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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화장실 한 번 가고 싶으면..."

 

얼마 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즐보드 게시판에 '대륙의 봄소풍'이라는 사진이 올라와있었습니다. 그 사진은 그 길다는 중국의 자랑 만리장성을 물샐틈 없이 빽빽이 메운 중국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달린 댓글 중에 '저기서 화장실 한 번 가고 싶으면'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보고 박장대소했습니다. 저렇게 많은 학생들이 같이 갔는데 진짜로 화장실 가고 싶은 순간이 정말 난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진을 본 다른 누리꾼들 중에는 '합성이네'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중국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그런 풍경이 낯설지 않았음에도 그 댓글을 보고 문득 정말 합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합성이 아닐까 싶은 중국의 그 엄청난 인구를 직접 경험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벚꽃 구경 갈래?"

 

그 사진을 보고 일주일 쯤 지났을 무렵, 바로 지난 주말 한 친구가 벚꽃 구경을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요 며칠새 날이 포근한 것이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어디 놀러가고 싶었기에 그 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벚꽃 구경을 하러 가기로 한 공원을 우리 집에서 가려면 배를 타고 택시도 타가며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벚꽃 구경을 하러 가고 싶었기에 그런 사소한 불편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가 탄 택시가 공원 앞에 거의 다 다가갔습니다. 헌데 갈수록 차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사람 진짜 많겠는데."

"야, 뭐 우리나라도 여의도에 벚꽃 피면 사람들 많이 놀러오잖아."

 

차가 워낙 많아서 사람이 많을까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야 어디든 안 그러겠습니까. 공원 앞까지 가는 데 차들이 워낙 많이 서 있어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원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공원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저와 친구는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저, 우리 꼭 가야 할까?"

"그...그러게. 좀 많다."

 

공원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것이었습니다. 작년에 놀러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기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저희가 놀러간 공원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닌데 사람들이 이렇게 가득 차보일 수 있다면 들어가서 벚꽃 구경이 아니라 사람 구경을 할 게 될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친구가

 

"돌아가자. 사람도 많고, 벚꽃도 안 피어있네."

 

라며 제 결정을 쉽게 내리게 해줍니다. 저 많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꼭 '벚꽃 구경을 해야 하나' 라며 갈등하던 제게는 그야말로 기쁨의 소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친구가 그렇게 벚꽃 구경을 하고 싶어 했는데, 사람 많다고 그냥 돌아가자고 하면 얼마나 실망했겠습니까. 그렇게 기뻐하며 발길을 돌리는 순간, 친구의 이 한 마디가 제 머리를 어질어질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다음 주에 오자. 이번 주에는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도 벚꽃도 안 피어있으니까."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랍니까. 벚꽃이 안 핀 때도 이토록 사람이 많다면 벚꽃이 필 다음 주에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 틀림없는 사실! 그렇다면 더욱더 복잡할텐데, 어찌 또 온단 말입니까.

 

"저기, 다음 주에도 사람 많을 것 같은데, 꼭 와야 하나? 다른 데 가자."

"다른 데? 다른 데는 벚꽃 안 피잖아. 다음 주에 여기 와서 벚꽃 구경 하자."

 

단호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친구 벚꽃 무지하게 구경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저도 벚꽃 구경 하고 싶긴 한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 꼭 구경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요, 그렇습니다. 친구가 그리 가고 싶어하니 가겠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 구경부터 하게 되는 곳이 중국이라는 것 원래부터 잘 알고 잇었습니다. 그 중국에서 다음 주말에는 꼭 벚꽃 구경하고 오겠습니다. 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그런데, 정말 벚꽃 구경 잘하고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요?


태그:#벚꽃 구경, #중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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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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