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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3구역 재개발조합이 지난 3월 31일 총회를 열고 조합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무려 74억원이다. 이것도 처음에는 185억원이었으나 조합원들의 반발로 조정된 금액이다.

 

74억원. 조합원이 모두 2400여 명 정도이니 조합원 1인당 300만원이 넘는 거액을 조합 임원에게 강탈당하는 셈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포상금이 10억원이라는데, 그보다도 7배나 많다.

 

 

조합 측의 논리는 이렇다. 애초 관리처분계획에는 주거이전비와 영업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세입자가 3350명이었는데, 자신들이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2200명으로 줄여 120억원이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주관리기간도 4개월 단축해 128억원을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신속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세입자를 내쫓았으니 그 공로를 보상받겠단 말이다.

 

 

어이없는 성과급에 집주인들 '뿔났다'

 

조합 측의 성과급 지급 결정에 집주인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총회 현장에 참석한 한 집주인은 "조합원들이 목이 터져라 무효라고 외치는데도 조합장은 무신경하게 총회를 진행했다"면서 조합 측의 성과급 지급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아현3구역 재개발 입주자 모임(cafe.daum.net/ahyun3)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 집주인들은 총회가 열린 31일 저녁 바로 대책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우선 조합 측이 걷은 서면결의서에 대한 불법여부를 따지기로 했다. 조합 측은 이번 안건 통과를 위해 1022명의 찬성 서면결의서를 받아왔는데, 그 중 대다수가 편법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안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안내책자도 없이 모든 안건에 대해 일괄적으로 서면결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총회무효소송을 비롯해 조합장을 사기죄로 형사고발하는 등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벌이기로 했다.

 

집주인들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그 성과급을 자신들의 추가분담금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비를 절감해 분양가를 낮추기는커녕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조합의 결정을 그 누가 환영하겠는가.

 

핵심은 강탈된 120억

 

성과급 74억 원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조합 측에 의해 강탈된 세입자들의 주거이전비·영업손실보상금 120억 원이다. 이번 사태는 재개발과정에서 강탈된 세입자들의 권리가 누구의 배를 채우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합장을 비롯한 지역토호, 그리고 건설회사 및 철거·용역회사. 이들이야말로 세입자들의 피를 빨아 자기 배를 채우는 재개발 수탈세력이다. 세입자들의 권리인 주거이전비와 영업손실보상금은 집주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이익을 차감할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온간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세입자들을 내쫓는다.

 

사회당 마포구위원회는 이런 세입자들과 함께 아현3구역 주거이전비 집단소송을 벌인바 있다.(관련기사 : "전기·가스·물 끊으니 그렇게 아세요") 모두 53가구가 소송에 참여했고 지금은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한 세입자는 언론을 통해 이번 사태를 접하게 되었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이럴 때 우리가 힘을 모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분노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올바른 해결은 조합 측의 성과급 지급을 무효화하는 것에 그칠 수 없다. 조합 측에 의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한 주거이전비와 영업손실보상금 120억원을 세입자들에게 온전히 돌려줘야 한다.

 

재개발조합의 공공성과 세입자의 권리 확대가 필요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합 측은 마포구청이 두 차례에 걸쳐 공문을 통해 "성과급 지급 안건을 철회하라"고 권고했으나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행정기관의 관리 감독도 무시하는 조합에 의해 주도되는 재개발 사업을 어찌 공익사업이라 할 수 있겠는가.

 

뉴타운 사업은 분명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에 근거한 공익사업이다. 재개발조합은 단지 행정기관의 권한을 위임받아 사업을 대리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조합은 이것이 마치 민간사업인 양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개발이익에 눈이 먼 재개발조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집 주인들에게 걷은 막 도장 하나로 일사천리 자기들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기관의 권한과 지역사회의 감시 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재개발사업의 최대 피해자인 세입자들의 참여를 인정하는 등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세입자가 행복한 재개발사업이야 말로 모두가 행복한 재개발사업임을 분명히 하자.

덧붙이는 글 | 본 기자는 사회당 마포구위원장입니다. 기사는 프로메테우스에도 보내졌습니다.


태그:#아현3구역, #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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