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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강대국의 이해

 

.. 몇몇 사람들은, 비록 이번 전쟁의 실질적인 동기가 강대국의 이해였다 하더라도, 최종 결과가 긍정적으로 판명될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 <전쟁이 끝난 후>(타리크 알리 외/국제연대정책 정보센터 옮김, 이후, 2000) 15쪽

 

"이번 전쟁의 실질적(實質的)인 동기(動機)"는 "이번 전쟁을 일으킨 속내"나 "이 전쟁이 일어난 참된 까닭"이나 "이 전쟁이 터진 진짜 까닭"으로 다듬어 봅니다. '강대국(强大國)'은 '힘센 나라'로 손보고, "최종(最終) 결과(結果)가 긍정적(肯定的)으로 판명(判明)될 경우(境遇)"는 "마지막에 좋은 쪽으로 끝날 때에는"이나 "마무리가 좋게 끝날 때에는"이나 "좋은 열매를 맺고 끝날 때에는"으로 손봅니다. '주장(主張)하였다'는 '말했다'나 '이야기했다'로 손질합니다.

 

 ┌ 이해 :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해

 ├ 이해(弛解) : '해이(解弛)'의 북한어

 ├ 이해(利害) : 이익과 손해를 아울러 이르는 말

 │   - 그는 무슨 말이든 이해로 따지기 전에 옳고 그름으로 따진다

 ├ 이해(泥海) = 진창길

 ├ 이해(易解) : 이해(理解)하기 쉬움

 ├ 이해(理解)

 │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   - 이해가 깊다 /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  (2) 깨달아 앎

 │   -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했다 / 도저히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  (3) = 양해(諒解)

 │   - 이해를 구하다

 ├ 이해(貽害) : 남에게 해를 끼침

 ├ 이해(裏海) = 카스피 해

 ├ 이해(裏醢) = 속젓

 │

 ├ 강대국의 이해였다 하더라도

 │→ 힘센 나라 이익 때문이었다 하더라도

 │→ 힘센 나라가 더 많이 잇속을 챙기려 했기 때문이었다 하더라도

 │→ 힘센 나라가 이익을 얻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더라도

 └ …

 

국어사전에 실린 낱말을 살펴보면서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낱말을 다 싣느냐 싶을 때가 있고, 국어사전 엮는 분들이 우리 말을 생각하는 매무새가 참 모자라다 싶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쓸모없거나 쓸데없는 낱말이 꽤 많이 실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며, 꼭 실려야 할 만한 낱말이 안 실려서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해'라는 낱말을 찾아보고자 국어사전을 뒤적이면, 토박이말 '이해' 한 마디와 한자말 '이해' 여덟 마디가 실립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에는 "이해(理解)하기 쉬움"을 뜻하는 '이해(易解)'가 실려 있기도 합니다. 무슨 소리일까요. 무슨 말일까요. 이런 뜻풀이에 이런 올림말이라니. 이런 국어사전 올림말과 말풀이는 말장난이라고 해야 옳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알맞춤한 낱말을 싣는 국어사전이 아니라, 올바르게 쓸 우리 말을 일러 주는 국어사전이 아니라, 우리 말과 글을 아끼고 보듬는 국어사전이 아니라, 우리 말을 무너뜨리는 국어사전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말을 망가뜨리는 국어사전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말을 어지럽히는 국어사전이라고 느낍니다.

 

 ┌ 이해로 따지기 전에

 │

 │→ 이익과 손해로 따지기 앞서

 │→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로 따지기 앞서

 │→ (자기한테) 좋으냐 아니냐로 따지기 앞서

 │→ 좋고 나쁨으로 따지기 앞서

 └ …

 

진창길은 '진창길'이지 '泥海'가 아닙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 해를 끼치는 일이거나 '피해'이지 '貽害'가 아닙니다. 카스피 바다는 카스피 바다일 뿐 '裏海'가 아닙니다. 제가 글을 쓰는 편집기에서는 불러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거의 안 쓰고 거의 누구도 모르는' 한자로 적는 '속젓'을 뜻하는 한자말 '이해'를 국어사전에 굳이 실어야 할 까닭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한자말이건 아니건 우리한테 쓸모가 있으며 쓰임새가 넓다면 얼마든지 써야 합니다. 꼭 토박이말만 써야 하지 않고, 한자말이라고 내칠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죽은말인 토박이말을 구태여 되살려 쓰지 않듯, 죽은말인 한자말을 국어사전에 버젓이 실어야 할 까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죽었어도 되살릴 값어치가 있다면, 이때에는 한자말이건 토박이말이건 마땅히 실어 놓아야 합니다. 이 땅 여느 사람들 누구나 널리 쓰던 말이었다면 한자말이건 토박이말이건 실어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弛解'나 '泥海'나 '易解'나 '貽害'나 '裏海' 따위는 누가 쓰던 말이었을까요?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썼는가요? 이런 한자말을 참으로 누가 왜 써 왔을까요?

 

 ┌ 이 전쟁은 힘센 나라가 더 많이 이익을 볼 생각으로 일으켰다 하더라도

 ├ 이 전쟁은 힘센 나라가 이익을 볼 마음으로 터뜨렸다 하더라도

 ├ 이 전쟁은 힘센 나라 잇속에 따라 일어났다 하더라도

 ├ 이 전쟁은 힘센 나라가 밥그릇 지키기로 일으켰다 하더라도

 └ …

 

"이익과 손해"를 아울러 가리키는 한자말 '이해'를 반드시 써야 하는 자리에는 쓸 노릇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한자말 '이해'를 얼마나 제대로 쓰고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알맞게 쓰고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이익'이라고 하면 넉넉한 자리에도 '이해'라 하고, '도움'이나 '좋음'이나 '즐거움'이라 할 자리에도 '이해'라 하지는 않는지요. 또는, '좋고 나쁨'이나 '좋으냐 아니냐'라 해도 될 자리에 굳이 '이해'라 하고 있지는 않나요.

 

ㄴ. 이해가 안 간다고?

 

.. '다 이루어라' 이 뜻을 가지고 만들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따이루'라는 별칭을 만들었지. 이해가 안 간다고? .. <열정시대>(참여연대 기획/김진아와 아홉 사람, 양철북, 2009) 13쪽

 

"만들 게"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만들 이름이"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고민(苦悶)하다가'는 '생각하다가'로 다듬고, '결국(結局)'은 '끝내'나 '마침내'나 '그예'로 다듬어 줍니다.

 

 ┌ 이해가 안 간다고?

 │

 │→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 잘 모르겠다고?

 │→ 모르겠다고?

 │→ 못 알아듣겠다고

 └ …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였나, 학교에서 교사들은 우리를 보고 으레 "이해했니?"나 "이해가 되니?" 하고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뭐예요?" 하고 여쭈었고, 이때 교사들은 "잘 알아들었느냐고?" 하며 대꾸하거나 "이제 알겠느냐고?" 하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알아듣다'나 '알다'라 하면 될 말을 왜 자꾸만 '이해'라고 했는지 궁금했으며, 굳이 그렇게 말해야 했을까 알쏭달쏭했습니다.

 

 ┌ 이해가 깊다 → 생각이 깊다

 ├ 온전한 이해는 → 오롯이 알려면 / 제대로 깨닫자면 / 속속들이 깨달으려면

 ├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 → 넉넉히 헤아릴 만한 일 / 넉넉히 알 만한 일

 ├ 도저히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 도무지 알 수가 없다 / 도무지 모르겠다

 └ 이해를 구하다 → 헤아려 주십사 하다 / 너그러이 살펴 달라고 하다

 

아니까 '아는' 일입니다. 알아들었으니 '알아들었다'고 할 일입니다. 깨달으니 '깨닫는다' 하고, 헤아려 보면서 '헤아린다'고 합니다.

 

우리 말이든 나라밖 다른 말이든, 저마다 있는 그대로 말합니다. 꾸밈없이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깜냥껏 '알다-알아듣다-알아차리다-깨닫다-깨우치다' 같은 낱말로 우리 느낌과 마음을 나타냅니다. 자리에 따라서 '생각-헤아림-살핌'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됩니다. 차근차근 되짚으면 됩니다. 하나하나 곱씹으면 됩니다. 우리가 우리 말을 사랑하는 일이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말을 올바르게 쓰는 일이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말을 참다이 알게 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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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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