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는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는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선대식

[2신 : 12일 저녁 7시 25분]

 

위기의식 가득한 민주노총 혁신 토론회... "민주노총은 죽었다"

 

"민주노총은 죽었다."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말이다. 지난달 6일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책임을 지고 부위원장 직에서 사퇴한 그는 "정파 구조가 된 민주노총이 잘 가동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서로 발목 잡느니 헤어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내에서 허 부위원장의 의견은 소수 의견이 아니었다. "민주노총은 죽었다"는 그의 말이 자극적인지 몰라도, 혁신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민주노총이 곪았다는 것에 대해 많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 각 정파와 가맹연맹·산하조직 관계자들이 참여한 '내부에서 보는 민주노총의 위기와 과제' 토론회는 '지금이 혁신의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으로 가득했다.

 

"우리 스스로가 가장 신자유주의적"

 

민주노총을 곪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정파 간의 대립이라는 데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은 없었다. 각 정파 관계자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이승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부의장은 "우리 스스로 선거와 집권에만 골몰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도 '선거에 누가 나가면 혁신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안타깝다. 총연맹에서 결정한 사안을 자신의 의견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노총의 주요한 의사결정기구가 특정 정파의 선동장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부의장은 "상층뿐만 아니라 기층 현장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교육, 회의 끝나고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방에 가거나 상갓집에서 가서 노름하지 않느냐"며 "상층과 현장이 혁신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현 현장실천연대 의장 역시 "우리 스스로가 가장 신자유주의적"이라며 "구호는 진보지만, 삶과 활동이 가장 자본주의적이다. 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광 노동전선 정책위원의 민주노총 비판은 더욱 거셌다. 그는 "민주노총 혁신은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렀다"며 "민주노총은 내부에는 자본세력·부패세력과 연합해서 판을 깨는 세력이 있고, 비정규직을 해고의 방패막이로 생각하는 노조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강조했다.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은 "우리가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느냐"고 자문했다.

 

"오늘 뉴라이트가 내놓은 '민주노총 충격보고서'에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에 대해서 립서비스'만 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떠들다가 자기 사업장에 그런 문제가 터지면 눈 감는 곳이 많다. 민주노총 예산과 인력의 50%를 비정규직 사업에 쏟아 부어야 한다. 이를 감내하지 못하면 더 이상 혁신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1신 : 12일 오후 3시 30분]

 

진보도 민주노총 비판... "진짜 노동자 몇 명이냐"

 

"민주노총에서 이익단체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자기 조합원도 같이 못하면서 강경한 얘기만 한다."

 

보수언론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비판이 아니다. 진보진영 인사들의 입에서 나온 쓴소리다. '보수'와 다를 바 없는 '진보'의 비판에 민주노총은 "조직에 대한 실망과 염려를 넘어 근본적인 혁신 요구가 크다"고 인정했다.

 

12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는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에는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 등 진보진영 인사들이 참여해 '바깥에서 보는 민주노총의 위기'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민주노총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노총, 이익단체 면모 두드러져"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파동을 거치며 혁신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그다지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혁신도 성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민주노총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혁신운동은) 조직의 근본부터 바꾼다는 전제가 없다면, 보여주기 식에 불과한 의미 없는 헛수고"라며 "명확한 혁신의 주체가 나타나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혁신운동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민주노총 비판의 요지는 이익단체의 면모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의 사회운동이 실종됐다"며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약자의 진정한 지휘를 획득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왜 조끼와 점퍼만 입느냐? 왜 민주노총 사무실은 사람들이 가기 싫어할 만큼 지저분하고 폐쇄적이냐?"며 "투쟁·대중집회·파업만 강조할 게 아니라, 발랄하고 유쾌한 사회운동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에서 가장 큰 물적·인적자원을 가진 조직운동으로서 사회운동에 기여해야 한다"며 "보수세력·재벌이 거대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민주노총도 진보판 세리(SERI·삼성경제연구소)를 만드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 진짜 노동자가 몇 명이냐"

 

민주노총에 대한 진보진영의 가장 큰 비판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당시 민주노총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하는 투쟁이라고 공언했지만,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합원들이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합비 낼 때나 선거할 때만 노동자"라며 "민주노총 조합원 80만명 중 노동자가 몇 명이냐"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하는 노조 내 정파들도 다 해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실장은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은 비정규직·중소기업·여성 미조직 노동자한테 나오는데, 민주노총의 자원은 정규직·대기업·공기업 노조로부터 나온다"며 "보수도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내부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장 정책실장은 "(민주노총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 직선제를 해야 한다"며 "안 하더라도, 전 조합원이 총 토론회 운동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민주노총 혁신#민주노총 위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