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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재래시장 왠지 시장 같지 않아...
▲ 좌판상 없어진 해운대 재래시장 왠지 시장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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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무릎에 망건 씐다"는 한국 속담이 있듯이, 시장은 무조건 왁자해야 한다. 떡장수, 고구마 장수, 밀빵 장수, 국수 장수, 식혜 장수, 채소 장수…, 호객하는 구수한 사투리 맛에 이끌려 사고 싶지 않아도 먹고 싶지 않아도 사게 되는 것이 재래시장이다.

그런데 백년 시장이라는 유서 깊은 해운대 재래시장에 찾아가니 좌판상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재래시장에 좌판상인이 없으면 과연 재래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일까. 보따리와 함지를 이고 먼 거리의 농촌과 어촌에서 장사 나온 상인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는 대낮의 불빛 아래 파리를 날리고 있는 해운대 재래시장 안은 경제 불황을 증언하는 듯 너무 한산하다.

해운대 재래시장은 해운대 주민만 찾아오는 시장이 아니다. 해운대가 국제 관광도시인 만큼 이곳의 시장은 찾는 이들은 해외여행객도 상당하다. 해외 여행의 즐거움은 뭐니뭐니 해도 그 나라의 풍습과 특산물과 생활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 구경이 최고인데 말이다.

해운대 재래시장은 올해 초 새롭게 리모델링 되면서, 바닥에는 타일이 깔리고 색색의 네온 간판이 잘 정비 되어 있지만, 좌판 상인들이 사라지면서, 재래시장 다운 시장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 대신 해운대 재래시장은 점점 먹거리 전문시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오랜 만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해운대 시장 꼼장어 전문집에서 퇴근길에 만났다. 부산에 사는 나보다 해운대의 꼼장어 맛이 좋다는 것을 알고, 먼 거리 마다하고 찾아온 것이다. 

동료들과 가볍게 소주한잔 할때 곰장어 안주가 최고 !
▲ 퇴근길에 동료들과 가볍게 소주한잔 할때 곰장어 안주가 최고 !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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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왁자해야 할 시장 볼 시간인데도 이상하게 시장 보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고개가 가웃거려졌다. 세상에 해운대가 어디인가.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특구의 해운대가 아닌가. 부산하면 해운대이고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들이 다 열리는 해운대. 한 친구가 부산국제영화제(PIFF)에 참석했다가 이곳에서 꼼장어 맛을 보고 너무 맛이 있다는 그 입소문에, 모두들 꼼장어 구이 먹기 위해 모인 것이다. 해운대 곰장어 시장의 장점은 싸고 푸짐한 것, 2인분을 기준으로 해서 2만 원 안팎에서 곰장어구이도 즐기고 공기밥도 주문하고, 소주 한 병도 가볍게 나눌 수 있다.

사실 부산 자갈치 시장도 꼼장어 구이가 유명하지만, 해운대 꼼장어 구이 집도 이에 못지 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것은 부산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살아 있는 생꼼장어가 불판에 올려서 익어가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남자라도 보기 힘들다. 그런데 초등학교 여동창생은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모두들 괜찮다고 일단 먹어보라고 했더니 한 입 찡그린 채 오물거리고 먹고 나더니, 조금씩 안 먹는 척 하면서 불판에 구어지는 꼼장어 구이를 반도 넘게 혼자 다 먹어 버렸다. 그리곤 양이 너무 적다고 탓하면서 한 접시 더 시키자는 말에 좌중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렇게 꼼장어의 맛은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치명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해운대 재래시장 시장맛이 전혀 안나네
▲ 좌판상 없는 해운대 재래시장 시장맛이 전혀 안나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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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장어 또는 곰장어는 먹장어의 사투리. 꼼장어 구이는 양념구이와 소금 구이가 있다. 양념구이는 고추장, 물엿, 마늘, 양파로 버무려서 생선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고, 소금구이는 꼼장어의 생생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곰짱어 소금구이는 참기름장에 찍어 바로 먹는다. 연탄불에 구어야 제대로 된 꼼장어 맛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해운대구 좌동시장 안에도 꼼장어 구이집이 생겼다. 오랜 만에 친구들과 만나 떠들다보니 해가 진다. 제법 어둑어둑해지는데 왁자왁자해야 할 시장에 사람이 없다. 친구들과 해운대 시장 골목을 빠져나오다가, 침구 상회를 경영하면서 멍게를 까서 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장사 잘 되세요?"하고 묻자 상인 아주머니의 말씀은,  "정말 장사 이렇게 안 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참 후엔 "현대식으로 시장을 리모델링 해도 경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서 "옛날이 더 좋은 거 같다"고 덧붙인다.

누구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재래 시장에 좌판상인을 없앤 일은 아무래도 잘못 된 일인 거 같다. 시장은 좌판 상인이 모여 들여서 왁자왁자하고 그 왁자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모여서, 상가도 따라서 번성되는 게 아닐까. 우리 사회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면서 융성해 져야 할 상생이 없는 재래 시장은, 점점 쇠락해 가는 나라의 경제의 거울을 보는 듯 마음이 무겁다.


태그:#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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