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전 우편함에  무료공연초대권이 들어 있어서 확인해보니 중국동포를 위한 북한예술단공연을 무료로 하며 참석자에게는 선물과 함께 추첨을 통해 자전거,카메라등을 준다는것이였다.

 

무료공연을 미끼로 노인들을 불러모아 엉터리 제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한다는것쯤은 이제는 누구나 다 알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언론매체의 뉴스정보를 쉽게 받아보기가 어려운 나이많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떄문일 것이다.또한 대상지역이 대부분 생활보호대상자나 서민층들이 사는 곳들이다.

 

 

일요일 오전에 공연장소인 뷔페식당으로 갔다. 입구에서는 행사직원으로 보이는 남녀가 입장하는 사람들이 공연참가자인지 물어보며 2층으로 친절하게 안내를 했다. 입구에서는 추첨권에 이름을 적었고 안내문과 인적사항을 적을 수 있는 종이와 볼펜을 나눠줬다. 식당안에는 무대와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고 50여명쯤 되는 사람들이 앞줄부터 앉아서 유명 트롯트 가수의 공연중계를 TV로 시청중이였다.

 

행사직원임을 알수 있는 복장을 한 여러 명의 남녀가 좌석정리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며 핸드폰은 꺼주기를 몇 번씩 말하고 다녔다. 공개적인 사진촬영은 안될 분위기라서 윗옷에 숨겨서 몰래 셔터를 눌렀다.

 

행사시간인 10시를 조금 넘어서자 참석자는 100여명 정도로 대부분이 6-70대의 남녀노인들이 많았고 4-50대도 드물게 눈에 띄었다. 여기저기서 말하는 어투가 중국동포들이 많이 참석했음을 알수가 있었고 옆자리의 중국교포 할머니에게 어떻게 공연에 참석하셨냐고 물었다.

 

'북한예술단 공연볼라고 왔지 선물도 공짜로 준다고 하는데 진짜로 공짜로 줄라하겠어..'

 

밝은 조명이 꺼지고 오색찬란한 조명과 터질듯한 음악소리로 공연은 시작되었다.여성 3인으로 구성된 북한예술단이 북한식 발음으로 무대인사를 하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서 노래를 세 곡 부르고 이어서 남성가수가 트롯가요를 두 곡 불렀다.

 

그 다음 무대에는 00군 인삼사업단장이라고 하는 중년의 사내가 인사를 하고 6년근 인삼이라는것을 보여주며 좋은 인삼 구별법과 가정에서 홍삼을 만드는 방법등을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물건을 팔기위한 것이 절대 아니라며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분위기를 숙달된 입담과 즉석퀴즈로 경품을 제공하면서 이끌어갔다.

 

참석자들중에 바람잡이로 보이는 몇몇은 유난히 말을 많이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어느정도 분위기를 띄우자  준비된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며 흑삼농축액의 효능을 설명하고 복용한 환자들이 치료되었다는 경험담들은 뉴스화면과 자체 제작한 영상을 교묘하게 편집한 것이였다.

 

참석자 모두에게 흑삼농축액을 직접 입안으로 넣어주며 맛을 보여줬는데 쓰고 인삼맛이 느껴졌다.선착순 10명에게만 무료제공 한다며 미리 나눠준 종이에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만 적어서 손을 들라고 했다.

 

 

직원들은 적는 것을 확인하면서 응하지 않는 노인들에게 엄마,아빠 호칭을 쓰며 무료라는것을 강조하며 적을 것을 부추겼다. 추첨을 통해서 무료로 주는 것일까 생각해봤는데 제출된 종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즉석에서 흑삼농축액 두병이 들어있는 상자가 전달되었다.

 

제품포장박스는 고급스러움을 나타내려는듯 화려한 금박으로 되어 있었고 식약청 및 미국FDA승인과 유럽국가들에게 승인을 받았다는 마크들을 붙여놓았다. 물건을 받으면서 당황스러워 하는 노인들도 있었지만 받지 않을수 없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어서 흑삼농축액의 복용법과 효능을 재차 설명하면서 무료로 준다고 했다.

 

백화점에서 판매될 가격이 96만원이고 중간유통마진 40만원을 뺴면 56만원인데 추가로 20만원을 할인해서 36만원에 한병값은 받아야 되는 이유를 행사진행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주는것이 인간적인 도리라고 하자 바람잡이로 보이는 노인들이 또다시 박수를 유도해내면서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이어서 다른 사내가 무대로 올라와서 자신을 의료기기업체의 사장이라고 하면서 유명병원과 대학 교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고혈압과 당뇨를 치료하는 음이온 목걸이라는것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조작된 영상과 사진으로 참석자들을 현혹하기 시작했다.

 

한때 유명했던 배우와 운동선수들이 광고모델로 나온 영상까지 보여주고 참석자 중에 음이온목걸이를 하고 있는 노인이 자신의 경험담으로 고혈압과 치매까지 고쳤다는 고백에서는 여기저기서 와 하는 소리와 박수가 터졌다. 67만원짜리를 광고비와 유통마진을 뺴고 30만원에 판매한다며 앞서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즉석에서 물건을 전달하면서 직원들이 바로 목에 걸어주기도 했다.

 

다시 북한예술단의 공연이 이여졌고 3시간여에 걸친 행사는 끝났는데 공연시간은 30분 정도였다. 추첨을 통한 경품제공은 입장할 때 이름을 적은 추첨권을 참석자들이 뽑게 하다가 시간관계상 본인들이 뽑아도 되겠냐며 1,2등 경품의 추첨을 하였다. 손은 추첨통안으로 들어가고 눈은 아래쪽을 보고 있었는데 미리 적어둔 이름을 보는듯 했다.

 

물건을 구매한 참석자들에게는 사은품을 증정한다며 남게 하고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은 퇴장시키면서 허리벨트 하나씩을 나눠졌다. 행사장 밖으로 나오자 서너명의 노인들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주최측만 바뀐 것 같았고 똑같이 무료경품제공하는데 남성은 입장불가란다.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을 인터뷰 할 목적으로 30여분을 기다리자 몇사람이 나왔고 구입한 물건은 들고 있지는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50대로 보이는 중국교포 남성 두명에게 다가가 같이 공연을 봤다면서

구입한 물건을 안가지고 나왔냐고 물었다.

 

"돈을 내라고 하던데..돈 없다고 하니까 카드나 통장번호를 알려줘도 된다고 하는데 난 아무것도 없지. 아무것도 없다고 하니까 돈 빌려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자신들이 차로 태워서 같이 가겠다고 한다. 난 아무도 없다하니 물건놓고 나가라고 한다."

 

한국에 온지 1년정도 되었다는 교포남성은 경기도 양주의 한 요양원에서 일을 했는데 지금은 두달째 일이 없단다. 북한예술단 공연이라고 해서 한국에 온 동료와 같이 왔는데 북한예술단은 가짜같다며 자신이 진짜 북한예술단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면서 속은것 같다고 했다. 돈도 없으면서 왜 물건을 구입했냐고 묻자

 

"공짜로 준다고 해서 그런거지 그냥 막 떠넘기는줄 몰랐지 그런데 저 물건들 안좋은거요?"

 

빨리 일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그는 오늘 온 이유중의 하나도 아는 중국교포들을 만나서 일자리 도움 받을수 있으까 싶어서 라며 도착한 버스에 쓸쓸히 올라탔다. 잠시후에 이번에는 구입한 물건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40대 중반의 부부에게 다가가서

공연을 같이본 사람이라며 물건 많이 구입한것 같다고 하자, 흑삼농축액과 목걸이까지 두세트씩 구입했다며 130만원 들었다고 했다. 건강이 안좋아서 구입했냐고 물었더니

 

"몸이 피곤하고 아픈것 같은데 병원에 가봐도 문제 없다 하고 몸에 좋다해서 구입했다."

 

130만원이 작은돈이 아니라서 많이 부담되지 않냐고 묻자 말없이 웃기만 했다.

10개월 할부로 구입하는거냐고 묻자 그렇다면서 주민등록번호와 은행계좌번호를 적고 나왔다고 한다. 어떤일을 하는지 물어보자 잠시 뜸을 들이다가 남편이 '둘다 놀아요 '하면서 경계심을 나타냈다.

 

경기불황과 실직으로 저소득층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탕주의 떠돌이 장사들의 꾐에 넘어가 엉터리제품을 비싼가격에 받아오는 노년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소비자단체도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고 한다.

 

노인들은 무료공연을 봤다는 인정(人情)과 군중심리에 이끌려 물건을 받아오는 경우가 많고 나중에 환불하려고 해도 각종 트집을 내세워  반품등이 쉽지 않는 현실이다. 현행 방문판매법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는 영업행위는 불법이며 14일 이내에 또는 물품이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30일 내에는 청약을 철회할수 있다. 하지만 법은 이들에게 너무 멀고 힘도 약하다.

 


태그:#무료공연, #홍삼, #음이온목걸이, #노인, #교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