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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츠나베는 곱창전골의 일본식 요리이다
 모츠나베는 곱창전골의 일본식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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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이 일본에서도 인기다. 우리와 차이라면 구이보다 전골을 더 즐긴다는 점. 곱창전골의 일본명은 호르몬나베(ホルモン鍋) 또는 모츠나베(もつ鍋)이다. 지방(기름)에 의미를 두면 호르몬나베이고 내장에 의미를 둔다면 모츠나베가 되겠다.

모츠나베 요리로 이름난 지역은 후쿠오카(하카타)이다. 이 지역에서 즐겨먹기 시작했던 모츠나베가, 미용과 스테미나식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던 것. 후쿠오카의 또 다른 명물요리로는 하카타라멘과 멘타이코(명란젓)가 있다. 모츠나베까지 포함해서 후쿠오카 3대 지방요리가 완성된다. 이들 요리의 특징은 서민풍이자 원류가 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 후쿠오카에 정착한 한인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카가와현 타카마츠시에 있는 스이토야(??屋) 외관 (이미지출처/??屋홈페이지)
 카가와현 타카마츠시에 있는 스이토야(??屋) 외관 (이미지출처/??屋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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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마츠 가와로쿠 엘스테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일본식요리주점 스이토야. 이 지역에서 제철에 난 식재료와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하는 요리를 내는 가게이다. 미리 예약을 해놓은 상태인지 벌써 상차림이 완료되어 있었다.

한 상에 하나씩 총 세 개의 냄비가 놓여있다. 각각 김치, 삼겹살과 해산물, 곱창이 주재료였다. 난 모츠(내장)이 있는 상에 앉았다. 일본풍 곱창전골이라…. 맛을 기대하면서 일단 맥주부터 한잔 시켰다.

일본에서는 서로 술 취향이 다르다고 해도 식전주로 대부분 맥주부터 한잔씩 찾는다.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원래부터 시작은 맥주이고 마무리도 맥주이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몇가지 츠케다시에 눈을 돌렸다.

베이컨이 올라간 샐러드, 카가와현의 향토요리인 간장콩(しょうゆ豆), 간 무와 함께 나오는 달걀말이를 먹으면서 모츠나베가 끓기를 기다렸다.

 일본에서 모츠(내장)의 섭취는 지방 위주이다. 우리와 반대의 섭취법이다. 이는 구강구조의 차이가 이유인 듯하다
 일본에서 모츠(내장)의 섭취는 지방 위주이다. 우리와 반대의 섭취법이다. 이는 구강구조의 차이가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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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츠나베는 재료 성격상 신선도가 중요하다. 신선도는 빛깔로 말하는데 칙칙하지 않고 밝고 윤기가 흘러야 상품이다. 나베요리용으로는 주로 소의 소장을 이용하지만, 이 집의 재료는 소장으로 보이진 않는다. 대창이 아닌가 싶다만, 혹 사진으로 보아 부위를 알아낼 수 있다면 알려주시라.

 모츠에는 콜라겐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렇다고 바로 체내에 흡수되는 건 아니다. 때문에 콜라겐 흡수를 돕는 부추나 양배추와 곁들여야 궁합이 맞는다
 모츠에는 콜라겐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렇다고 바로 체내에 흡수되는 건 아니다. 때문에 콜라겐 흡수를 돕는 부추나 양배추와 곁들여야 궁합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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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게 있어 내장은 호르몬=내장=질기다 식으로 연상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집의 내장은 밤톨만한 지방에 손톱만한 내장이 붙게 손질이 되었다. 내장위주인 한국과는 완전 다른 섭취법이다. 뿐만 아니라 손님의 성비도 예상을 뒤엎는다. 모츠나베를 즐기는 손님의 4할 정도가 여성이다. 이는 내장에 많이 함유된 콜라겐이 미용에 좋다는데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 콜라겐은 섭취한다고 해서 그대로 체내에 흡수되진 않는다.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돕는 효소도 필요하다. 그런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채소가 부추, 양배추, 마늘등이다. 따라서 내장을 섭취할 땐 반드시 이들 채소들과 함께 먹어야 제대로다.

 모츠나베에는 뜨거운 고구마소주가 잘 어울렸다
 모츠나베에는 뜨거운 고구마소주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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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모츠나베가 끓기 시작한다. 술 종목도 냉보리소주를 거쳐 온고구마소주로 바꾸었다. 룸 안에는 보리소주와 고구마소주를 따를 수 있게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8인 이상 이용시 인당 2000엔에 소주, 맥주, 사케, 칵테일주 등을 무제한으로 마실수도 있다. 2시간의 시간제한은 있는 듯하다.

 모츠 한점을 입에 넣자 농후한 지방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느끼하다기보다는 달콤했다
 모츠 한점을 입에 넣자 농후한 지방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느끼하다기보다는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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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창전골의 곱창도 별미지만 모츠나베의 지방 또한 별미였다
 곱창전골의 곱창도 별미지만 모츠나베의 지방 또한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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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츠(내장) 한 점을 간장에 살짝 찍어서 입에 넣었다. 도툼한 지방이라고 해서 완전 느끼할 거라는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입안에서 퍼지는 지방의 달콤함이라니…. 농후한 맛이라니…. 지방에서 배어나온 감칠맛과 양배추의 단맛이 결합된 국물. 여기에 깔끔한 보리소주나 데운 고구마소주와 함께하는 즐거움이란. 미각의 즐거움은 점차 상승되고 있었다.

호기심에 김치나베도 맛봤다. 정통 김치찌개 특유의 풍부한 산미는 기대 마시라. 들척지근한 맛이라니. 맛보겠다고 접시에 담아오긴 했지만 비우느라 혼쭐 좀 뺐다.

튀김도 나온다. 소재는 두릅, 죽순, 멸치이다. 두릅은 향이 죽었고, 죽순은 평범했다. 그나마 멸치튀김이 평범하지 않은 맛이다. 간장에 찍었더니 비린내가 풍겼다. 녹차소금에 찍었더니 그제서야 풍미가 산다. 재료에 따라 소스나 양념을 달리해야 제맛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히레사케, 컵의 온도를 차단하는 대나무커버와 풍미가 날아가지 않도록 뚜껑까지 있는 게 인상적이다
 히레사케, 컵의 온도를 차단하는 대나무커버와 풍미가 날아가지 않도록 뚜껑까지 있는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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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까지 왔으니 히레사케도 아니 주문할 수는 없는 일. 우리보다 작은 컵이다. 컵의 온도에 손이 뜨겁지 않도록 대나무로 된 커버, 거기다가 풍미를 달아나지 않게 막는 뚜껑까지 있다. 이 사람들의 섬세함에 혀를 두를 수밖에. 그런 섬세함이 깃든 히레사케가 별로라면 말이 되겠는가. 기억에 남는 히레사케를 경험했다.

어묵튀김이다. 흡사 우리네 어묵과도 같은 색상, 맛 또한 그렇다. 잡고기를 갈아서 튀겨낸 쟈코텐튀김이다. 온고구마소주도 맛을 봤다. 일본 소주의 맛은 깔끔한 게 특징이다. 우리네 희석식 소주의 묘상한 향과 달달한 소주와는 다르다.

국내에서 가지고 간 소주 한병을 꺼내서 마시라고 권했다. 어찌나 기뻐들 하는지…. 일본에서 진로소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 두 잔 남은 소주병을 주인아주머니에게 드렸더니, 마치 욘사마를 만난 것처럼 기뻐했던 표정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모츠나베 국물에 먹는 라멘도 별미이다
 모츠나베 국물에 먹는 라멘도 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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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츠나베에서 기대되는 순간은 면과의 조합이다. 모츠나베에는 라멘 면을 넣었고, 옆 냄비에는 우동을 넣었다. 낮에 이름난 사누키우동을 맛보아서인지 우동면은 별로였다. 하지만 라멘은 모츠와 채소에서 우러난 맛과 더해져 기쁘게 먹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모츠나베#호르몬#곱창#곱창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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