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당은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MB 언론악법에 3.2백기투항으로 인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정동영 전 장관의 국내정치 복귀에 대한 당권파의 갈등

․소위 '박연차 리스트'로 대표되는 친노에 대한 정치적 수사

․4월 재보궐선거 전략공천 파동

 

현재 민주당의 리더인 정세균 지도부의 입장에서 어느 하나 녹녹한 문제가 없다. 정세균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잔인한 4월을 넘어 새로운 민주당, 소위 '뉴민주당플랜'을 궤도에 올려 국민들에게 대로운 대안으로 인정받아야만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현재 정세균 지도부가 잔인한 4월을 넘어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우선 4월 재보궐선거에서 반MB전선 확대와 전국정당화를 위한 개혁공천, 둘째 뉴민주당플랜 선언으로 수권정당 이미지 회복, 셋째, 수도권 탈환을 통한 지지율 재고와 2010지방선거 승리가 그 핵심 내용이다.

 

맞다. 궁극적으로 민주당은 전국정당이자, 수권정당 거듭나야 한다. 더불어 지방선거에서 승부수의 핵심인 수도권 탈환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의 액션으로만 보면 과연 정세균 대표가 위기의 민주당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된다.

 

우선 재보궐선거 전략과 실행이라는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 같다. 전략과 액션의 불일치로 인해 보는 이로 인해 민주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에 임하는 진정성에 의심을 갖게 만든다.

 

반MB전선강화라는 첫 번째 선거전략부터 살펴보자. 이번 재보궐 선거가 MB에 대한 중간평가를 목표로 해야한다는 것은 비단 민주당만의 목표가 아니었다. 진보개혁세력의 일치된 목표였다. 그래서 DJ를 비롯해 많은 개혁인사들은 진보개혁세력의 연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의 분열 가능성이 큰 후보전술을 채택함으로써 오직하나의 전선만을 요구하는 진보개혁세력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민주당이 선택한 후보전술로 인해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VS탈민주당'세력의 싸움으로 변질될 위기에 놓여졌다. 작년의 치열한 노선투쟁으로 끝내 분당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연합공천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에 견주어 본다면 반MB전선을 이끌 책임야당의 선택으로 보기에 무책임이 너무 커보인다.

 

두 번째, 전국정당화 추구라는 목표 또한 마찬가지다.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이 완전히 불일치하고 있다. 지역구도로 나뉘어져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구도에서 전국정당화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의 소선거구제도를 대체하는 선거구제 개편이다. 중선거구제든 독일식 비례대표제든 인물이 아닌 정당에 투표를 하는 방법으로의 선거구제 개편해야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 집착으로 인해 선거구제 개편은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가장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외면하고 '전국정당화'라는 깃발만 나부끼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호남의 영향력 있는 인물, 적시하자면 정동영 전 장관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전국정당화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지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레토릭만을 양산하며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정인물에 의해 전국정당화가 좌지우지된다면 그리고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택해야할 최고의 선이 지역주의 극복이라면 영남의 맹주인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가 지역주의 청산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만다.

 

특히 전국정당화의 기치 속에 내포된 '호남역차별적 발상'을 심각하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전국전당은 현재 자기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을 토대다. 이를 토대로 정책과 비전, 희망을 주는 정치 활동으로 새로운 지지기반을 구축해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에서 전국정당화는 탈호남이라는 코드와 동일하게 읽히고 있다. 17대 대선 시기 호남후보 필패론을 시작으로 친노 386의 영남신당론이 그것이다. 그리고 호남에서 누가 나가도 당선된다며 호남인의 민주당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한낱 지역주의로 폄훼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셋째, 정체성 부재의 뉴민주당 플랜이 민주당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은 오마이뉴스 등 인터뷰를 통해 뉴민주당 플랜을 소개한 바 있다. '민주, 평화, 개혁'이라는 가치를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따뜻한 공동체'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과 번영을 기치로 해 '부자, 대기업 그리고 강남'까지 포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반기업적이며 부자를 적대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번 민주당에서 제시한 뉴민주당 플랜의 초안은 '소심한 눈치보기와 한나라당 따라하기'의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했다. 상대의 의제를 반박 생각하는 순간 말려들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경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 보수언론과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철저하게 갖혀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친기업적인 선택으로 대표되는 한미FTA를 필두로 시장으로의 권력의 이양을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보수의 프레임에 완전히 두 손을 든 민주당의 자기반성문에 불과하다.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당은 없다. 힘을 동원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것처럼 만들면 모를까! 민주당이 강조하는 '성장'이 한나라당과 다른 '지속가능한 성장'이라고 하지만 강력한 집행력을 가진 한나라당의 '성장'과 과연 차별화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을까? 최재천 전 의원의 주장처럼 모두를 대변하겠다는 것은 아무도 대변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는데 동의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수가 덧씌운 프레임에 벗어나고자 하는 강박증이 모두를 만족 시켜야 하겠다는 백화점식 발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백화점이라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고객 타겟이 다르며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이 달라진다. 하물며 정당이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을 타겟으로 한 핵심전략을 철회하고 한나라당과 구분조차도 모호한 전략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 실현가능하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백화점식 발상 자체가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 부재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민주당플랜이 제시한 새로운 가치의 모호함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가야할 길을 적절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과제를 실현하는데 핵심가치가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여 가능하게 할 것인지, 이후 전지구적 시민사회에서 한반도의 역할 또한 명쾌하지않다.

 

이렇듯 눈앞의 재보선과 윤곽으로 제시된 뉴민주당플랜의 면면만 봐도 '위기의 민주당'을 구할 뾰족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은 임기응변식 대책이나 지도부의 소아적 당권집착대신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등이 가려운데 다리긁어 주는 처방을 내려선 안된다는 말이다.

 

왜 국민이 정치로부터 이렇게 멀어졌는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10%대 지지율인 민주당에게 친기업적이 아니고 강남을 포용하지 않아서 지지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국민이 과연 몇 %나 되겠는가?

 

지난 시기 효율성과 투명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정치개혁에 대한 자기반성적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의 정치부재에 대해 안병진(경희 사이버대) 교수는 경제에서의 신자유주의 병폐만큼이나 정치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오늘 정치의 위기를 낳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정치관은 사회적 갈등을 생산적으로 조직하는 정치의 긍정적인 기능을 부정하고 효율적이고 비용절감만을 추구하여 엘리트간의 합리적인 타협의 문제로 정치를 축소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것이 정치가 대중의 욕망과 정서에서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2002년 대선을 추억해본다. 노란 물결의 역동성이 대한민국을 휩쓸었고 어느 시기보다 뜨겁게 국민들은 정치에 반응했던 시기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은 역동성 대신 '합리주의와 방향성 잃은 통합' 구호로 국민을 2002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참여 없는 참여정부는 국민과 급속하게 괴리되었다.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는 국민이 보여준 정치에의 복수라고나 할까.

 

대중의 욕구(욕망)을 대변하는 정치의 부재는 곧 소통의 부재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 자체를 협소하게 이해하여 엘리트 정치를 구가하는 현재의 정당이 자신의 의견을 대변할 것으로 이해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블로그를 만들고 웹2,0기술에 기반한 소통의 기능적인 영역만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출발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어쩌면 정동영 전 장관은 전주에 무소속 출마를 하게 되고 당선이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서 일부 정치 논객과 민주당은 지역주의에 의한 패배라고 평가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민심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자신들의 선택을 호남지역주의로 폄훼하며 감추기에 급급한 민주당에 대한 분노의 투표 결과일일지도 모른다. 지금, 소통없는 민주당에 대해 호남의 복수가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팀블로그 '대륙으로 가는 길'에 함께 게재됩니다.


#재보궐선거#정동영#민주당#정세균#뉴민주당플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