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먼 동이 트는 새벽이면 집을 나선다. 새벽 산책을 한 지 벌써 10년이다. 새벽길에 만난 하얀 목련의 향기에 이끌려 해월정사의 산문을 넘는다. 해월 정사의 뜨락에 핀 하얀 목련은 백주의 이슬이 댓잎에 대굴거리는 소리.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허공에 영혼의 눈망울처럼 피어 오르고 있다. 해월 정사는 해운대 와우산 청록에 자리 하고 있다. 이곳은 동해의 해월의 아름다움을 잘 조망할 수 있는 명당.  봉훈관에서 바라보는 아침해의 일출은 장관이다.
 
해월정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6. 7 대 종정을 지낸바 있는 성철 대종사를 모시기 위해 종사의 맏상좌 천제 스님이 1977년 2월 한 불자의 도움으로 창건한 가람이다. 이 가람에는 성철 스님의 유품과 친필 등을 볼 수 있는 봉훈관이 있다.
 
성철 스님은 살아생전 바다를 좋아하셨다고 전한다. 해월정사는 동해의 넓은 바다 풍경과 함께 밝은 월광이 좋아 불지를 의미한다고, 이곳의 절 이름을 해월정사라고 지어 주셨다고 한다.
 

꽃도 환경이 좋아야 곱게 곱게 피는 것일까.  백련은 나무의 연꽃으로 불리운다. 하얀 신부의 면사포에 비교 되기도 하지만, 하얀 목련은 고결한 고승의 정신의 향기로 불리우기도 한다. 하얀 목련은 어느 시인의 말을 빌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피는 꽃. 사막인 듯 메마른 마음에 망울 망울 영혼의 눈망울처럼 피는 꽃이다. 
 
해월 정사 가람은 소박하다. 너무나 소박해서 겸허해 지는 사찰. 성철 스님은 이곳에서 무리한 수행 정진으로 얻은 병약한 건강을 돌보기 위해 머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월정사 곳곳에는 그래서 성철 스님의 정신의 향기가 배어 있다. 가람의 규모 또한 아담하다. 소박하고 아담한 사찰은, 성철 스님의 불자들의 부담을 주는 증축을 절대 하지말라는 당부 때문이다.
 
창건 이후 전혀 손을 대지 않아, 당우가 너무 퇴락하여 2004년 6월 사찰 증개축 불사가 있었고, 11월 2일 성철 스님의 유훈을 모실 봉훈관을 건립 현재 봉훈관에 유품 및 친필 사진 등 살아생전의 손때 묻은 책과 글씨 메모 등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다.
 

성철 스님이 우리를 깨닫게 하신 실천 일화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특히 '수시여전'(불자들에게 공양 받는 것을 화살 받는 것으로 여겨라의 뜻)이라는 가르침은 오늘날 불교의 자세를 환기시키는 진리와 같은 말씀이 아닐까 한다. 한평생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수행한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한국 불교의 올바른 지남이 되고 있다.
 
모든 일이 다 내 인과 아님이 없나니
추호라도 남을 원망하게 된다면
이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이같이 못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두 내가 지어 내가 받는 것인데 누구를 원망 한단 말인가
만약 원망 한다면 맑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울면서 거울 속의 사람 보고는
웃지 않는다고 성내는 사람이다.
성철 스님 '법어집' 중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들을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치고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도
그 한이 만갈래나 되는데
둥근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으며 푸른산에 걸렸다.
'성철스님'의 <임종게>
 

해월정사는 관광의 명소 해운대 청사포에 자리하고 있어 이제는 해운대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해월정사의 봉훈관에서 바라보는 해와 달은 여느 위치에서 관망하는 해와 달과 다르다. 탁 트인 수평선에 떠오르는 해는 하늘을 태울 듯 하고, 와우산 청록 숲 나뭇가지 끝에 걸린 달을 보면 그 달은 우주의 물방울 같다.

 

뛰어난 자연 풍광 속에 자리한 해월 정사의 성철 스님의 정신의 향기를 찾아 오는 관광객도 많지만, 조금 걸어가면 해안가에 자리한, 청사포의 전설이 깃든 망부송과 청사포의 장어 구이와 방금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자연회 맛을 찾아오는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해월정사는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해운대 역 앞에서 청사포 행 마을 버스 2번을 타면 편리하다.


태그:#목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