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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수양관에서 올려다 본 금정산 파리봉...
▲ 금정산 파리봉 ...가나안 수양관에서 올려다 본 금정산 파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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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 속에서 그 사람을 자주, 혹은 오래 만나면서 처음에 느끼지 못했던 그 사람의 또 다른 면을 보면서 우리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 놀라움이 실망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미처 알지 못했던 신선한 감동을 받기도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서 언제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겉면과 감추어진 이면이 있음을 발견한다. 어디 그 뒷면뿐이랴. 사람이든 사물이든 앞에서 보는 것과 뒤에서 보는 것, 오른쪽, 왼쪽에서 보는 것이 다 다르듯, 얼마나 많은 색깔과 면면들을 그 속에 품고 있는 것일까.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 둘러싸여...
▲ 금정산 파리봉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 둘러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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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산행을 하면서도 그 산에서 받았던 처음 느낌과 사뭇 다른 표정을 만나고 놀라는 일 또한 가끔 있다. 아주 쉬워 보이는 산도 막상 가까이 다가가 올라보면 결코 쉽지 않고 자꾸만 어려운 길로 얽힐 때가 있다. 언제나 또 다른 얼굴을 숨기고 있는데다 쉬워 보이던 산이 어렵고 어렵게 느껴지던 산이 또 편하게 길을 내고 있음도 발견한다.

몇 번 갔던 금정산 파리봉을 이번에는 가지 않은 길로 해서 오르기로 했다. 금정산 파리봉의 또 다른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새로운 얼굴로 우리를 맞는 파리봉, 아찔한 경험이었다. 토요일(3.21)오후 늦게야 집을 나섰다. 양산에서 12번 버스노선인 길을 따라 부산으로 진입, 부산 남산동을 지나 장전동을 거쳐 온천동을 지났다.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 갇히다...
▲ 금정산 파리봉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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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동에서 산성마을을 거쳐 산성마을 안에 있는 금정산 가나안수양관으로 향했다. 오늘 목적지인 금정산 파리봉(615미터)은 지난번에 갔던 완만한 길을 옆에 두고 또 다른 길로 가 보기로 했다. 금정산 가나안수양관 앞마당 한쪽에 차를 주차하고 가나안 수양관을 거쳐 산길을 오른다.

토요일 오후 시간의 금정산 가나안수양관은 한산하고 조용한 풍경이다. 지붕 위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어 전원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수많은 바위들이 나무들 사이에 놓여있는 좁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이 길옆 바위틈 구석구석마다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의 밀알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서 발견한...고인돌(?)
▲ 금정산 파리봉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서 발견한...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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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바위들도 많아라...
▲ 금정산 파리봉 신기한 바위들도 많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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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슨 바위일까요?! 희귀한 모양의 바위들도 많아라...
▲ 금정산 파리봉 이것은 무슨 바위일까요?! 희귀한 모양의 바위들도 많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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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갔을까. 갈림길 앞에서 오른쪽에 나 있는 완만한 등산로를 옆에 두고 곧장 정상으로 빨리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 기대가 되지만 언젠가 듣기로 암봉들이 많아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위험구간이라 들었기에 조금은 긴장이 된다. 파리봉 정상으로 곧장 올라가는 직진코스인 만큼 등산로는 경사가 높고 가파르다.

한동안 등산을 자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몸이 무거운데다가 경사까지 높으니 걸음이 둔하다. 얼마간 힘들게 올라가니 눈앞에 엎드린 바위구간이 보인다. 와~이렇게 많은 바위들이 널려있다니! 이런 곳이 있었던가. 처음부터 밧줄 타기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보면 또 앞에 벽처럼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들, 위험구간을 택해 올라왔구나.

...안전 밧줄을 잡고 오르던 암봉들...거대한 암봉 사이에서...
▲ 금정산 파리봉 ...안전 밧줄을 잡고 오르던 암봉들...거대한 암봉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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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더듬 밧줄을 타고 올라가고 또 올라가보니 이 어찌된 일인지 눈 앞엔 엄청난 바위들이 높이 솟아 있고 엎드려 있다. 어디가 끝인지 어디가 산 정상인지 가늠하기 힘들고, 바위들 사이에 갇혀버린 느낌이다. 일단 계속 나아간다. 밧줄을 의지하고 바위를 넘고 손으로 더듬더듬 짚어가며 바위들을 넘는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 바위구간을 타고 오르기엔 무리일 것 같다. 오래전에 남편도 이곳에 혼자 와서 바위를 타고 올라가 볼까 생각하고 왔었지만 처음부터 기가 질려서 되돌아갔다고 한 적이 있다. 조금 위험해서 긴장되긴 하지만 더듬거리면서도 겁 없이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내가 남편은 신기한가보다.

바위와 바위 사이...안전밧줄을 잡고...
▲ 금정산 파리봉... 바위와 바위 사이...안전밧줄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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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암벽타기를 배운 적도 없어도 바위를 평지 걷듯(?) 타잔처럼 타고 넘을 수 있는 담력이 있는 것은 아마도 어린시절에 이미 담력훈련을 통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산과 바다를 놀이터 삼아 놀던 어린시절, 높은 나무와 바위를 타고 겁 없이 뛰어다니던 어릴 적 실력 말이다. 거대한 바위들을 사슴처럼 가볍게 착지하며 넘나드니 놀랄 만도 하다.

내심 겁도 나고 긴장되건만 겁난다고 뒤로 물러가지 않고 계속 위험을 감수하고 오르는 것이 남편 눈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들이 정말 많다. 보아하니 이 늦은 시간에도 우리처럼 산행을 온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올라온 바위 저 아래서 이제 막 바위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먼저 오른 남자가 어떻게 올라올지 일러주면서 더듬거리는 모양이다. 예상치 못했던 위험 앞에 우린 긴장하면서 바위를 조심스럽게 타고 올라간다. 제법 긴장했던 탓일까. 한참을 바위를 잡고 암벽타기를 하며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집을 나서며 먹었던 점심이 소화가 다 되어 버린 듯 뱃속이 허전하다. 오랜 세월에 마모되고 변형된 화강암 바위들은 암호 문자처럼 희귀한 형상들이 즐비하다.

이 바위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 금정산 파리봉... 이 바위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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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봉 정상에서 하산 하는 길...
▲ 금정산 파리봉 ...파리봉 정상에서 하산 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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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바위들은 침묵 속에서 뭔가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 다 왔나보다. 드디어 정상 옆 전망데크가 눈에 보인다. 정상이 바로 앞에 있다. 바위를 타고 올라올 때 보았던 두세 명의 사람들은 다 내려간 것일까. 파리봉 정상엔 바람만 높이 분다. 흐린 하늘아래 차가운 바람은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을 뿐 아무도 없다.

파리봉 정상끝 암봉으로 가까이 다가서 본다. 바람이 거칠다. 여기 위에서 보면 올라올 때 보았던 수많은 바위들은 다 보이지 않고, 높이 치솟은 암봉들 몇개만 보일뿐이다.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바위군락을 밧줄을 타고 올라온 것이다.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마도 비구름을 바람이 몰고 오는 것 같다.

우린 잠시 산정에 섰다가 서둘러 내려간다. 화명정정수장 쪽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을 타고 가다가 중간 갈림길에서 가나안수양관 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저물어 가는 저녁, 우리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산 속에 조용히 울린다.


산행수첩

금정산 가나안수양관(오후4:05)-파리봉 정상(5:00)-사거리(화명정수장.가나안수양관갈림길(5:10)-가나안수양관(5:30)
산행시간: 1시간 25분

덧붙이는 글 | 2009.3.21(토), 금정산 파리봉에 올랐습니다.



태그:#파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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