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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정선희
 방송인 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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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촛불집회 관련 말실수로 라디오 DJ '하차', 한 달여 뒤인 7월 14일 방송 '복귀', 그리고 남편인 고 안재환의 사망 후인 9월 초 라디오를 비롯한 모든 방송에서 '하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방송인 정선희가 우여곡절 끝에 라디오 DJ로 다시 돌아온다.

SBS 측은 4월 봄 개편과 함께 SBS 러브FM 정오 프로그램에 정선희를 새로운 DJ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25일 오전부터 근거 없는 정선희의 자살설이 떠돌자, 질 나쁜 루머가 확산되기 전에 소속사 측이 라디오 복귀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SBS도 26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정선희의 방송 복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줬다.

약 7개월 만의 방송 복귀. 대부분 질타를 받는 문제 연예인과 달리 정선희에게는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 이른 복귀가 아닐까 걱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반갑다" vs."아직은"... 엇갈린 시선들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고 정선희씨 본인이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녀를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것밖에 없습니다…(중략) 방송이 그녀를 죽였다면 이제는 방송이 그녀를 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거 '강부자'가 올린 '정선희씨, 이제 그만 돌아오셔도 됩니다'라는 글의 골자다. 반면 복귀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음 아고라에 '정선희씨 방송복귀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대표적인 경우.

'들꽃여우'는 "복귀하기 전에 시댁식구들과의 오해부터 해결하세요"라고 충고했고, 'coffeelove03'은 "더 이상 정선희씨 방송에서는 안 봤으면 좋겠어요. 잔인한 말일지는 몰라도 이건 아니라고 보네요. 5년 정도 지난 후라면 모를까"라며 씁쓸한 심경을 표했다.

누리꾼들은 빠르게 갑론을박을 벌였다. 25일 오후 다음 텔레비존에 정선희 자살과 관련한 장문의 글이 재빠르게 올라오면서 5천 건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올렸다.

시선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정선희씨는 잇따른 악재로 자의반 타의반 마이크를 놓았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자기의 남편과 친하게 지냈던 동료 연예인의 자살 사건을 지켜봐야 했다. 이와 관련된 수백, 수천 건에 달하는 기사들 속에 '정선희'라는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7개월여 동안 정선희는 대다수 국민이 측은하게 여기는 연예인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빨리 슬픔을 딛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재치 있는 입담을 구사해 달라는 것, 더불어 무차별적으로 기사를 쏟아낸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컴백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무엇보다 방송은 생활인으로서 정선희의 생업이 아닌가.

그에게 집중되는 과도한 관심   

 지난 2007년 8월, MBC 아침 방송인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 진행을 앞두고 정선희가 처음 맡는 아침 프로에 대해 소감과 포부를 밝히는 모습.
 지난 2007년 8월, MBC 아침 방송인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 진행을 앞두고 정선희가 처음 맡는 아침 프로에 대해 소감과 포부를 밝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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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방송 복귀에 대한 뉴스가 하루 만에 뒤바뀌었다는 사실이다. 25일 오후 3시경, 1보를 내보낸 매체에 따르면 정선희 소속사 측은 "아직 방송 복귀에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방송가에서 러브콜이 이어진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5분, 10분 간격으로 여타 매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제목만 달리한 후속, 추측 보도를 쏟아냈다. "서울 체류 정선희, 방송가 러브콜 지속"이란 제목은 '방송 복귀 급물살', '방송 복귀 가능성 타진', '복귀 가능한가' 등의 제목으로 바뀐 지 불과 2~3시간 만에 '복귀확정' 기사가 보도됐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양산된 기사만 40~50건.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정선희 관련 기사만 무려 140건이 쏟아졌다. 정선희 소속사와 매니저의 핸드폰에 수십 차례의 전화벨이 울렸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더군다나 자살설과 관련한 헛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었니, 정선희의 복귀에 관한 뉴스는 연예 기자들이 열 일 제쳐두고 달려들 만한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정선희의 방송 복귀는 이렇게 '확정'됐다. 이미 물밑 작업이 끝난 상황이 자명해 보이지만, 그의 복귀를 다루는 미디어의 태도는 소름끼칠 지경이다. 그러니까 정선희에 대한 우려는 빛의 속도로 복귀 자체를 결론지어 버리는 이 미디어 환경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정선희의 이름 석 자는 그 자체가 기사거리다. 일본으로 갔다오는 입출국은 물론 그의 측근이 뱉어내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가십처럼 기사화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안재환 측이 제기했던 의혹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선희의 복귀는 더 많은 가십거리를 양산해 낼 소지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또 하나의 연예인이 목숨을 끊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 아닌가.

그런 상태에서 정선희가 과연 평탄하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을까. 정선희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악플에 대해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은 죽는 길뿐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고 밝혔을 정도다. 7개월이란 시간은 대중이, 또 미디어가 정선희를 방송인 정선희로만 봐줄 수 있는 유예기간으로 과연 충분할까.

그 많은 화살,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결정은 생업이 달린 정선희 본인이 할 문제다. 방송사가 허락하고, 환영의 목소리 또한 높은데 본인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최근까지 컬투나 김신영 등 개그맨 선· 후배가 최고의 방송인 중 한 명으로 꼽았던 정선희. 그는 분명 금의환향해야 마땅할 방송인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우려가 되는 이유는 이곳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무리하게 보도되고, 확인 없는 루머들이 순식간에 퍼져버리는 IT 강국 대한민국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정선희 본인이 혹독했던 개인사를 떨쳐내고 방송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문 아닌 주문이 쏟아진다. 하지만 주문의 화살이 잘못됐다. 정선희 혼자의 노력으로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과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을 멈추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이제 벌떼와도 같은 미디어와 누리꾼들에게 주문의 화살을 돌려야 한다. 정선희를 잠시 놓아두자고. 누구보다 열심히 생업에 임할 한 명의 방송인을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 봐주자고. 비틀즈의 'Let it be'는 바로 이런 때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


#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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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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