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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주차장이라고?

서울시는 2009년 4월부터 신설되는 30면 이상인 주차장에 여성전용 공간(이하 여행주차장, 여성이 행복한 주차장)을 10%이상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도로 인근 등의 노상에는 10%이상 그리고 건물 내부 및 부설 주차장에는 20%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또한 여행주차장에 주차관리원이나 승강기 및 계단 등에 가까이 두고, 비상벨 및 CCTV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주차면의 크기를 일반형(보통주차면과 동일, 폭 2.3m, 길이 5m)과 확장형(폭 2.5m, 길이 5.1m)로 나누고 주차면 간의 간격을 0.7m로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글쎄?

그런데 이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1. 여행주차장의 본래의 취지는 무엇인가?
              2. 여행주차장을 여성만이 이용할 수 있는가?
              (3. 만약 2이 맞다면, 이에 대한 단속이나 지도 등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에 대해 서울시에 물어보았다.

1. 본래 취지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주차계획담당관은, 이 사업이 여성행복도시의 5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주차에 서툴고 임산부나 유아 등과 동승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차장에서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에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서울시는 건설허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여행주차장 설치를 강제할 것이라고 했다.

2. 여행주차장은 여성만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주차계획담당관은, 이에 대해, "여행주차장은 여성만을 주차하도록 주차면을 비워 두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우선하여 배려하자는 취지이므로 남성도 주차장이 비어 있을 시는 주차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라면?

그런데 이러한 시의 입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강제할 것도 아닌데, 왜 비용과 공간을 들여, "여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가?

(서울시가 밝히는) 여행주차장은 권고사항일 뿐, 법률적 근거는 없다. 이와 달리, 장애인 주차장은 법률적 근거 뿐만 아니라, 벌금 등의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주차장의 설치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기는 하다.

첫째, 남성 중심의 운전문화로 인해, 여성 운전자에 대한 비하가 사회적으로 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김여사'로 통칭되는 여성운전자들에 대한 인터넷 조롱 문화는 일반여성운전자들도 그럴 것이다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다.

얼마전 한 방송에서 한 가수가 장발을 하고 1차선에서 차량을 천천히 몰았는데, 뒷차가 추월하여 자신의 차량을 위협하였고, 이에 분개한 그 가수가 그 차량을 뒤따라가 그 운전자가 왜 그렇게 하였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여성운전자'인 줄로 알았다는 해명을 듣고 더 화를 냈다고 한다.

둘째, 실제로 여성은 운전에 서투르다는 사실이다. 통념적으로 알려진 것 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이나 실제 실험 등을 통해,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셋째, 여성운전자가 과거에 비해 월등히 증가했다. 또한 주차장 범죄의 대상자가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로부터, 주차장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는 상당부분 설득력있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러한 것이 문화로 자리잡아 사회를 좀 더 약자에게 배려해줄 수 있는 분위기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을 심각하게 간과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상징적 의미는 존재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변화할 수 있겠는가 하는 현실의 문제이다.

여행주차장의 설치에 대한 기사가 인터넷 포털에 게재된 이후, 이에 대한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남녀에 대한 불평등이라는 지적이라든지, 같은 여성이라도 이러한 조치는 기분나쁘다라는 등의 비난과 비판이 난무했다.

포털 사이트의 한 뉴스 기사의 댓글을 캡쳐한 것입니다.
▲ 모 포털사이트의 댓글 포털 사이트의 한 뉴스 기사의 댓글을 캡쳐한 것입니다.
ⓒ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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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작 단계에서는 잡음이 있을 수는 있다. 사업이 잘만 된다면, 여성의 주차 미숙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후라도 이러한 것은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물론, 시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시민들의 문제의 인식을 돕고, 동의를 구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에 대한 노력을 얼마나 부족했는지는 위의 캡쳐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적어도 주차 경험하는 모든 시민들에게는 이러한 사업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사전에 알려야만 했다). 적어도 여행주차장에 남성이 주차해도 된다는 사실만이라도 잘 알렸더라도 상당히 많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의 시각엔, 오세훈 서울 시장이 여성 유권자를 위한 전시행정으로 보일 수도 있고, 충분한 설득과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 시점에선 그렇게 보인다하더라도 별다른 변명을 하기도 어렵다.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이를 반대하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숙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지방자치제도는 과거(?)의 일방적 독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소통을 전제로 했을 때, 가장 민주주의다울 수 있지 않을까?


태그:#여성, #주차, #여행주차장, #여성 전용,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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