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MBC 사장은 주말 동안 장고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사내 반발을 고려해 시간을 끈 것일까?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라디오 PD들의 연가투쟁을 불러온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김미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교체 여부 결정이 오는 13일로 미뤄졌다. 당초 사측이 교체 여부를 최종통보하겠다고 밝힌 시간은 10일까지였다.

MBC 노사는 10일 오후 3시부터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를 열어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이 자리에서 엄 사장은 "교체 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월요일에 경영진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교체 결정도 안 됐는데 제작거부에 들어간 것은 유감이며 보도국 구성원들이 현장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공방협에는 사측에서 엄 사장과 김세영 부사장, 보도본부장, 라디오본부장, 편성국장, 보도국장이 노측에서는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 보도 민실위 간사, 편제 민실위 간사, 보도 부위원장, 편제 부위원장이 참석했으며 회의 시간 대부분이 진행자 교체 문제에 할애된 것으로 전해졌다. .

이근행 본부장은 사측에 "진행자 교체건은 공영방송 경영진으로서 도덕성과 리더십의 문제"라며 "월요일(13일) 의사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부르는 소지를 안고 있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노동조합도 월요일 결정에 따른 후폭풍을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회의에서 사측은 "제작비 절감과 교체 시기"에 대한 정당성을 내세웠으며 노조측은 이에 대한 반박과 함께 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김미화씨를 교체하려는 것이며 김씨보다 더 잘하는 내부 진행자가 있을 수 있다", "신경민 앵커보다 더 잘하는 뉴스 앵커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 등을 개진했으며, 노측은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조합원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엄 사장은 13일 오전 임원회의가 끝난 직후 두 진행자의 교체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결정에 따라 향후 기자와 PD는 물론 노동조합의 투쟁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본부 비대위와 라디오 PD들은 각각 기수별 회의와 총회를 열었으며, 이들과 노동조합은 공히 "월요일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PD들의 '연차투쟁'도 월요일까지 이어진다.

강기갑·이정희 의원 지지 방문... MBC 내부 동참 움직임 일어

한편 MBC 보도본부 차장 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기자들은 10일 오전 7시와 11시 30분 경영센터 1층에서 피켓시위를 벌였으며, 엄 사장은 오전 11시 40분경 밖으로 나오다 이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오전 11시경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지지 의사를 밝히며 방문하기도 했다.

내부 '동참'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MBC 시사교양국 평PD 일동은 10일 '경영진은 부당한 개편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앵커와 진행자 교체에 대해 독단적 자세를 버리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영진이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덮는 대신 구성원들이 힘겹게 싸워서 지켜왔던 방송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통째로 내어주려는 추악한 야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카메라 기자들로 구성된 MBC 보도영상협의회도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무릎을 꿇고 적당히 정권의 비위를 맞춘다고 이 정권의 MBC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며 "지금까지 MBC를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마저 MBC를 버리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