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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삶에 홀리다> 저자는 삶이 잘못이라면 삶이 가엾다는 것이고 삶이 아름답다는 것이며, 삶이 한번 뿐이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꽃피는 삶에 홀리다>저자는 삶이 잘못이라면 삶이 가엾다는 것이고 삶이 아름답다는 것이며, 삶이 한번 뿐이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생각의 나무

담장너머로 개나라, 진달래, 목련이 한창이다. 봄보다 먼저 도착한 꽃을 보며 사람들은 봄을 맞으려는 준비로 설렌다. 속도에 떠밀려 정신없이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도 화사하게 내미는 꽃 같은 존재들이 있다.

 

손철주 미술칼럼리스트의 에세이 <꽃피는 삶에 홀리다>(2009년 3월, 생각의 나무)는 단조롭기만 한 일상의 사이사이로 화사한 얼굴을 내미는 존재들이 사람이고, 사랑이고, 예술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일 하나에서 인정을 생각하고, 한시 구절 속에 담긴 한 여인의 기구한 삶에 가슴 아파하는 순간순간들이 모두 봄 해살처럼 빛난다는 것.

 

<꽃피는 삶에 홀리다>는 만화경처럼 펼쳐진 우리네 삶이 가진 보편타당한 질서와 형편을 살피는 글들만을 묶은 산문집이다. 저자가 사람과 사랑에 취해 시처럼 그림처럼 인생을 색칠한 황홀경이라고나 할까.

 

"조선후기 한의학자로 '사상의학'을 창안한 이제마의 말이다. '사람의 엉덩이에는 게으름이 들어 있고, 어께에는 교만함이, 허리에는 음란함이, 심장에는 욕심이 들어 있다.' 게으름과 교만함과 음란함과 욕심이라니, 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이 아닌가. 몸이 아예 병덩어리다. 몸은 마음에 의지하고 마음은 몸에 깃드니 어느 세상에서 묘약을 구하겠는가. 아무래도 백약이 무효일 성 싶다. 그 많은 약을 선물한 친구들아. 섭섭하겠지만 도리가 없다. 무슨 수가 있겠는가. 아무 수가 없다. 나는 약 안 먹고 버티련다. 삶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그것이 직방이다." -본문 '묘약을 어디서 구하랴' 중에서-

 

봄날에 핀 꽃처럼 돌아보면 짧아서 꿈같은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인생길에서 만난 정다운 사람들, 사랑하는 예술에 대하여 저잣거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듯 어깨에 힘을 풀고 솔직담백하고 유머러스하게 저자의 면면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소재의 상징성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림의 마음씨를 읽어내는 것이다. 최북의 <풍설야귀인>을 보면 세찬풍파에 시달려 늙고 지친 나그네가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애절한 마음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림의 마음씨는 어떻게 아는가. 감상자가 자기마음을 실어서 볼 때 가능하다. 모든 일이 이렇듯, 마음이 실리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는 게 없다." -본문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나빠져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야가 좁으면 어떻게 될까. 나쁠 게 없다. 보이는 것만 보이면 된다. 본다고 다 보이지도 않는다. 귀가 나빠 병원에 갔다. 의사는 가는귀라고 걱정했다. 괜찮다. 큰소리치기를 바라지 않거니와 들리는 것만 들으면 된다. 듣는다고 다 들리지도 않는다. 아뿔싸, 문 열자 봄이 가고 버들개지가 진다. 구름이 가고 구름이 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데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삶은 이운다. 짧아서 황홀하다, 말하고 싶다." - 글맡에서 -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3장 50개 꼭지, 319쪽으로 구성됐다. 1장은 가족, 지인, 음식 등을 통해 발견한 인생사의 즐거움과 깨달음을 다뤘다. 2장은 시바 료타로, 이병주, 고려 충선왕 등 감동과 회한을 주었던 사람의 얘기이다. 3장은 신윤복과 김홍도의 춘화부터 19세기 영국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눈먼 소녀>까지 동서양을 넘나들며 예술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손철주 미술칼럼리스트는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있으면서 미술에 대한 글을 써 왔다. 현재 '학고재' 주간이자 '우리문화사랑 운영위원'이다. 저서로 미술 칼럼집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은 보는 만큼 보인다> 등이 있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에세이, 개정신판

손철주 지음, 오픈하우스(2012)


#미술칼럼리스트 손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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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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