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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기 위해 준비를 마친 할머니들. 박양근(92, 좌측), 배순임(95, 좌측에서 두번째) 할머니. 팔십대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집에 가기 위해 준비를 마친 할머니들. 박양근(92, 좌측), 배순임(95, 좌측에서 두번째) 할머니. 팔십대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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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진행되면서 노인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이나 치매 노인들은 사회가 보살필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쌍둥이 마을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여수시 소라면 현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통계청은 "2007년 전체 인구 4천845만6천명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백5만2천명으로 9.9%에 달한다"며 "2020년경에는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농촌 노인복지 현장인 여수시 소라면 현천노인복지센터(이하 현천복지센터)를 찾아 고령화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점검했다.

멀리보이는 복지센터를 신축했다. 하지만 24시간 독거노인과 치매 할머니를 섬기기 위해서는 너무 비좁아 증축 중에 있다.
 멀리보이는 복지센터를 신축했다. 하지만 24시간 독거노인과 치매 할머니를 섬기기 위해서는 너무 비좁아 증축 중에 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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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구십 둘이 많어, 구십 다섯이 많어?"

현천복지센터를 들어서니 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김영천 목사는 노인들과 둘러앉아 한담 중이다. 한쪽에선 복지센터 실습 나온 요양보호사 실습생들이 실습일지를 쓰고 있다. 이곳은 주ㆍ야간 보호 노인 7명, 방문 요양 노인 6명 등 13명이 이용한다.

주ㆍ야간 보호란 신체ㆍ정신 기능장애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능력 상실로 자립능력이 결여되어,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심적 안정과 신체 기능 유지, 부양가족의 신체ㆍ정신적 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말한다. 이곳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격리된 보호시설에 입소되는 걸 예방하고, 가족과 이웃 보호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이 많은 할머니를 물었다. 한 할머니, 박양근 할머니를 가리키며 "성님이 구십 둘이지?"라고 한다. 그러자 배순임 할머니 "아이, 구십 둘이 많어, 구십 다섯이 많어? 숫자도 몰러"라며 퉁박이다.

마비 증상으로 팔다리를 못쓰신 분들도 있었다.  재활운동기구도 필요했다.
 마비 증상으로 팔다리를 못쓰신 분들도 있었다. 재활운동기구도 필요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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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싸까~잉. 아픈 사람 구박 좀 고만해"

"할머니 구십 다섯이신데도 굉장히 정정하시네요. 말도 또렷하고."
"아녀. 천지가 다 아퍼. 뼈가 막 쑤셔. 뼈 주사를 맞어야 겨우 좀 나어."

"할머니 혼자 사세요?"
"혼자 살아. 자석들은 서울에 살고. 자석들이 서울에서 살자고 가자해도 안가. 여기서 죽어야지, 왔다갔다 귀찮어. 글고 서울 살고 잡은 마음도 업꼬."

사무원 아무개씨 "배순임 할머니는 대상 포진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야기 중, 한 할머니 다가와 "여기서 자고 갈래?" 묻는다. 옆에서 "치매니 이해해라"고 일러준다. 치매 증상에 대해 물었다.

"치매지만 다행이 멀리 나가는 일은 없고 시골인 이곳 현천에서만 움직인다. 이곳저곳에 있다가 다른데서 포기했던 할머니인데 우리가 섬기고 있다."

이야기 중,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자꾸 끼어들자, 박양근 할머니 "아무 말도 말고 좀 있어"라며 구박이다. 그러자 다른 할머니들 "왜 그래싸까~잉. 아픈 사람 구박 좀 고만해"라며 타박하며 옥신각신 한다.

실습일지
 실습일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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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님들이 다리가 아프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요양보호사 실습생이 쓴 실습일지를 보았다.

관찰 내용 : 08:30 차량운행. 2005년 60 주년 기념으로 시설 설치. 육체의 필요만 채우면 안된다. 매일 예배. 쾌적한 환경 유지. 식사 돕기. 어르신 말씀에 귀 기울여서 돌봄. 할머니들이 만드신 종이접기가 좋아 보임.

실습 내용 : 센타 화장실과 방을 청소하였다. 할머님들 다리와 팔을 주물러 드렸다. 식사준비를 도와드렸다. 할머님들 안마를 해드림. 간식 설거지를 했다.

실습 자가 평가 : 주간보호센타를 처음 와 보았다. 아침에 목사님이 예배드리고 나서 몇 명에게 노래를 시켰다.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할머님들이 노래를 부르니 너무 좋아하셨다.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할머님들이 다리가 아프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일을 많이 하여서 그런가 싶다. 시설이 유치원이라는 말씀이 참 기억에 남는다. 할머님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센타가 있어서 할머님들에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여명이 살고 있는 농촌인 여수시 소라면 현천. 현천중앙교회 김영천 목사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영어 공부 중이었다.
 200여명이 살고 있는 농촌인 여수시 소라면 현천. 현천중앙교회 김영천 목사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영어 공부 중이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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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김치 지원이 필요하다!

현천복지센터는 설립 취지에 대해 현천중앙교회 김영천 목사는 "지역 65세 이상 되신 노인 중 복지 수혜에서 소외된 어른들을 섬기는 것"을 목적으로 "2005년 동전 모으기 운동을 발판삼아 2006년 개관, 지난해 부채를 다 갚았다"고 말한다.

사무원 왕은하씨는 "지금까지 정부 지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단지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장기요양 수급자 어르신에게 지급하는 월 평균 650~700만원과 후원금 20여만 원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직원 5명 인건비도 1명만 100만원을 받을 뿐 나머지 인력은 시간제여서 거의 봉사 수준이다. 김영천 목사는 "현실에 맞게 살 수밖에 없다."며 "출발부터 자급자족과 섬기는 봉사 개념으로 복지센터를 개관했다."고 강조한다. 

"노인문제는 빈곤ㆍ질병ㆍ고독으로 출발한다. 치매와 독거노인 등 따듯한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이 많다. 이분들을 24시간 섬기려는 마음에서 건물을 증축하고 있어 부족한 게 많다. 다른 것은 놔두고 쌀과 김치 지원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노인복지센터, #노인문제, #고령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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