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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

신데렐라가 살았어요.

신데렐라는 못된 계모와 언니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계모와 언니들은 신데렐라에게 온갖 집안일을 시키며 구박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성에서 파티가 열리고 언니들은 예쁘게 치장을 하고 파티에 갔어요. 하지만 신데렐라는 가지 못한 채 다락방에서 울고 있었는데, 그 순간 요정이 나타나 신데렐라는 황금마차를 타고 파티에 갔어요.

신데렐라는 파티에 가서 왕자님과 춤을 추었습니다.그러던 사이에 어느덧 시계바늘은 12시를 향했습니다. 신데렐라는 얼른 파티장을 뛰쳐나왔습니다. 신데렐라가 뛰쳐나오자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왕자는 신하들에게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신하들은 이집저집 다니다가 신데렐라의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언니들도 유리구두를 신어보았지만 맞지 않았습니다. 신하들은 신데렐라에게도 신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유리구두는 신데렐라의 발에 꼭 맞았습니다.

 

그렇게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을 했고, 둘은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행복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모든 여성의 로망, 신데렐라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보면 지혜(김남주)와 봉순(이혜영)은 적어도 신데렐라는 꿈꾸지만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여성이 한 번쯤 신데렐라를 꿈꾸어 봤을 터. 안 그랬다면 어딘가 남다른 사람일지도.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꼭 예쁜 여자 옆에는 못 생긴 친구가 한 명씩 있다. 그리고 늘  붙어 다니며 예쁜 아이의 시중 아닌 시중을 드는 그런 아이. 그런 아이가 지혜와 봉순이다. 하지만 이들 관계는 남자 하나로 삐끄덕 거리기 시작한다. 늘 그렇듯. 하지만 이런 경우를 흔하게 주변에 볼 수 있으니, 식상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봉순은 성형외과를 찾아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고쳐주세요."

 

그리고 내민 사진 한 장은 자신에게 대못을 박은 천지애 사진. 사실 봉순은 그래 아주 못 났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교정기를 찬 입으로 앞으로 돌출되었고, 늘 유지하는 뽀글퍼머의 촌스러움과 커다란 안경 안으로 주근깨까지.

 

남성들이 절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마스크를 가진 불행한 아이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준혁(최철호)를 차지하기 위해 불가능하게 보였던 얼굴과 몸매를 큰 리모델링을 거쳐 완전히 바꿨다.

 

의사를 향해 울며불며 천지애와 비슷하게 해달라고 말하는 봉순. 안쓰러움에 안으며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세상 얼굴이 다가 아니야!"라고. 하지만 봉순은 성형수술 후 잠깐의 계략으로 준혁을 쉽사리 차지했다.

 

사실 지애가 고등학교 시절 얼굴 하나 믿고 봉순에게 너무 하긴 했다. 거울을 보내며 "이게 내 답이야!"라고 말한 지애. 봉순과 친구라고 하기엔 관계가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봉순은 신델레라를 꿈꾸었다. 그럼 반명 지애는? 역시나 지애는 얼굴에 꿀릴 것이 없으니 더욱더 신데렐라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었던 그녀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무시했던 적수라 여기지 않았던 봉순에게 배신을 당하고 선택한 달수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닌 알고 보니 바보온달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같은 여성으로서 씁쓸함을 준다. 왜? 모든 여성이 신데렐라처럼 꿈을 꾸고 자신의 능력이 아닌 남자의 능력에 기대어 신분상승을 꿈꾸니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다.

 

대게 잘 나가는 알파걸들은 소수로서 그녀들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평범한 여성들이니. 그래서 '재투성이'라는 뜻을 가진 신데렐라가 자신의 능력으로 될 수 없다면 남자에게 기대기 마련이다.

 

<내조의 여왕>은 이러한 여성들의 심리를 아주 맛깔스럽게 버무려내고 있다. 적어도 여성들은 <내조의 여왕>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 혹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보고 있을 테니.

 

내 능력으로 될 수 없다면 만들겠노라!

 

하지만 어느정도 신데렐라가 된 봉순도, 평강공주 신세로 전락해 버린 지애도 행복하지만은 않다. 물론 극중에서 지애는 행복하지만 돈이 너무 없는게 짜증난다는 말로 자기 위안을 삼기는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지애는 신데렐라가 될 수 없다면 평강공주가 되겠다고 자청했다. 달수의 취직을 위해서 퀸즈푸드의 이사 사모님의 동선을 파악해 우연을 가장해 만남을 성사시키더니 급기야 가정부일까지 도맡아 한다.

 

그렇게 남편을 취직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지만 적수 봉순이 등장하면서 그마저 쉽지 않다. 자신이 그리 무시했던 그녀가 퀸즈 푸드 부장 사모님이 되어 금의환향 했으니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을 터.

 

하지만 지혜로운 지애는 슬기롭게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며 봉순에게 아부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우리 친구쟎니" 라고 말하는 지애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야멸차다. "우리가 언제 친구였니"라고 응답하는 봉순.

 

그녀에게 자신의 자존심을 낮추고 무릎까지 꿇었다. 그래도 뜻대로 되지 않자, 지애는 봉순에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며 자신이 받았던 수모를 다시 되갚는다. 

 

"나 구걸하러 온 거 맞아. 그런데 목적 달성 못하고 간다. 그러니까 나 구걸하지 않은 거다."

"이 기집애야! 차에서 화장품 냄새난다."

 

역시 지애다. 평강공주의 지혜를 가진 그녀이기에 자신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면서 동시에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되갚는 촌철살인의 유쾌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퀸즈 푸드 이사사모님과 봉순이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이 신델레라가 될 수 없다면 잠시잠깐 평강공주가 되어 달수를 능력있는 남편으로 만들어 행복한 결말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다면 봉순은 대공사를 마친 후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데렐라가 된 것은 아니다.

 

남편 준혁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가 군대간 사이 시부모를 모시며 늘 자신을 가꾸고 늘 불안해 하며 살아간다.

 

그뿐이 아니다 남편의 승진을 위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책략가로서 한편으로는 이사 사모님 패티큐어와 마사지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내조를 선보이며 살아왔다.

 

즉, 지애만큼 봉순도 다 가진 듯 보이지만 호수에 유유자적 노니는 백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애와 봉순은 신데렐라를 꿈꾸지만 아직 그들의 꿈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동화 속 신데렐라가 아니었다.

 

신데렐라 마차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찾아가는 적극적인 여성이었다. 동화 속 신데렐라와 다르게 고생의 연속인 그녀들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백마 탄 왕자들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백마 탄 왕자로 남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적인 여성이다.

 

어찌 보면 그녀들이 남자의 인생에 승차하는 듯 보이지만 그녀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남편을 장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애와 봉순 뿐만 아니라 퀸즈의 모든 여성들이 그러했다. 평강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이사 사모님을 위주로 형성된 그녀들의 소모임은 남편 뒤에서 내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녀들이 실세에 가까운 권력을 행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여자만세이다.

 

그래서 결론은 재투성이 신데렐라는 마차는 타고 왕자 인생에 무임승차해 행복했지만 우리의 내조 여왕들은 결코 무임승차가 아닌 현실을 극복하고 자신의 노력에 맞는 행복을 누리리라. <내조의 여왕>의 결론은 그러할 것이다.


태그:#내조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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