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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제일 높은 곳 부산타워에서 시내를 조망하던 중 우연히 앞에 가던 중년 여성들의 수다를 잠시나마 본의 아니게 들었다. '미녀들의 수다'는 물론 아니지만 시시콜콜 먹고 사는 문제, 대통령을 뽑을 때 경제는 확실히 살린다고 해서 등 잡다한 소리가 조용히 여행하는 전망대 공간을 떠돌아다닌다.

 

한 여성이 말을 한다. "올해는 다 어렵다는데 이거 어떻게 살아야할지? 그놈의 돈 좀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라고 한다. 옆에 있던 여성도 뒤질세라 "내 소원은 돈 벼락이다"하며 까르르 웃는다. 그러면서 모든 얘기가 다 돈 문제로 흘렀다. 말끝마다 돈이라는 단어가 빠지면 문장이 안 되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언론매체나 주위를 둘러봐도 공공연히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뿐이다.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란 소리나 그 곁가지로 실업, 도산, 가계위축 등 염려스럽지 않은 부분이 어느 한곳도 없다고 하니 돈 때문에 그야말로 돌아버릴 지경이다. 아예 대한민국 전체가 돈에 항복당한 느낌이다. 그래서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도 아주 화끈하게 변했다.

 

'너 벽에 똥칠할 때까지 회사 다녀라', '가게 대박 나서 돈세는 기계 몇 대 들여놔라',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만원씩 벌면 될라나', '돈 찍는 기계 들여 놓을래'

 

어쩌면 이것이 다른 사람을 빗대하는 말이 아니고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나라살림이 이러니, 경기가 어쩌고, 경제가 어쩌고, 하던 말도 아예 돈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어떤 회사가 소망이 뭐냐고 직원들에게 물었더니 말만 조금 다를 뿐 거의가 다 돈 얘기였다. 직원들의 첨단 지혜를 얻으려고 말을 꺼냈다가, 없었던 일로 했다고 한다. 뭔가 고상한 것 좀 찾으려고 했던 회사를 무안하게 만들고 말았다.

 

경기침체에 대한 현상이 일찌감치 우리 마음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니 사람들은 여유가 없어지고 늘 쫓기는 신세가 된다. 자신에 대해 불만족스러워 지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점점 감으로 세상을 살아가려고만 한다. 장사꾼은 장사가 안 되고, 회사원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취직은 갈수록 어려워지니 당연한 얘기다. 지금은 뜻대로 되는 게 없고 매사가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기 마련이다. 나만 피해자고, 나만 뒤처지고, 나만 아픈 것 같은 일의 연속이다.

 

이럴 땐 사람들을 움직여주는 무엇인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여행이다. 이런 불황기에 팔자 좋게 무슨 여행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몸과 마음을 치유할 방법으로 여행만큼 좋은 게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라도 잠시 짬을 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일상의 짐을 벗고 보면 평상시 그냥 스쳐 지나간 것도 다 소중해지고 가까워진다. 일단 속이 후련해지고 사물을 제대로 볼 줄도 알고 뭔가 다른 힘이 스스로에게서 생겨난다. 그래서 중년여성들도 시야를 좀 멀리 보려고 부산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에 올랐을 것이다.

 

필자도 30년을 한곳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해 먹고 살았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다. 지금은 어느 정도 여행의 맛을 들이고 있다. 여행이라고 꼭 이름난 명소를 찾아가는 것만 여행이 아니다, 지하철 타고 양산만 가도 여행이다. 짜증나고 지겹기 만한 것들을 가슴에서 하염없이 긁어모아 퍼내면 된다. 그러고는 퍼낸 그 공간에 새로운 청량제를 담기만 하면 된다. 그것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제일 좋은 것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있다. 오히려 옆에 있는 사람이 더 힘들어 하는데도 나만 칭얼대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여유를 가져라.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주기를 옆 사람은 기다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나만 힘든 세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국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타워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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