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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를 등장시킨 고려대의 학교 홍보 광고.
김연아를 등장시킨 고려대의 학교 홍보 광고. ⓒ 고려대학교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상품의 홍보를 위해 고의적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기법으로 특히 단기간에 최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경우에 주로 쓰이는데, 주로 좋은 내용보다는 자극적이고 좋지 않은 내용의 구설수를 퍼뜨려 소비자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깊은 인식을 심어주면서 비난은 받지만 오히려 상품 매출을 올리는데는 일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상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노이즈마케팅에 김연아를 이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꿈의 200점을 돌파하면서 김연아의 몸값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이 때, 어느 업체가 탐을 내지 않겠습니까. 국민영웅에다가 청순한 이미지, 그리고 악착같은 승부사라는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 대해 기업들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라면 누구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누리꾼들, "고대, 차라리 세계의 리더를 낚았습니다 더 어울려" 쓴소리

그런데 이런 김연아 마케팅에 뛰어든 두 단체가 있는데, 하나는 고려대학교고 또 하나는 '한나라당'입니다. 고려대학교는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라는 카피를 사용했는데, 입학한 지 불과 몇 개월밖에 안되는 김연아를 마치 '고려대학교'가 낳은 인재인 것처럼 과장광고를 했습니다.

누리꾼들이 당연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혹자는 "세계의 리더를 낚았습니다 라고 해야 옳을 것"이라며 비꼬았습니다. 거기에다 이 광고지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누리꾼들은 어디서 찾아냈는지 원본이라며 "동아일보의 창간 89주년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지면을 찾아내 퍼트리고 있습니다.

 원래 포함됐던 문구가 신문과 포털에서는 사라지고 없다.
원래 포함됐던 문구가 신문과 포털에서는 사라지고 없다. ⓒ 미디어다음

고려대학교는 최근 입시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목고에 대한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증거들이 포착되면서, 시민단체와 학부모 단체로부터 고소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이미지를 반전시켜 보겠다고 김연아를 이용하는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입시 기준 자료를 공개하고 떳떳하고 공정하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학교 이미지 개선에 더 좋습니다.

고려대, 입학비리 의혹으로 김연아 키울 자격 있나?

고려대가 지금과 같이 학교 학생선발에 있어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선별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과연 그들 말처럼 고려대학교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태어날 수 있을까요? 또 그들의 자랑처럼 김연아가 특목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도 입학시켜서 세계적인 리더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고려대학교의 이런 과장광고는 한나라당의 그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박희태의 말말말'이라는 카테고리에 김연아의 경기장면을 캡쳐한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올렸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했더라면 덜 창피했을텐데 말입니다.

문제는 김연아 사진 옆에 작게 붙어 있는 박희태 대표의 활동적인(?) 사진이 함께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박희태 대표가 이런 포즈를 일부러 취했는지는 모르지만 캐주얼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달려가는 모습의 사진입니다.

한나라당, "우리도 연아처럼..." 김연아에 묻어가려는 교묘함 '황당의 극치'

 '우리도 연아처럼'.. 꿈도 야무진(?)
'우리도 연아처럼'.. 꿈도 야무진(?) ⓒ 한나라당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제목을 "우리도 연아처럼"이라고 시작하는 뜬금없는 한나라당의 이 컨셉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 주요 내용은 "김연아가 세계를 제패하며 용기를 주었다. 우리 한나라당도 경제위기를 이기고 추경을 통과 시키고, 보선에서 승리하자"는 것입니다.

김연아에게 광고비를 지불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연아 본인이 이런 광고 카피에 사용될 것을 알았는지도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한나라당의 '김연아 묻어가기' 속셈은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키고, 4월29일 치러지는 보선에서 승리하자는 데 김연아의 국위선양을 이용하는 뻔뻔함을 둘째치고라도, 국가의 경제위기를 자초하고 자신들 스스로가 여당으로서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는데, 이제서야 김연아와 자신들을 '묶음'으로 팔겠다는 것에 많은 누리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에 부탁을 한다면, 김연아를 정치의 시궁창에서 빼주기를 바랍니다.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사진을 올려놓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는 '광고' 또는 '마케팅' 전문가들은 없는 걸까요. 도대체 이런 사진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 지 모르는 것일까요.

"정치에 미치면 애비도 몰라본다"던 옛말이 떠오릅니다. 자신들의 이미지 상승을 기대하다보니 이런 묘책을 떠올린 듯하지만, 결국 이것은 더욱 많은 '안티'들만 양성할 따름일 것입니다. 제발 이 사진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고려대 김연아#김연아 고대광고#고려대광고#김연아#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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