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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부천만화산업종합지원센터에 둥지를 틀고 밤낮 작업실에 파묻혀 그림에만 몰두하고 있는 작가들을 차례로 만났다. 이번 주는 카툰창작모임인 '엎어컷(엎어+cut)'의 박태성, 유재영 작가를 만나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툰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 '엎어컷'

 

'엎어컷'은 공주대학교 '세상바라기'라는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하던 5명의 작가들을 주축으로 2004년 10월 결성된 카툰창작모임이다. 박태성 작가는 '엎어컷'의 창단 초기부터 4년간 회장을 맡아 활동하다가 최근 유재영 작가에게 회장 자리를 넘겼다.

 

박태성 작가는 "만화 판이 전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특히 카툰이라는 것 자체가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어 새로운 작가가 발굴되기 힘들다. 그나마 대한민국에서 카툰이라는 명목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이 시사만화가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만화 관련 단체가 많지만 우리만큼 강제성이 강한 곳은 없을 것"이라며 "어설프게 만화 판에 들어와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생각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루에 작품 하나씩 업데이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2~3일 작품이 올라오지 않으면 제명을 시키는 등 엄격하게 운영해왔다"고 전한다.

 

그렇게 회원들 스스로가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고 그 힘을 바탕으로 5년째 건강한 단체로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다. 박태성·유재영 작가는 처음 1년간은 내실을 다지는데 힘을 쏟았고 이후 화랑 같은 곳에서 전시만 해서는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외부 전시활동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왔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게릴라 전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0회 가까이 전시활동을 진행해왔다.

 

박태성 작가는 "작품을 들고 밖으로 나가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무작정 길거리에 작품을 펼치고 깔았다. 사실 돈 한 푼 안 주는 전시회지만 회원들 모두 자기 생활을 희생하면서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영 작가는 "다양한 전시 경험을 통해 카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한층 성숙하고 독특한 전시를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며 "그동안 우리의 활동이 만화계에 알려지면서 '엎어컷'이라는 이름도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가야될 부분은 대중과 얼마나 더 친숙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과제를 풀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에 둥지 튼 이후, 일이 두 배로 잘 돼"

 

'엎어컷'이 처음 결성됐을 당시 변변한 사무실조차 하나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게 시작했다는 이들은, 지난해 5월 부천만화산업종합지원센터에 둥지를 틀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태성 작가는 "공식적으로 부천시가 대한민국에서 만화가들에 대한 지원을 가장 잘 해주는 도시이고, 주변 여건이나 저렴한 임대료, 만화정보센터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됐다"며 "부천에 둥지를 튼 이후 '엎어컷' 일이 두 배로 진행이 잘 돼서 기분이 좋다"고 웃어보였다.

 

또한 이들은 지난해 '천 개의 펜, 만화교향악'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1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행사장이었던 복사골문화센터 천장을 수놓은 펜 모양의 조형물을 제작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5년 1월 닭의 해를 맞아 아름다운가게 홍대점 전시장에서 '닭쳐라! 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시활동을 벌인 '엎어컷'의 두 작가는 대학로에서 첫 게릴라 전시를 했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고 전한다.

 

박태성 작가는 "무일푼으로 가난하게 시작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게릴라 전시였다. '닭쳐라!' 전시 때 걸었던 작품을 바리바리 싸서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에 나가 벤치에 깔았다.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하지말자는 회원들도 있었지만, '이날 전시를 못하면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꿋꿋하게 진행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하고 작품을 깔았지만 추운 날씨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작품 위에 고이 남긴 선명한 발자국을 지우느라 힘이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비록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힘들게 첫발을 뗀 만큼, 이후 전시들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유재영 작가는 "지난해 5월 서울시청 광장에서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작가가 플레카드에 인쇄한 작품을 연결해 삼각형을 만들어 전시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전한다. 또한, 2007년 5.18기념재단에서 전시의뢰를 받고 광주에 내려가 진행한 '화려한 휴가 그 이후 ing展'과 광주 도심 곳곳을 누비며 펼쳤던 게릴라 전시를 기억에 남는 전시로 꼽았다.

 

그리고 3년 전 부천 '시민의 강'에 구조물 띄운 카툰전시 또한 시민들과 공감하기 위해 처음 시도했던 전시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카툰이 야외에서 취약하지만 전시의 다양화를 통해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성 작가는 "이젠 근사한 전시장에 초대를 받아도 끌리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이 찾지 않는 딱딱한 공간의 전시장보다 거리에서 게릴라 전시를 통해 대중과 자연스러운 만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환자들에게 웃음 줄 수 있는 '병원전시'를 목표로

 

박태성·유재영 작가는 3년 전부터 기획해온 '병원 순회전시'를 꼭 진행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박태성 작가는 "환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전국을 돌며 순회전시를 하는 게 목표"라며 "만화라는 것이 개인적인 공간 속에서 컴퓨터와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면 앞으로 대중들과 현장에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장르로 변화하고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병원전시를 기획하고 일을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병원이라는 곳이 문화를 갈망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과 가까이에 있고 아파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예술을 하는 우리 같은 광대가 나서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전한다.

 

아직은 순회전시를 하기엔 예산이 부족해 구체적인 일정을 잡기 곤란한 상황이지만,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꾸준히 접촉하며 조심스럽게 한걸음씩을 내딛고 있다.

 

박태성 작가는 "카툰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 머리싸움이 생기는 예술장르다. 작가는 한 컷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지만 과연 독자들에게 몇 퍼센트나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만화의 매력은 쉽고 재미있는 예술장르라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작가의 의도가 100%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한 컷을 그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간혹 작가가 부족해서 독자들이 이해 못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고 독자가 시사상식이 부족해서 은유나 비유를 못 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렵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눈높이를 맞추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카툰협회 이사인 박태성 작가와 유재영 작가는 오는 7월 조기완공 예정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통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될 거라며 부천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유재영 작가는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코믹타운 공모전 등을 통해 작가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잘 돼서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나 다음 등에 연계해 상품으로 파생되는 성공사례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엎어컷, #카툰, #부천만화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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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랩 이유 대표 협동조합 커뮤니티플랫폼 이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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