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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특권교육' 반대"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가 당선됐다. 8일 저녁 개표 결과 범민주단일후보를 자처한 김상곤 후보에게 꽃다발을 안긴 경기도교육감 선거 얘기다.

 

'이명박 특권교육 반대' 전면 내세워 당선

 

김 당선자는 선거공보 첫 장에 "이명박 '특권교육' 김상곤이 확 바꾸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만큼 이명박 귀족교육론에 맞장을 뜨겠다는 약속을 맨 앞에 내세운 것이다.

 

김 당선자는 "이명박 교육론은 부모의 돈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암울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아이들은 1점을 더 얻으려고 몸이 축나고 부모들은 사교육에 등골이 휘는 교육이 아니라 고육이 되었다"고 유세와 정책공약집 등에서 잇달아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어 그는 "이명박식 엘리트교육을 추종해 특목고에 혈세를 쏟아 붓는 경기교육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면서 현 교육감인 김진춘 후보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투표함 뚜껑이 열리고 이명박 교육 심판론을 내세운 김 당선자에게 경기지역민들의 정서가 기울었음이 확인됐다.

 

무한경쟁 특권교육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무한경쟁식 특권교육'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었다. 이번에 이명박 교육 심판을 내세운 김 당선자가 승리함에 따라 국민들은 이 정부 교육론에 대해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선거 최하위 수준인 12.3%라는 점에서 대표성 논란이 김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 수치는 지난해 7월 치른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인 15.4%보다도 3.1% 낮다. 이는 이명박 교육 심판론에 대한 강도 또한 '메머드급'은 아니라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제2라운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김진춘 현 교육감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닮음꼴 공약을 내세웠다. 두 사람 모두 한나라당의 교육정책 방향과 일치했다. 자율형사립고 등 특권형 고교 확대와 일제고사 실시, 영어교육 강화 등이 그것이다.

 

김진춘 후보를 지지를 선언한 애국단체총협의회, 뉴라이트전국연합, 고엽제전우회, 자유교육연합, 특수임무수행자회 등 102개 보수단체들의 면면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후보 지지단체와 거의 겹쳤다.

 

물론 김 당선자를 지지한 단체들도 서울시교육감 시절 주경복 후보를 지지한 단체와 거의 비슷했다. 경기 환경운동연합, 안양YMCA, 경기 민주노총, 경기 참교육학부모회 등 200여 개의 교육시민단체들의 면면이 그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세력은 단일 후보를 내세운 반면, 보수세력은 표가 분산됨으로써 여권은 패착을 두는 결과가 됐다. 교육계 친여권 목소리를 대변해온 한국교총 산하 경기 대표인 강원춘 후보가 뜻밖에 선전함으로써 이 같은 현상은 더 짙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김진춘, 낙승 예상 뒤집히자 돌연 색깔론 ...오히려 역효과

 

이번 선거는 여당과 보수단체의 힘을 등에 업은 김진춘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3월 말까지만 해도 김 당선자보다 5~7%가량 앞서 있었다.

 

그러던 것이 투표 막바지인 4월 1~3일을 기점으로 역전되었다는 게 김 당선자 쪽의 얘기다. 김진춘 후보 쪽이 지난 4일쯤부터 막판 색깔론을 들고 나온 까닭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진춘 후보는 수원과 성남 분당 일대 등 대도시 거리에 '전교조식 이념교육, 교육이 무너집니다'란 내용이 적힌 선거현수막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또 같은 글귀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일부 중앙일간지와 포털사이트에 싣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색깔론 공세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수원, 성남, 분당, 일산 등지의 선거구 대부분에서 김 당선자가 김진춘 후보를 눌렀다. 특히 상대적인 부유층과 학원가가 밀집된 분당과 일산지역 3개 선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일산지역 2개 선거구는 김 당선자가 모두 크게 앞섰고, 분당지역은 김진춘 후보가 앞서긴 했으나 큰 차이가 없었다. '강남 몰표'에 힘입어 공정택 후보가 당선된 서울 결과와 정반대 현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명박식 무한경쟁교육이 부유층에게도 마냥 달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현실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농산촌지역인 가평, 포천, 양천 등지에서는 김진춘 후보가 김 당선자를 크게 앞섰다.

 

김상곤, 뚜렷한 대안 제시와 교육관료 극복이 과제

 

김 당선자에겐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교육정책을 딛고 설 대안을 뚜렷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공보에서 ▲학급당 학생 25명 실현 ▲무상급식과 아침급식 제공 ▲학력수준 향상 ▲방과후학교로 사교육비 절감 ▲교사지원 프로그램 ▲특정학교 지원에서 일반학교 지원 확대 등 6대 실천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내용 또한 대안으로 삼기엔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정책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인 탓이다.

 

무엇보다 김 당선자 앞을 가로막을 큰 장벽은 지역 교육관료들이다. 이들은 일선 학교와 지역교육을 쥐락펴락하던 지난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와 사정당국의 칼날을 어떻게 빗겨갈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치러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경기교육의 혁신도 이 같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주목할 일이다.


태그:#김상곤, #경기도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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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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