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비슷한 속담으로 '배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쓰지 말고 참외밭에서 신발끈 묶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까마귀는 날았을 뿐이고 때마침 배가 떨어진 것 뿐이고, 그냥 갓끈, 신발끈 고쳐 맨 것 뿐이고…"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 속담들은 뭔가 오해를 하고 억울하게 좋지않은 일이 때 맞춰 발생하는 상황을 뜻하는 것입니다. 혹은 아예 오해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죠. 하지만 불가피하게 배나무 아래에서 혹은 참외밭에서 갓이나 신발끈을 고쳐매야 할때도 있지 않습니까.
옛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낮에 있었던 일입니다. 양쪽이 차로 막혀있는 협소하고 비탈진 주차공간. 성남시 구시가지의 주차문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수업을 하기 위해 그 협소하고 비탈진 주차공간에 열심히 주차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마땅한 장소도 없었습니다. 조금씩 앞뒤로 이동하며 거의 다돼갈 때쯤 앞바퀴에 빨려 들어가는 게 있었습니다. 바퀴에 눌려 있다가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그 물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나는 상황이었지요. 밤알크기의 돌멩이가 바퀴에 깔려 깨지면서 "딱'하고 꽤 큰 소리가 났고 산산조각 나 순간적으로 튕겨나갔습니다.
"아저씨 차가 뒤에 차 박았잖아요" - "그런 적 없는데요"그렇게 주차를 하고 차 문을 닫고 나오는데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제 차가 주차돼 있던 뒤 차를 박았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인지.
방금 뒤차와 충돌하는 소리 들었다며 제 차 뒤에 주차돼 있는 차의 앞바퀴 부분 범퍼를 가리켰습니다. 그런데 그 차 앞 범퍼가 조금 찌그러져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저와 충돌한 사실이 없는데 공교롭게 제 차 뒷 범퍼 부분과 거의 맞닿아 있는 부분에 상처가 나 있는 것입니다.
"아주머니 이거 제가 그런게 아니에요."
그러나 아주머니는 제 말을 인정하지 않는 듯 그냥 내려가시더군요. 제가 남의 차에 상처를 내고 안 그랬다고 발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나는 행인 몇몇 분들이 이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정말 '대략 난감'이었습니다. 어떤 정황으로 보나 제가 남의 차에 상처내 놓고 아니라고 발뺌하는 상황, 바로 딱 그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우선 그 상태에서 차를 세워놓고 수업 후에 다시 왔습니다. 아까는 너무 경황이 없어 자세히 살피지도 못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차의 상처는 꽤 오래된 것이었습니다. 녹도 슬어있었고 어떤 노란색 물체와 충돌해 생긴 흔적도 보였습니다. 아니 그 차의 상처에 대해 이런 저런 정황을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명명백백 부딪힌 사실이 없으니까요. 지나는 몇몇 행인들이 그렇게 오해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이죠.
글쎄 모르겠습니다. 당시 그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이 저를 지목하며 '차에 상처낸 사람'이라고 뒤차 주인에게 이야기해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우려돼 뒤 차 주인에게 연락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부딪힌 사실이 없으니까요. 물론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벌쭘'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당하니까요.
이번 사건을 경험하면서 여러 사람이 한 사람 바보 만들거나 매도하는 일이 이렇게 생길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또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한 특정한 상황만 보고 그것이 진실이거나 실체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떠올랐습니다.
종종 언론매체에서 보면 억울하게 옥살이 하고 그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십년 넘게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도 시사고발, 탐사프로그램에 나오던데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사실이거나 진실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