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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어지럽고 아파요."

"왜 그래?"

 

"학교에서 햇볕을 너무 많이 쬐였나 봐요."

"어디 보자. 많이 아파? 조금 누워 있어."

 

15일 오후, 여수시 소라면 현천 지역아동센터의 수업 전 풍경이다. 이곳은 1994년에 시작됐다. 시골의 현천 중앙교회에서 조손 가정, 소년ㆍ소녀가장, 한 부모 가정 등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해 문을 연 게 올해로 15년째다.

 

현천 지역아동센터를 매일 꾸준히 오는 학생은 초ㆍ중ㆍ고생 20여 명. 오다 말다를 반복하는 학생까지 합치면 30명 안팎의 시골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부방이 되었다.

 

인근 여수시 소라초등학교 소라남분교 학생수가 3학급에 13명, 중ㆍ고등학생까지 합쳐 40여 명인 걸 감안하면 많은 학생이 의지하고 있다. 물론 형편이 되는 아이들은 학원 과외를 받고 있다.

 

김현숙 선생님이 오자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사물 시간이 시작된다. '땅~따 땅따 따당 따당 땅~따' 농악 가락이 고요한 적막을 깨트린다. 이 사물은 오는 5월 5일 어린이 날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시골 교회 역할은 빈곤ㆍ의료ㆍ지식 사각지대 없애는 것"

 

"시골은 농부이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만 찾아들 뿐 대부분 도시로 나가려고 한다. 그런 만큼 시골마을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빈곤, 의료, 지식의 사각지대가 되었다. 당연히 누군가가 나서 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골 교회 역할 아닌가."

 

현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을 겸하는 김영천 목사의 '교회 역할론'이다. 지난 3월, 이미 두 차례 방문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공감한다. 아니나 다를까, 몸이 아파 누워 있는 아이의 몸 상태를 확인하더니 손과 귀를 주무른다.

 

"아~, 목사님 아파요."

"아파야 낫지. 조금만 참아."

 

김 목사는 "있는 집 아이들은 학원을 몇 개씩 보낸다. 아이들은 억지로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며 "공부할 놈은 어디서도 한다. 하지만 공부 안할 놈은 어디서든 안한다. 이것을 모르고 부모들은 굳이 주지 않아도 될 '과외'선물을 미리 주고 있다"고 푸념이다.

 

현천지역아동센터는 학생들의 올해 목표도 색다르다. "매주 2권씩 50주 잡고 책 100권을 읽는 것"이다. 뛰어놀고, 농악과 피아노도 배우며, 공부도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그렇다면 이곳 운영은 어떨까? 15년간 학생들 방과 후 수업을 해 온 왕은하(33)씨는 "자립적으로 운영되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2004년부터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말한다. 처음 받은 금액은 67만2000원. 지금은 230만 원으로 늘었다. 자잘한 후원금까지 합치면 240여만 원.

 

 

지역아동센터, 인건비 일원화와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 필요

 

"자원봉사까지 합치면 7명의 선생님이 있다. 지원금은 인건비로 50% 이상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지원금의 절반인 110만 원이 인건비다. 1명만 제대로 60여만 원을 받는다. 영어를 가르치는 목사님은 무급이며, 다른 선생님은 수고비와 교통비만 주고 있다."

 

이는 대부분 지역아동센터가 겪는 어려움이라 한다. 하여, "선생님들 급여 좀 올려 달라."는 목소리가 아이들 입에서 튀어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왕은하씨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다니는 공부방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기 위해서는 자원봉사는 한계가 있다"며 "예산 지원이 따르면 현장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며 인건비 보다 프로그램에 더 신경 쓰는 눈치다.

 

이와 관련, 김영천 목사는 "인건비 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보건복지가족부에서 파견하는 센터 지원교사는 90여만 원(4대 보험 포함)인데 반해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는 60여만 원으로 나눠져 불만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들어온다. 강동균(고 2) 군은 "밖에서 말하는 공부 못하는 학교에 다니지만 꿈과 희망을 갖고 있다"며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배웠기 때문이다"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당차게 말한다.

 

한없이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우리들의 희망일 것이다. 지역아동센터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현천지역아동센터, #괴외, #방과 후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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