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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죽 뻗어 있는 편백나무 숲길에는 기분이 상쾌해지는 특유의 향기가 있다. 그것은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때문이라고 하는데, 여느 수종에 비해 피톤치드 발생량이 많은 편백 숲이 삼림욕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부쩍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 경남 마산시 진북면 금산리 편백나무 숲 풍경.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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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나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울창한 편백 숲(경남 마산시 진북면 금산리)을 찾았다. 30년 수령의 편백나무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늘어선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편백 숲길을 거닐다 보니 바쁜 일상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 받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휴식의 편안함이 온몸으로 서서히 퍼져 나갔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던 날씨라 숲 사이로 비껴드는 햇살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머리가 맑아지면서 마음도 즐거웠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된다고 한다. 게다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개선하고 인체의 면역력을 키워 주는 효능으로 편백이 건축과 가구 자재로서의 가치도 인정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삼림욕을 하기에 좋은 편백 숲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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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평이 넘는 그곳 편백 숲은 개인 사유지로 현재 숲 관리를 하고 있는 이민규씨의 부친인 고 이술용씨가 조성했다. 편백 숲길을 한참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왼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편백 숲길을 가지 않고 오른편 평지산 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 길 따라 쭉 가면 희한한 소나무들을 볼 수 있다고 그곳 지리를 잘 아는 분이 내게 귀띔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우리 한국인들의 삶과 함께해 온 나무다. 우리는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늘 푸른 그 나무의 기상을 닮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자연히 소나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는데, 소나무로 태어나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을 보더라도 소나무를 향한 우리 한국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 소나무의 변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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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의 변신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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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장관급에 해당되는 정이품(正二品) 벼슬을 소나무에 내리게 된 사연은 이렇다. 1464년(세조 10년)에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그 나무 아래를 지나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축 처져 있는 가지에 그를 태운 어가(御駕)가 걸리게 되자 그 소나무가 자신의 가지를 쳐들어 어가를 무사히 지나가게 했다는 거다. 또 세조가 이곳을 지나다 그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기 위해 큰 벼슬을 내리고자 했던 발상 자체가 퍽 재미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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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동산이라고 할까. 그곳에 있는 소나무들은 평소 눈에 익은, 그런 틀에 박힌 모습이 아니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더니 소나무의 놀라운 변신 앞에서 우리들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소나무들의 신기한 모습을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니 마치 패션쇼에서 멋진 모델들이 걸쳐 입은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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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주인을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멋지게 다듬어 놓은 소나무들의 모습에서 그분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 해, 두 해 수고의 대가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소나무 하나하나에게 나긋나긋 말을 걸며 예쁘게 매만져 주었을 주인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런 색다른 구상을 할 수 있었을까. 소나무의  멋들어진 풍경에 그저 놀랍기만 하다. 키 큰 소나무에 그네도 매달아 놓아 우리의 마음을 더욱 즐겁게 했다. 나는 편백 숲의 주인도, 소나무 동산의 주인도 아니지만 언젠가 자연휴양림과 테마공원으로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는 그곳 풍경을 꿈꾸고 싶어진다. 


태그:#편백숲, #소나무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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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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