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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찾은 태안 신진도 수산물시장. 평일이라서 그런지 썰렁하다.
▲ 여기도 꽃박 영향이 있어야 될 텐데... 31일 찾은 태안 신진도 수산물시장. 평일이라서 그런지 썰렁하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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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박람회를 20여 일 앞두고 있어서인지 서산 AB지구를 지나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는 조경공사와 도로포장을 하는 인부들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행사장으로 안내하는 안내표지판도 태안읍과 안면읍으로 갈리는 AB지구의 막다른 도로 훨씬 이전부터 눈에 띄었고, 가는 곳곳 행사를 알리는 각종 현수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특히, 행사장과는 반대 방향인 태안읍으로 진입하는 도로도 꽃박람회 덕택에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아무튼 지금 태안군은 꽃박람회 손님 맞을 준비로 한창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사람들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태안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신진도 수산물 시장을 찾았다.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곳에는 대형 가오리, 광어, 꽃게 등이 수족관에 들어있다.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곳에는 대형 가오리, 광어, 꽃게 등이 수족관에 들어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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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경매 진행되는 모습도 보이고, 어선과 유람선이 드나드는 모습도 눈에 띄는 등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수산물을 구경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도보를 이동을 시작하자마자 수산물을 파는 장사꾼들의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싱싱한 주꾸미, 꽃게가 있어요. 이리 와 보세요!"
"주꾸미는 제철이라 그렇다치고 꽃게가 벌써 나왔어요?"
"그럼요, 와서 구경해 보세요."
"와~ 싱싱하네요. 그런데 알이 꽉 찼나요?"
"그럼요. 요즘 먹어도 살이 통통한 게 맛있어요."


신진항을 바라보며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는 수산시장을 둘러보다가 결국 자주 찾는 단골집으로 들어갔다.


싱싱한 주꾸미와 꽃게, 그리고 가리비, 새조개 등 각종 조개류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한 켠에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전복이 푸르른 빛을 자랑하며 곱게 모셔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수산물을 한번 둘러본 뒤 단골집 사장과 흥정이 시작됐다.

"오랜만이유. 요즘 뭐가 잘 나가요?"
"당연히 주꾸미지. 새조개도 많이 나가고…."
"근디 꽃게도 있네유?"
"쫌 비싸긴 한데 맛은 있시유."
"주꾸미 사갈 건데 집에 가서도 살아있게 잘 포장해줘유."


kg당 1만8천 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주꾸미. 알도 꽉 들어찬 것이 제법 싱싱하다.
 kg당 1만8천 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주꾸미. 알도 꽉 들어찬 것이 제법 싱싱하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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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수산물 시장에만 오면 사투리가 절로 나온다. 또 그렇게 해야 상인들과 더 친근감도 느끼는 것 같고 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투리가 튀어나오기 일쑤다.

농담도 많이 한다. 얼음과 함께 포장박스 안에 넣어진 채 두 시간 이상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어떻게 주꾸미가 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농담을 건네면 단골집 주인은 또 한 술 더 뜬다.

"아이구, 걱정하지 마시유. 박스 열면 바로 살아나게 잘 포장해 드릴 테니께."

이날 주꾸미와 함께 구입한 새조개를 다듬고 있는 상인.
 이날 주꾸미와 함께 구입한 새조개를 다듬고 있는 상인.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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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바쁜 손놀림으로 주꾸미와 새조개를 포장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계산을 하고 있다.

"얼마유?"
"주꾸미가 kg당 1만8천 원이여. 그리고 새조개는 kg당 2만 원이고…."


알이 꽉 찬 놈으로 준다며 한마리씩 확인해서 옮겨담고 있다. 건드려서 그런지 물이 먹물로 변했다.
 알이 꽉 찬 놈으로 준다며 한마리씩 확인해서 옮겨담고 있다. 건드려서 그런지 물이 먹물로 변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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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당 1만8천 원에 거래되고 있는 주꾸미는 본래는 한 열두어 마리 정도밖에 올라가지 않지만, 역시 단골집이어서 그런지 서너 마리는 더 올린 것 같다.

"근디 꽃게는 안 사는기유?"
"너무 비싸유. 제철돼서 가격이 쫌 떨어지면 그 때 와서 살께유."
"그리유. 그 때 오면 내 또 덤으로 얹혀줄 테니께 또 와유."


파는 상인이나 사는 소비자나 모두 기분 좋게 흥정을 마치고는 구입한 수산물을 두 손 가득 든 채 수산물 시장을 빠져나왔다.

"꽃게도 싱싱해 보이던데? 안 그려유?"
"그래도 지금은 주꾸미가 최고지. 머리에 밥알도 꽉 차 있고…."


이날 같이 동행했던 동료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지 입맛을 다시며 슬쩍 주꾸미가 포장된 박스를 쳐다보았다.

그날 저녁, 집 인근 마트에 가서 큰 무 하나를 구입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버너와 샤브샤브를 해 먹을 냄비, 초고추장을 준비한 뒤 박스를 열었다.

얼음속에 한참 있어서 얼어 있을 줄만 알았던 주꾸미가 싱싱한 상태 그대로 있었다. 마침내 버너에 올려놓았던 물이 끓기 시작하고 싱싱한 주꾸미가 찌개속으로 풍덩! 이내 몸을 비비꼬며 비틀더니 선홍빛으로 변신했다.

먹음직스럽게 가위로 잘라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이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리고 주꾸미 샤브샤브의 백미, 알이 꽉 찬 주꾸미의 먹물주머니는 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톡 터져 나오는 먹물과 알이 입안을 심심치 않게 만들었다.

수산물 시장에서 후(厚)한 상인들의 인심을 느끼고, 이와 함께 이맘때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주꾸미의 참맛을 느낀 오늘은 참으로 '운수좋은 날'이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태안, #신진도 수산시장, #주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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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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