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론이 일고 있다. '정부안은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려 비정규직 사용을 남발하게 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고개를 끄덕이는 의원들이 많다. 18일엔 남경필 의원이 정부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의의 물꼬를 텄다.

 

국회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개정안의 뼈대는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했다.

 

남경필 "정부 비정규직 개정안, 미봉책에 불과"

 

개혁성향의 중진인 남경필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개정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남 의원은 특히 정부안의 핵심인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기간은 4.3년으로 5년이 안 된다"며 "비정규직 기한을 4년으로 연장하면 정규직조차도 비정규직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활성화나 사회통합 측면에서도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남 의원은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되는 오는 7월 100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게 돼 대량해고 사태가 온다'는 정부 주장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남 의원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고용기간이 끝난 이후) 1년간 33만 명, 그 다음 1년은 15만 명으로 2년 동안 50만 명 정도의 비정규 실직자를 예상하고 있다"며 "통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을 만드니 안이 제대로 나올 수가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은 사업주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 의원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2년간 2조원 정도를 투입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장에 4대보험료를 지원해줄 수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 '대체입법' 준비 중... 상임위에서도 논란 예상

 

그밖에도 정부안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많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대체입법을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자는 건 사실상 비정규직법의 취지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사용기간 제한은 현행대로 두고 현 경제상황을 고려해 나머지 부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논의의 틀을 제대로 마련해 대안을 끌어내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만 밀어붙이려는 태도는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상임위 심의 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정부안에 대해선 당에서도 여러 이견이 있어 상임위에서도 비정규직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논의를 하겠다"며 "정부안이 그대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반면, 환노위원인 조해진 의원은 "심의과정에서 노동계나 야당이 제출한 안을 참조해 절충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기간연장에 대해선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정부안을 지지했다. 조 의원은 "4년 정도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경우 숙련도나 전문성이 높아져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행보다 1년이든 2년이든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 "당내 의견 충분히 들어 당론 정리하겠다"

 

잇달아 이견이 도드라지자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부는 7월 비정규직 해고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법안 발의를 했다"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당 입장이 정리되면 그 법이 대안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경필 의원이 지적한 정부 통계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에서는 (고용기간이 만료되는) 근로자의 최대치를 얘기한 것"이라며 "다만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정규직 또는 다른 형태로 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숫자는 줄어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남경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