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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가 열린 서울대학교 17동 서암홀을 꽉 채운 학생들
 토론회가 열린 서울대학교 17동 서암홀을 꽉 채운 학생들
ⓒ 최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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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대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 주최한 제1회 공익법포럼 "사이버 모욕죄, 어떻게 해야 하나"가 그것입니다. 여야간의 합의로 설립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나경원안)과 형법 개정안(장윤석안)으로 사이버모욕죄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소 잠잠했던 사이버모욕죄 논의를 살리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마당이었습니다.

이 토론에 찬성 패널로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 반대 패널로 고려대 법대 박경신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사회는 서울대 법대 김도균 교수가 맡아 40여명의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100분 토론>을 축약한 동영상 시청한 후 시작된 이 행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김상겸 교수는 "헌법 21조 4항과 37조 2항을 통해 표현의 자유도 절대적으로 보장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개인의 권리 뿐만이 아닌 공동체원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하면, 인터넷상의 파급력이 너무나도 큰 모욕은 제재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동시에 친고죄로서의 도입을 찬성하였습니다.

박경신 교수는 이에 대해 "친고죄 도입을 찬성하신다니 할 이야기가 적어진다"라고 웃으면서도 모욕감을 반드시 형사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고 "애인에게 차이는 것이나 C+를 받는 경우도 모욕감을 느끼지만 형사처벌하진 않는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아울러 비교법적으로도 "단순한 의견이나 감정 표현을 제재하는 주요 국가는 독일 일본 대만 뿐인데, 독일은 기소권을 국가가 독점하지 않으므로 국가권력에 의한 오용가능성이 적고, 일본의 경우 처벌 수위가 징역 1년까지 규정한 우리나라 도입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저도로 약하다"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아울러 사실관계의 적시와 의견의 표현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의견의 표명은 '표현의 안전지대'로서 진리 추구를 위한 거대담론의 공론화 촉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사이버모욕죄가 불러올 검열의 악영향을 우려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김상겸 교수에게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는 해결이 안 되나?"라는 취지로 질문하였고 김상겸 교수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모욕의 감정도 사회에서 객관화될 수 있다"면서 "우리 언어는 세계에서 가장 표현이 풍부하고 따라서 욕설 및 인터넷상의 신조어와 약어가 비방을 넘어 이미 인격을 모독하는 욕설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과거 독재정부의 탄압 경험에도 불구하고, 법률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제정 및 폐지가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의 특징은 패널들에 대한 학생들의 활발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패널들이 상호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졌다는데 있습니다. 인터넷의 순기능을 사이버모욕죄가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한 사회대 학생의 질문에 대해 김상겸 교수는 "사이버모욕죄를 단순한 표현의 제약이 아닌 표현의 보장과 이에 의한 인권의 보장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회자 김도균 교수가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간의 충돌이 아닐까 싶다"면서 현재 판례의 입장이 공인과 공익에 관련된 인격권 사안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가 사인 관련 사안에 비해 약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박경신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명예훼손 사안의 90%가 사이버상에서 이루어진다"라고 지적하면서 "주관적 모욕감을 판명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고 입증이 용이하므로 혜택받기 쉽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이에 덧붙여 "모욕은 텍스트가 아닌 컨텍스트로 이루어진다. 너무 노골적인 표현보다는 공손한 말이라도 더 큰 모욕감을 줄 수 있다"라며 사이버모욕죄가 가할 일률적인 제재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였습니다.

이어진 학생들의 질문에서 "이명박을 옹호하는 의견이 반대 욕설, 특히 가족과 신상에 대한 욕설로 되려 위축되고 있다"는 학생의 질문에 대해 박경신 교수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좋은 말만 들을 권리는 없으며 이를 민주공동체가 보호해줄 의무도 없다"면서 "칭찬이면 익명인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사이버모욕죄는 결국 듣기 싫은 소리는 안 듣겠다는 것이다"라고 사이버모욕죄의 도입 취지를 진단하였습니다.

김상겸 교수는 이에 대한 반대발언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무엇이 모욕인지에 대해 축적된 경험이 있다"라고 판단 가능성을 주장한 뒤 "주관적으로는 괜찮아도 객관적으로 심한 모욕이라고 생각될 정도라면 판별이 가능하다. 무조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라고 볼 필요가 없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경제학과 전치훈 학생은 이날 질문을 통해 모욕의 기준과 그 적용의 공정성, 그리고 궁극적인 도입 취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였고 노어노문학과 우원혁 학생은 이에 대한 반론으로 기존 권위를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존중해야 할 필요를 인정하면서도 대체 제재방안에 대한 탐색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시하였습니다. 김상겸 교수는 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떠한 법도 의도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법은 일단 제정되면 해석을 통해 객관화되어 적용되고 이는 사법부의 몫이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본 이념으로 자율적 조절과 타인 존중을 근간으로 한다"면서 "사이버모욕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법과 정책의 병행실시가 필요하다"고 문제의식을 인정하였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상태이어서 사회자는 박경신 교수에게 마무리 발언 기회를 부여하였고, 박경신 교수는 "댓글 보는 것도 인권의 행사인데 기분 나쁜 것 이상의 이유가 형사처벌에는 필요하다"라고 말머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어 박 교수는 "항상 '인터넷 강국이므로 우리나라는 예외적으로 사이버모욕을 제재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데 이는 모욕도 의사소통의 일환이며 우리 문화의 반영임을 간과한 점"이라고 지적하며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쉬워지면서 활발해진 의사소통의 부수적인 모욕이 발생했다고 해서 온라인만 깨끗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은 국가주의적인 통제 발상"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정부 여당에 대한 의심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사이버모욕죄 반대는 공권력 자체의 오용에 대한 건강한 의심의 발로이며 이러한 의심으로 소통의 자유를 보장할 때 민주주의적 공공성을 획득하는 것"이라며 김상겸 교수가 지적한 민주주의적 이념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장장 1시간 15분간 이어진 토론에서 매끄러운 사회 진행을 보여준 김도균 교수는 "오용에 대한 의심과 실제적 해악에 근거한 도입 필요성으로 찬반이 갈리는 듯하다"라면서 인터넷상의 모욕에 대한 실제적인 사회과학적 조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발언으로 토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날 토론은 아프리카로 생중계 하고 실시간 댓글 등 온-오프라인 간의 토론이 전개될 예정이었으나 인터넷 연결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4월 하순으로 예정된 제2회 공익법포럼에서는 더욱 철저한 준비와 홍보를 통해 현재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미디어법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제도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풍부한 토론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HYLAW.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이버모욕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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