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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개의 삼치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인천역 학생교육문화회관 뒷길의 모습이다.
▲ 삼치 골목길 20여개의 삼치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인천역 학생교육문화회관 뒷길의 모습이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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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년대 동인천역 주변은 인천의 '명동', '대학로'라 불릴 만큼 젊은이들의 열정이 가득한 곳이었다. 하지만 도시개발과 더불어 중심상권이 달라지고 첨단과 유행에 밀리며 사람들의 발길도 점차 옅어졌다.

간판에 물속풍경을 담았고 지붕위의 앉아 놀고있는고양이의 모습이 이채롭다.
▲ 아름다운간판 간판에 물속풍경을 담았고 지붕위의 앉아 놀고있는고양이의 모습이 이채롭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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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구도심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본격적인 쇠락의 길에 들어서고부터는 관심의 사각지대로 분류되는 처지에 놓였다.

낡은 건물 외벽이 디자인간판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 삼치 추억의 옷을 입다. 낡은 건물 외벽이 디자인간판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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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떠나고 상가들도 하나 둘 불을 끄기 시작하자 막걸리 한잔에 인생을 이야기했던 학생교육문화회관 뒤편 '삼치골목'의 추억도 먼지 속에 묻히는 듯했다. 30여 곳을 아우르던 골목에 '인하의 집'으로 대표되는 몇 집만 겨우 남아 명맥을 유지했을 뿐. 예전에 '인천'하면 삼치골목을 떠올리기 십상이었다. 인천에 오면 그 삼치골목에서 삼치 맛을 봐야 제대로 인천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삼치골목에 그려진 벽화풍경,추억이 담겨져 있다.
▲ 추억의 풍경 삼치골목에 그려진 벽화풍경,추억이 담겨져 있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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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새로운 바람이 느껴지고 있다. 새삼 4∼50대는 추억을 더듬기 위해 다시 찾고 2∼30대는 기성세대의 추억이 무엇인지 엿보기 위해 삼치골목을 찾는다.

인천시는 2009년 인천방문의 해와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맞아 구도심특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인천역 자유공원주변을 '근대문화의 거리'로 단장하면서 기존 도시공간을 활용한 문화관광특화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구별로 실시하는 간판정비사업도 그 하나이다. 이는 획일적이고 어지럽게 내걸린 지금까지의 간판 대신 디자인 개념이 가미된 간판에 역사와 이야기를 심어보자는 것이다. 물론 주변과의 조화도 중요한 기준이다.

간판이 달라지자 개별 업소의 표정은 물론 거리의 분위기와 손님들의 반응도 덩달아 변화됐다. 칙칙했던 건물 벽에 배를 형상화한 간판, 양은 냄비를 이용한 간판이 붙었고 벽에 화사한 아크릴 그림이 그려지는 등 곳곳에 디자인이 입혀졌다. 그간 숨죽이던 삼치골목이 간판을 바꿔 달면서 활기를 되찾게 된 것이다.

에어컨 상자도 노오란옷으로 갈아 입었다.심치골목을 상징하듯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 소품 에어컨 상자도 노오란옷으로 갈아 입었다.심치골목을 상징하듯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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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서 삼치골목을 찾았다는 김지석씨는 "인하대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 왔다가 이곳에 와서 삼치를 먹게 됐다"며 "석쇠에서 잘 구워진 삼치를 다진 풋고추와 파가 섞인 양념장에 찍어먹는 맛은 인천에서만 가능한 맛이다. 가끔 주말이면 친구들과 들리곤 한다"고 말했다.

추억의영화 포스터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 추억의 영화 추억의영화 포스터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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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에게 인천의 맛과 정취에 더해 최근 달라진 간판은 새로운 관심거리다. 김씨는 "가게마다 특색 있고 아름다운 간판들이 설치돼 있어 디자인하는 친구들도 사진 찍으러 자주 이곳을 들른다"고 덧붙였다.

무르익은 분위기를 타고 주고받은 막걸리 몇 잔에 얼근하게 취한 어르신들이 "다 없애고 새것으로 만드는 게 최고는 아니지. 이렇게 해 놓으니 상당히 보기 좋고 옛날 생각도 하고 마음도 쉴 수 있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고 거든다. 

다시 생기를 찾고 있는 삼치골목. 어르신들이 던진 그 말의 메아리가 삼치골목에 아련히 스며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천시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치, #동인천, #추억,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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