언제 그 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산의 구석구석마다 산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있어야 할 곳에는 어김없이 자리 잡고, 피어나 있다. 자연의 오묘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사람이 의도적으로 심기가 불가능한 곳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산벚이 핀
▲ 마이산 산벚이 핀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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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샘 가는 길.
데미샘은 섬진강 발원지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서 시작한다. 발원지의 작은 물은 흐르면서 이웃의 물들을 수용한다. 그래서 결국은 삼 백리를 흘러가면서 거대한 강줄기를 이룬다. 사람들의 다정다감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유롭게 지내다가 결국은 전라남도 광양만까지 흘러간다. 바닷물과 만나는 것이다.

진안은 전라북도에서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다. 예년의 경험을 보면 전라북도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피어나는 곳이다. 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마이산에도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4 월 말에 축제를 하는 것으로 기억되어 찾았다. 그러나 이미 벚꽃은 모두 지고 난 뒤였다. 그만큼 기온이 상승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이산의 벚꽃 구경은 포기하고 데미샘의 유록을 보러가기로 하였다. 데미샘 가는 길은 좁은 2 차선 도로였다. 가로수로 벚꽃이 심어져 있었다. 심어진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무가 어렸기 때문이었다. 심어져 있는 어린 벚꽃들도 모두 다 떨어지고 없었다.

싱그러운
▲ 유록 싱그러운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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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다. 거의 다 떨어져서 꽃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지만, 마지막 남아 있던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꽃눈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춘삼월 호시절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만개하였을 때를 상상하니, 어렵지 않게 그 화려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다.

유록.
어린 새싹을 말한다. 이제 갓 세상에 고개를 내민 새순에게서는 고운 향이 배어났다. 그 향이 어찌나 싱그러운지, 온몸이 쇄락해진다. 꽃들은 화려하지만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피곤함을 느낀다. 특히 빨간색 계통의 꽃은 더욱 그렇다. 처음 볼 때에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이내 피로하게 만든다. 그러나 유록은 아니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옆에 오래오래 두고 싶을 뿐이다. 볼 때마다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유록에 취하면 시나브로 긍정적인 마음이 된다. 세상 일이 모두 다 잘 될 것이란 낙관론자가 된다. 왠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을 가지게 한다. 유록에 취하여 오랫동안 음미하였다.

향
▲ 싱그러운 향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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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봄이 왔으니, 봄이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슴에 또 하나의 봄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 서러워서일까? 멀어지는 봄을 안타까워하면서 유록을 통해 작은 위안을 얻는다. 올해의 봄은 영원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속절없이 유록을 바라보고 있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송고



태그:#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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