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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산수유, 진달래, 벚꽃이 활짝 피고 지더니 철쭉꽃이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산과 들에는 피어나는 여린 연둣빛 싹이 점점 짙어져 가고 있다. 봄을 알리는 매화가 만개하여 입춘의 기쁨을 만끽한 지도 잠시. 가지에는 형체를 알아볼 만큼 초록빛 조롱조롱 작은 열매가 앙증맞게 달렸다. 자연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실감나게 한다.

지난 8일 아버지가 계시는 전남 광양 옥룡 시골집에 들렀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모여서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다. 가는 나뭇가지가 전정가위에 싹둑싹둑 잘려나간다. 백일홍 잔가지다. 묘목용 꺾꽂이를 만들기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자르고 있다고 한다. 백일홍 나무는 4~5월경에 꺾꽂이를 한다고 한다.

 백일홍나무 잔가지
백일홍나무 잔가지 ⓒ 조도춘

 묘목용 꺾꽂이 가지
묘목용 꺾꽂이 가지 ⓒ 조도춘

한 뼘 정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서 모판에 꽂아두면 2개월이면 흙에 꽂힌 부분에서 뿌리가 나고 가지에서는 싹이 돋아난다. 뿌리를 내린 어린 묘목은 2~3년 동안 모판에서 키워 튼튼하게 자라면 더 넓은 논으로 옮겨 심어진다. 

주로 백일홍은 가로수, 조경수로 많이 쓰인다. 이 꽃은 백일 동안 피는 꽃이다. 꽃 한 송이가 백일 동안 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 피었다 졌다 하면서 백일 동안 계속 꽃을 피운다고 하여 백일홍이라고 한다.
  
정병석(50)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면 이것을 하면 안 되죠...이게 무슨 펀드입니까. 이건 살아있는 생물 아닙니까. 그렇죠.”
정병석(50)“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면 이것을 하면 안 되죠...이게 무슨 펀드입니까. 이건 살아있는 생물 아닙니까. 그렇죠.” ⓒ 조도춘

성급한 마음에 백일홍 꺾꽂이는 상품성이 어떠냐고 묻자 백일홍을 가지를 자르던 정병석(50)씨는 "글쎄요"라고 답한다. 지인들로부터 백일홍 꺾꽂이가 좋다고 해서 올해 처음으로 꽃나무 기르기를 한다고 한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기대도 크다고 한다. 꺾꽂이가 상품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2년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나무가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하는 법. 나무도 장기 투자하는 펀드와 같은 것은 아니냐고 묻자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면 이것을 하면 안 되죠... 이게 무슨 펀드입니까. 이건 살아있는 생물 아닙니까. 그렇죠." 하고 그는 웃는다.    

늘 고향 같은 백일홍 나무

 백일홍나무 꺾꽂이
백일홍나무 꺾꽂이 ⓒ 조도춘

이웃 할머니와 윤우순(68) 할머니는 반듯하게 내어놓은 논 두둑에 백일홍 나무를 꺾꽂이를 하고 있다.

"이것 백일홍입니다. 백일홍을요, 꺾꽂이를 해놓으면 싹수가 나요, 움이나, 순이."  

"백일홍도 심어놓고 옥수수도 심어 놓고
사랑도 맺어보고 부모도 섬겨보자"

할머니는 옛 추억이 생각나는지 백년설의 <정든 땅> 노래를 즉석에서 불러준다. 가사는 조금 다르지만 노랫가락에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백년설의 <정든 땅>은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의 노래인 것 같다. 고향을 잃어버리고 타향을 고향처럼 만들기 위해서 고향의 뜰에서 언제나 정겹게 반겨 주는 '백일홍', '옥수수', 기르면서 부모님 공경하고 아들딸 사랑하면 타향도 정들었던 고향이 되는 모양이다.

 "졌다가 피고 졌다가 피고 백일홍이 세 번을 피면 햅쌀밥을 먹어요"
"졌다가 피고 졌다가 피고 백일홍이 세 번을 피면 햅쌀밥을 먹어요" ⓒ 조도춘

"백일홍이요, 전에 이것이 세 번을 피면 쌀밥을 먹어요, 한해 세 번을 펴요, 졌다가 피고 졌다가 피고 백일홍이 세 번을 피면 햅쌀밥을 먹어요, 이것이 계절을 알려조요, 이 꽃이."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보릿고개 시절 백일홍이 세 번 피고 지는 그날 흰 햅쌀밥을 먹었다던 시절. 사람들은 백일홍 꽃이 지기를 얼마나 기다렸겠는가. 백일홍나무의 꽃은 할머니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서는 모양이다.  

더운 여름날 도로가나 한적한 시골담 너머 흐드러지게 붉은 꽃송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은 꽃이었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즈름나무 또는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백일홍나무 혹은 배롱나무라고 부른 이 나무의 꽃이 피는 7~9월이 기다려진다.
▲ 백일홍나무 꺾꽂이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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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백일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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