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0일 오후 5시 45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억 원과 함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은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득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졌을 때 "추 전 비서관과 단 한 차례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었고, 추 전 비서관 역시 지난달 23일 구속 당시 강하게 부인했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지난 2008년 8월 말부터 2009년 2월까지 추 전 비서관의 통화 내역 2250건을 조사한 결과 추 전 비서관이 같은 달 17일부터 10월 23일 사이 이 의원의 보좌관 박아무개씨에게 총 8번 전화를 걸었고 이 의원과 총 2차례 직접 통화한 사실을 찾아냈다.
또 추 전 비서관으로부터 "이 의원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지만 단호히 거절당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또 추 전 비서관이 이 의원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를 거절당하자, 지난해 10월 25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같은 부탁을 했으나 이 역시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추경석 전 국세청장, 박 회장의 사돈 김정복 전 국세청장과의 통화는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추 전 비서관이 청와대 환경비서관, 국민소통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 등과도 수차례 통화했지만 '사적인 통화'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추 전 비서관은 지난 1998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한국가정상담 연구소 운영을 위해 4천만 원, 자녀의 어학연수 비용으로 1000만 원, 오피스텔 임대 계약 연장을 위해 1천만 원, 개인 생활비 2759만 원 등을 사용했다.
특히 그가 작년 말 설립한 <아우어뉴스> 설립 자본금으로 총 7400만 원을 사용하는 등 받은 돈 2억 원 중 1억9830여만 원 이상의 돈을 이미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부길 본인이 '거절당했다' 밝혀... 이상득 의원 조사 필요성 없다"
검찰은 이날 추 전 비서관의 이런 행동 등을 적시해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추 전 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과 정 의원 등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의원이 추 전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부인했다는 언론보도를 봤지만 추 전 비서관이 이 의원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진술했고, 2억 원의 사용처도 다 밝혀진 지금 (이 의원을) 소환 조사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혔다.
홍 기획관은 이어, "국세청이 작년 7월 30일부터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작년 11월 검찰에 고발했는데 추 전 비서관에게 2억 원을 건넨 박 회장의 비서실장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도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며 "아직 단정하긴 힘들지만 '실패한 로비'가 아닌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추 전 비서관의 진술과 통화내역 분석 수사만으로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기자들은 "추 전 비서관의 입장에서 '거절당했다'는 진술이 가장 유리한 쪽인데 청탁을 받은 이들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세무조사 무마를 이 의원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홍 기획관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홍 기획관은 "본인 진술과 통화 내역으로 확인했다, 본인 진술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며 되묻고 몇 차례에 걸쳐 "현재 상황에서는 추 전 비서관과 통화한 2200명에 대한 다 불러 조사해봐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또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수사가 이로써 종결된 것이 아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저희들에게 맡겨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 기획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박연차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선 "나중에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추 전 비서관과는 연결되지 않았다"며 천 회장에 대한 의혹은 별개임을 시사했다.
최근 출국금지 조치된 천 회장은 박 회장과 깊은 친분을 가지고 있어 현 여권 실세와 박 회장을 잇는 '연결 통로'로 알려져 있다. 현재 천 회장은 국세청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될 때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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