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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안이 행안부 차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가운데 인권위 조직축소를 반대하는 전국 법학교수 51명이 27일 저녁 7시 연세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수호를 위한 법학교수 모임' 창립총회를 열고 정부의 인권위 무력화 시도 저지와 함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수호를 위한 법학교수 모임'(이하 법학교수모임) 회장인 김승환 교수(전북대)는 "이명박 대통령은 '인권', '민주주의', '공화국'과 같은 가치조차도 토목 공사의 대상으로 보는 듯하다"며 "오늘 모인 교수들의 수는 적지만 일당백(一當百)의 기개로 맞서 나갈 것"이라고 창립 의지를 밝혔다.

 

법학교수모임은 현재 행안부의 인권위 조직 인원 21.2% 감축안은 사실상 인권위를 식물기구로 만드는 것이라 성토했다. 인권위의 특성상 설립 당시 별정직 계약직으로 뽑았던 인권전문가·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감축안이라는 것이다.

 

법학교수모임은 이와 관련해 "현재 인권위 사무국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이 나가면 행정관료만 남게 된다"며 인권위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권한쟁의심판이나 인권단체들의 직접 행동과 적극 연대할 것을 결의했다.

 

"인권위 직제개편안, MB정부식 법치주의 실체 확인하는 대표적 사례"

 

법학교수모임은 이날 총회 직후 기획토론회를 열어 국가인권위 직제령 개정안이 갖고 있는 법적인 문제점과 국가인권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대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발제자로 나선 류제성 변호사는 행안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권위 직제개편안의 법률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류 변호사는 "이 정부는 법치주의를 이른바 '법대로 하자'는 주의,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주의, '법의 형식적 문구만 따르면 된다'는 주의, '특히 법을 집행할 땐 반대파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주의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행안부의 인권위 직제개편안 역시 이 정부가 이야기하는 법치주의의 실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류 변호사는 "인권위의 독립성과 관련한 국제규범 및 국가인권위법의 취지 또 그간의 관행을 볼 때 행안부가 인권위 직제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직제의 개정으로 인권위의 독립성이 저해된다면 이것은 위헌·위법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류 변호사는 이어, "행안부의 직제개편안은 '모든 입법활동은 헌법과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입법에 관련된 정부기관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책임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명시한 법제업무운영규정도 어기고 있다"며 "법제처장이 이러한 법령을 반려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 차관회의에 상정한 것도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류 변호사는 "행안부는 인권위의 본질적 기능은 진정조사 기능이며 이와 관련한 인력은 유지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 역시 맞지 않다"며 "인권보호와 신장을 위해서는 관행, 제도 및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책·교육기능은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하는 인권위의 본질적 업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위, 어느 정권이든 '등에' 같아야... 사태재발 막으려면 제도 개선 필요"

 

박찬운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는 "한국의 국가인권위는 태국 등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도적인 기구"라며 "이러한 인권위의 조직이 축소되는 것은 국제 인권 상황에서 봤을 때 큰 위기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인권위가 성립 이후 7년 간 진정사건의 수용률이 90%를 상회하는 등 현저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올 10월 인권위원장이 교체되는데 이 기회에 정부가 인권위의 완전 항복을 받아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어 "경제적으로도 인권위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관"이라며 "인권단체와 인권전문가들이 단결해 연대기구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정부의 인권위 무력화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향후 지금과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권위법 개정을 통한 인사·예산 독립권 보장 ▲인권위원 임명방식 개선 ▲인권위 권고의 실효성 제고 등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욱 교수(인하대) 역시 "이번 사태가 설사 문제없이 일단락된다 해도 이 같은 문제점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며 "인사위의 직제·지역사무소·예산·인사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권위 조직 축소는 단순히 인권위라는 기구 차원이 아닌 우리 사회 인권 자체의 축소를 의미한다"며 "현 정부는 인권위를 단순히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로 보는 것 같지만 인권위는 어떤 정부이든 그 정부가 권력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등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인권위가 개인 인권 보호 차원만이 아닌 한 국가질서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또 교정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효소 역할도 하는 만큼 독립성은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부의 기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전국법학교수, #조직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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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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