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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뒷동산에 올라갔습니다. 산자락을 뒤덮은 진달래 꽃밭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산자락은 기대했던 것처럼 진달래가 만발해 황홀했습니다.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은 꽃밭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며 휴대폰을 꺼내들고 곱고 예쁜 진달래꽃을 사진으로 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진달래 동산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과 번동 사이에 있는 오동공원입니다. 지금 이 공원은 '북서울 꿈의 숲'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공원 조성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러나 진달래꽃들이 흐드러진 꽃동산은 내년부터 2차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아직 조용한 산자락입니다.

 

산자락과 작은 능선으로 이루어진 진달래 동산은 서울지역의 진달래 명소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물론 주변에 보기 흉한 골프 연습장이 있긴 하지만 연분홍, 진분홍 진달래꽃들이 활짝 피어 흐드러진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사는 산동네 주민들은 멀리 진달래꽃 구경 갈 필요 없이 이 동산을 찾아 마음껏 고운 진달래꽃을 즐기고 있습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노인도 그랬습니다. 노인은 강아지와 함께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진달래꽃에 취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린 진달래꽃 구경 멀리 안 가요, 여기 이렇게 꽃이 많은데 먼 데까지 갈 필요 있나요?"

 

노인은 소나무 그늘에 앉아 강아지를 어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건너편 능선으로 올랐습니다. 능선 진달래 꽃밭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무엇인가 손으로 뜯고 있어 다가가보니 쑥을 캐고 있었습니다. 꽃밭 여기저기 파릇파릇 돋아난 쑥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지요.

 

그런데 조금 아래쪽 키 큰 진달래들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는 곳을 살펴보니 두 사람의 아주머니들이 커다란 자루를 끌며 진달래꽃을 따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서있는 주변의 진달래꽃밭은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꽃을 모두 따버렸기 때문입니다.

 

"두견주 담그려고요."

 

꽃을 왜 따느냐고 물으니 두견주를 담그기 위해 진달래꽃을 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자루에는 진달래꽃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어차피 곧 떨어질 텐데요 뭘!"

 

술을 담그는 것도 좋지만 이 공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꽃을 그렇게 따버리면 되겠느냐고 하니 눈꼬리를 치켜뜨며 오히려 나를 노려봅니다.

 

안되겠다 싶어 그럼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냥 계속 꽃을 따라며 휴대폰을 꺼내들자 이 아주머니들 그때서야 당황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달래꽃이 가득 담긴 자루를 어깨에 둘러매고 급하게 산을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진달래꽃이 한창인 지방의 몇몇 산들은 꽃을 찾는 여행객들로 붐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심에 있는 이 동산은 주변의 산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진달래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정다운 진달래 꽃동산입니다.

 

그런데 두견주를 담그려고 꽃을 마구 따는 아주머니들로 인해 꽃밭이 많이 훼손되고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들 신고한다니까 부랴부랴 달아났지만 언제 또 나타나 꽃밭을 다 망칠지 몰라 걱정입니다.

 

진달래 동산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가에는 노랗게 흐드러진 개나리와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가지에 분홍색 꽃을 활짝 피운 특이한 모양의 벚나무도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진달래 동산을 찾아 사진을 찍는 여성들도 보입니다. 꽃을 보고 꽃에 취한 봄꽃 여심(女心)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달래꽃, #두견주, #뒷동산, #이승철,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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